"이 포스팅에 등장하는 인물, 이름, 사건, 조직 등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 인물, 사건, 조직과 유사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음악회에서
얼마 전 음악회에서의 일입니다. 옆자리에 젊은 여성과 남성이 앉았고,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둘이 소곤소곤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프로그램 노트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 귀에 꽂히는 단어가 있었으니 지잡대(地雜大)라는 말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그 단어를 말한 여성분은 물론 함께 대화하고 있던 남자까지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더군요. 공식적인 자리는 물론 일상적인 대화에서라도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이 있는 법입니다.
모 회사에 입사했을 때
입사 후 며칠 안된 시점에 부문장께서 저를 부르더군요. "너 A대학 나왔지? 니 업무랑 연관되는 사람들 중에 그룹에서 B, C, D.... 가 A대학을 나왔어. 앞으로 잘 지내면서 도움을 받도록 해."
제 면접도 보았고 이력서나 인사기록부를 보면 제 출신 대학이야 부문장쯤 되면 알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룹 내 주요 보직임직원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게 신기해서 인사팀장에게 부문장님 대단하시다고 하니 돌아온 말. "모르셨어요? 부문장님이 A대학 출신이시잖아요. 본부장님 선배세요!" 제가 부문장 출신 대학도 알아야 하는지 의문의 눈빛을 보이자 인사팀장은 "당연한 거 아니에요!"로 화답하더군요.
모 회사 본부장님의 사람소개하는 습관
팀장시절 모시던 어떤 본부장님은 인품이나 지식이나 훌륭하신 분이었습니다. 사업본부를 맡으셨지만 사업 쪽 경험보다는 재무 쪽 경력이 풍부해서 사업만 주야장천 해왔던 저와 상생이 잘 맞는 편이었고요. 그런데 이분이 딱 하나 단점이랄까, 특징이랄까 하는 것이 있었는데, 제게 누군가를 소개할 때, "A회사의 B대표 있지, C대학 출신이고..." 스타일로 누군가에 대해 처음 말할 때 꼭 그 사람의 출신대학을 1순위로 말하곤 했습니다. 위에 부문장님이나 이 본부장님이나 저보다 10년 정도 연배가 있으시니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모 회사에 입사했을 때, 두 번째 이야기
이력서만 수 쪽에 달하는 경력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계약서를 쓴 뒤, 인사팀장이 형식요건이니 대학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신입사원도 아니고, 본부장급을 뽑으면서 니들이 나를 대학 보고 뽑았냐, 경력 보고 뽑았지, 이 나이에 20년 전에 나온 대학이나 성적이 니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 그리고 난 학번도 잊어서 증명서 못 뗀다. 혹시 졸업중명서와 성적증명서가 없어서 문제면 그냥 자르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그냥 넘어가더군요. 물론 속으로는 진상이라고 했겠지만.
모 회사 부문장과 대화, 두 번째
부문장님과 점심을 같이 했던 어느 날 제 본부 소속 직원 A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A가 어느 대학 출신이냐?" 제가 평소 직원들 출신대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지라 대학은 모르지만 그 친구가 지나가던 말로 B대학 대학원을 다녔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생각나서 "B대학에서 대학원을 다녔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아니, 대학이 어디냐고?" 모르는 것을 새로 지어낼 수도 없어 그냥 솔직히 모른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훈시가 시작되더군요. 본부장이 휘하 직원들 출신 대학도 모르는 것이 말이 되냐, 직원 관리 그 따위로 하냐는 등등.
사업 관련도 아닌 문제로 지적당하는 것도 별로라 인사팀장에게 직원들 출신 학교는 어떻게 열람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인사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된다고 해서 노트북을 뒤졌으나... 제가 아예 인사관리 프로그램을 깔지도 않았더군요. 인사팀장은 처음 노트북 지급 시에 프로그램을 설치 안 해준 것은 자기 잘못이지만 입사한 지 몇 년인데 아직 인사관리 프로그램을 깔지도 않을 정도로 무관심한 제가 더 문제라며 타박질해대더군요. 아무튼 인사 프로그램 덕에 A의 대학을 확인뒤, 부문장에게 쪼르르 달려가 보고 했습니다. 물론 그때는 기억했지만, 지금은 A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또 잊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A건 B건 C건 간에 그들의 업무 역량과 성과는 확실히 파악하고 있고 그들이 자신의 과업에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비전과 코칭을 제공하면 그것이 직원 관리지, 그들의 출신 대학을 알아야 직원관리를 잘하는 것인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유리한 입장에 선 자의 오만함이 되지 않기를
학벌에 대한 제 무관심에 대해 유리한 입장에 선 자의 오만함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충고 아닌 충고를 몇 번 받기도 했습니다. 직업적 지위, 경제적 상황, 사회적 관계와 취향까지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혜택을 이미 누려왔고, 누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제 아들도 그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런 지적에도 진실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늘 위대한 갯츠비의 첫 구절을 명심하고 살아가고자 노력합니다.
In my younger and more vulnerable years my father gave me some advice that I've been turning over in my mind ever since. "Whenever you feel like criticizing any one," he told me, "just remember that all the people in this world haven't had the advantages that you've had."
내가 어리고 마음도 더 여리던 시절, 내가 아직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는 충고를 아버지께서 해주신 적이 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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