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몇 번 언급한 바 있는 <가족 인문학 강좌> 중 영화 <부산행>을 보고 진행된 강의에서 다루어진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부산행> 영화를 통해 서양영화의 한 장르였던 좀비 이야기가 국내에도 상륙했고, 공포와 멜로를 섞은 단순한 영화지만, <좀비>라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나누어 봤습니다.
당연하지만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1. 좀비의 기원
좀비는 아이티(카리브해) 인근의 전설과 부두교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다양한 방법(주로 마법)에 의해 되살아난 시체를 의미 합니다. 대중문화에서 보여지는 부두교의 대표적인 모습은 <인디애나 존스> 2편에서의 부두인형 또는 캐러비안의 해적에서 점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거나, 어떤 사물에 마법을 부여하는 등의 이미지죠.
이러한 부두교의 좀비의 개념이 서양의 대중문화와 연계되면서 물리면 다른 사람이 좀비가 된다던지, 상대적으로 느리게 걷는다던지, 지능이 떨어진다던지 하는 좀비의 특징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예전 대중문화에서 묘사되는 좀비는 느리고, 좀 더 시체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최근의 경향은 (좀 더 박진감있는 느낌을 위해) 빠르고, 때로는 교활한 느낌의 좀비로 변해가고 체력이나 능력도 인간에 비해 압도적이 됩니다. 사실 이전의 좀비는 강한 무기와 민첩함만 갖춘다면 무서울 것이 없었고, 막다른 곳에 다수의 좀비를 마주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었죠. 또한 아이티에서 전래된 기원과 달리 어떤 마법보다는 <감염>에 의한 질병으로 취급됩니다.
특히 <월드워Z> 등의 영화, <워킹데드>, <Z네이션> 같은 드라마를 통해 <좀비 아포칼립스>를 다룬 대중문화물이 많이 나오고 인기가 있습니다. 예전에 고전적인 형태는 핵전쟁이 아포칼립스의 주요원인이었으나, 이제는 좀비가 주요원인이 된 경우가 제법 많아졌죠. 아마 환경문제 또는 생화학적 위협이 냉전에 의한 핵전쟁 보다 중요한 위협으로 자리매김 한 듯한데, 북핵 문제로 복고풍 아포칼립스가 유행할지는 두고봐야 할지 모르겠네요.
2. 영화 <부산행>에서의 좀비
①감염에 의한 질병 (다만, 몇몇 장면에 의하면 죽은 뒤에 부활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감염경로>는 타액에 의한 피부(또는 혈관) 침투로 공기나 접촉, 섭취에 의한 전염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잠복기>는 매우 짧습니다. 다만 <좀비균> 또는 <좀비인자>가 완전히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뇌에 퍼져야 하는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는 일정 시간이 필요한 듯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잠복기는 물린 위치 (뇌에서의 가까운 정도), 얼마나 많이 물렸냐(좀비 인자가 얼마나 많이 신체에 투입되었는가)에 따라 좀비가 되는 시간이 차이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특히 눈까지 좀비로 변한 상태에서도 뇌가 완전히 감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화도 가능하고 약간의 이성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능은 현격히 퇴화되는 경향이 있어 어린이와 같은 언행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좀비 인자가 뇌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거의 기억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지 <지능>자체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 감염되어) 처음 나온 여자의 경우 상당기간 동안 좀비가 되지 않고 화장실에서 버텼는데, 물린 곳이 다리이고 지혈 비슷한 것을 했던 것으로 보아 좀비 병원균이 피를 통해 뇌에 퍼지는 시간이 상당히 지연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감염부위를 빠르게 소독하거나 제거하면 (예를 들어 물린 부위를 자름) 빠른 전파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전염되는 개체>는 사람, 동물 모두 가능한 듯합니다. 다만, 오프닝 장면에 나온 고라니를 제외하고 좀비가 된 동물이 등장하지는 않는 점에서 인간과 같은 육식성 동물이 전염을 잘 시키는 숙주가 될 것 같습니다. 아울러 동종을 무는 특징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도심에서 발생했기에 물어서 감염 시킬 대상이 인간이외에 찾기 힘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②신체능력 및 성격
<나쁜 시력>이 특징입니다. 백내장이 낀 것 같은 눈을 가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시력이 나쁘고 빛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따라서 야간에는 움직임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서울역>에서 밤사이 좀비가 활개 칠 수 있었던 것은 각종 조명이 켜진 서울 한복판이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무대가 된 부산행 열차가 아침에 출발하는 열차였다는 점에서 승객들이 <서울역 사태>를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마 <서울역 사태>는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된 것과는 달리 야간인 관계로 일부분에서만 진행된 사건일지도 모르며, 박근혜 정권에 발생한 사건이라 생각하면 언론 통제도 잘 되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정부는 정말로 <종북 세력>의 난동 정도로 생각하고 안이하게 대처했을지도 모릅니다.
<낮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문도 제대로 못열고, 창문을 신문지로 가렸다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 완전히 좀비가 된 뒤에는 극히 사고에 의한 행동보다는 본능에 의한 행동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뇌가 퇴화한 것과는 달리 <강한 신체적 능력>을 보입니다. 달리기, 고통에 대한 둔감함 등은 약물을 한 것과 유사한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를 통해 추정할 때 좀비 인자는 두뇌와 더불어 신경조직을 장악하는 듯하며, 이 과정에서 신체조직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신경조직의 둔화로 고통을 못느끼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뇌를 장악했으니 신경전달체계가 온전하다 해도 고통을 느끼지는 못하겠죠. 아쉽게도 제 기억에 <부산행>이나 <서울역>에서 조건반사나 무조건 반사 같은 행동을 좀비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묘사되지 않았기에 신경전달 계통까지 장악하는지, 뇌만 장악한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좀비는 감염되면 <공격성>을 갖습니다. 대상을 보면 일단 포악하게 물어뜯는 경향이 있죠. 이 공격성이 무생물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것은 묘합니다. 단지 공격성을 지니게 된다면 우선적으로 주위의 대상을 공격하겠지만, 마땅한 공격 대상이 없다면 시설물 파괴 등을 하는 행동을 할만도 한데, 좀비들은 그런 행동양식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울러 동종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각은 급격히 퇴화했으니, 다른 감각기관이 활성화되어 냄새나 소리 등으로 좀비와 사람을 구분하는 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후각에 의한 인지라면 그 후각은 좀비를 인지할 수는 있어도 일반적인 사람을 인지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두운 곳에서도 후각에 의해 쉽게 사람을 찾아 공격할 수 있겠죠.
공격의 이유는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지만 <식욕>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먹기 위함이었다면 좀비가 늘어나는 속도는 매우 느렸을 것입니다. 상당수 시체는 좀비가 되기 전에 행동할 수 없는 상태로 될 테니까요. 아울러 앞에 먹을 것을 두고 새로운 먹이를 찾는 것도 말이 안되는 행동 양식이죠. 따라서 좀비가 사람을 무는 것은 단순한 공격성의 발현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좀비는 죽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죽는 부위를 공격하는 경우 죽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머리가 주효합니다. 죽일 수 있다는 건 좀비가 걸어 다니는 시체라는 묘사와 달리 생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좀비가 이미 죽은 것이라면 사후경직 현상으로 인해 영화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3. 영화 <부산행>과 같은 좀비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까?
①전파경로에 의한 가능성
좀비가 공기나 기타 수인성 질병이 아닌 물어서 전염되는 방식이라면, 급격한 전파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잠복기가 극히 짧고, 병변의 특징이 너무 유별나게 들어나는 바, 쉽게 감염자를 구분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위기 대처능력을 가진 사회라면 좀비를 제거 또는 격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산행>이 가능했던 건 재난에 대한 콘트롤 타워가 없는 박근혜 정권 시절에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특정지역에서 좀비사태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전파되어 영화에서 처럼 서울에서 발생한 좀비들이 KTX보다 빠르게 천안까지 전파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부산행>처럼 KTX에서 발발하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좀비들이 수많은 잠재적 희생자를 놔두고 도시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으며 도시 내의 인구를 살상하는데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반면 수학적으로 보면 얼마나 빠르게 감염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처음 1개체가 1분에 한명을 물어서 감염시킨다고 보면, 1분이 경과한 시점의 좀비는 2, 2분이 경과하면 4, 3분이 경과하면 8, 10분이 경과하면 1024, 27분이 경과할 때 13만4천, 30분이 경과하면 107만, 36분이 경과할 때 남북한 인구 합친 것에 육박하는 6870만, 43분에 세계인구 70억을 넘는 87억 개체로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10분에 한명이라면 위 시간에 10을 곱하면 되니 400분 만에 전세계 인구를 모두 감염시킬 수 있는 기하급수의 마술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런 빠른 속도로 감염을 시킨다면 감염시킬 개체를 찾는 시간이 이동속도에 비해 현저하게 느리기 때문에 전파속도는 느려질 것으로 보여, 어느 임계점을 지나면 좀비 수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며, 좀비의 자연 생존시간을 추정할 수는 없지만, 생체리듬이 급격히 파괴되는 질병의 특성상 전 인류를 감염시키기 전에 좀비 자체의 급격한 자연감소가 이루어져 자연 퇴치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특히나 좀비는 자체적인 종의 번식이 가능할 것 같지 않고,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인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에 인간 대 좀비의 싸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인간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입니다.
②쉬운 제거 가능성
좀비가 지능이 있어 특정한 목적을 위해 조직화하지 않고서야 일반적으로 청와대, 군부대 등은 좀비들이 접수하기 쉬운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좀비 사태가 발생해도 통신망이나 군 지휘체계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좀비의 공격성은 기간시설 등의 파괴 행위를 동반하지 않으니 전자적으로 제어되는 모든 인프라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군대가 출동한다면 쉽게 (잔여 좀비를 소탕하는 것에 시간이 걸려도) 좀비의 대다수는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군대가 제대로 작전을 벌이면 전투가 아니라 좀비 학살이라 부르는 상황이 되겠죠. 부산행에서는 바리케이트 정도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아마 하루 이틀 내에 반격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조직화 되지 않은 좀비와의 전투 결과는 뻔합니다.
사실 현대화된 장거리 살상무기 대비 좀비의 전투방식은 취약성이 많습니다. 밀리 유닛으로 레인지 유닛에 싸움을 거는 것인데, 정찰에서도 군이 유리하니 좀비 아포칼립스 따위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야간공격을 한다면 (군부대에는 야간 투시경도 있으니) 며칠이내에 좀비와의 전투는 거의 끝날 것입니다.
③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나 드라마처럼 좀비들이 창궐하고 인간은 소수만 남아 좀비들과 싸우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까?
모종의 이유로 좀비들이 세상을 순식간에 점령하고 지구의 모든 공권력이나 군사력이 무너진다고 해도 좀비는 오래못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좀비가 시체가 살아난 것이라 할 경우, 사후경직 현상과 부패현상으로 인해 극히 짧은 시간만 활동 가능합니다. 한두시간만 지나도 몸을 움직이기 힘들고, 곧 썩어서 이곳저곳이 부서질 것입니다.
좀비가 생체라면, 마법의 생물이 아닌 다음에야 역시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는데, 지속적인 공격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죠. 좀비의 에너지원이 사람이라 할 때, (1)<부산행>처럼 좀비가 사람을 먹기 보다는 주로 감염만 시키고 다닌다면 (좀비는 좀비를 먹지 않으니) 먹을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적어져서 결국 굶어 죽을 수 밖에 없고, (2)감염보다는 먹는데 주로 사람을 쓴다면, 좀비가 될 수 있는 시체가 별로 없어 영화 처럼 급속하게 증가하기 힘들 게 됩니다. 또한 일단 어떤 일로 좀비가 늘었다 해도 그 숫자를 유지할 능력이 좀비에게는 없어 보이죠. 즉 굶어 죽게 됩니다.
지상의 군병력도 모종의 이유로 기능을 상실 했다고 할 때, 미국의 항공모함 함대 등이 바다에 떠있는 상황에서, 항모는 보급 없이 장기간을 전투를 수행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좀비를 공격해서 인류멸망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묘하게도 영화에서의 유행과는 달리 좀비는 인류에 대한 위협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구시대적인 존재로 보입니다. 차라리 좀비병이 호흡기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설정된다면, 보다 설득력 있는 좀비 아포칼립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만, 이러면 좀비에 물리는 것보다 숨을 쉬는 것이 더 공포스러운 일이 되어버리니 더 이상은 생략하겠습니다.^^
4. 이렇게 핵무기에 비해 구시대적인 존재인 좀비에 대한 영화가 왜 인기가 있을까?
①미국과 소련이 핵 경쟁을 하던 시대는 지나가 버렸습니다.
(물론 북핵 덕분에 복고풍이 유행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세계대전이 일어나서 서로 핵전쟁을 하고 그로인해 인류가 멸망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힘들죠. 아마 중국이 더 성장하고 미국과 극단적인 대치를 하기 전에는 그런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없을 것입니다. 즉 국지적인 핵에 대한 위협(테러)이나 재래식 국지전은 가능하지만 대규모 전쟁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②외계인은 식상해졌습니다.
우주개발을 위한 경쟁을 하는 시대에는 외계인의 위협도 그럴듯한 생각이었지만, 이미 외계인이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침략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이 상식이 되어 버렸고, 만약 항성간 이동 기술을 가진 문명이 지구를 적대적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그런 기술을 가진 문명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가능성은 수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면 설득력이 없어집니다. 특히 국가간의 전쟁도 예전 1,2차 대전 같은 스타일의 지상군을 투입한 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외계인이 그 좋은 무기 놔두고 왜 지구에 내려와 땅에서 싸우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지죠. 헌데 지구인 끼리도 요즘은 그렇게 안싸우는 방식으로 싸워야 영화가 멋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영화를 만들기 힘듭니다. <폴링 스카이즈> 같은 드라마가 외계인과의 지상전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외계인을 바보 같이 만들어 놨는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지구를 침공할 수 있을 만큼 과학이 발전해야 했으면서도 지구인이 싸울 수 있을 만큼은 멍청해야 하는 외계인 보다는 차라리 <저그> 처럼 우주공간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모종의 생물이 지구로 침공했다는 것이 더 그럴듯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③인공지능은 이미 현실입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위협으로서의 인공지능보다는 그것의 철학적 함의를 다룰 정도(AI, Her)의 수준까지 다양한 발전을 이루었기에 인공지능이 단순히 기계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간을 멸종시킨다는 주제의 영화는 이제 별로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④이민족, 다른 계층에 대한 공포심 아닐까요?
좀비는 우리 주변의 어두운 구석에서 생겨납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적인 대기업, 정부가 뭔가 국민을 속이고 자본과 영합해서 생겨납니다. 그런데 그렇게 어두운 구석에서 발생한 좀비는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우리의 평화로운 삶, 직장을 차지 해버리는 거죠. 더구나 우리도 모르게 한번 잘못 <물리기만 하면> 그들처럼 될 수도 있습니다. 잘못하면 좀비와 같은 신세로 추락할지 모르는 위기감을 느끼는 거죠. 좀비의 특징은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이 사람임을 알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존재가 된다는 건데, 이건 <자아 상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구나 좀비 아포칼립스에는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동료, 지인에게 잡아먹힐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또한 잠복기가 길게 묘사되는 영화에서는 누군가 우리주위의 사람도 좀비에 감염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늘 강조하죠.
<좀비>를 <이민자>, <이주 노동자>, <빈곤층> 등으로 바꾸어 넣으면, 왜 좀비 영화가 바로 지금 시점에 유행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로 인해 지금의 안위가 위협 받는 다는 생각, 우리도 잘못 물리면 <그들>로 전락한다는 생각, 지금의 <나>를 잃어버리고 그 <무리>가 될지 모른 다는 생각, 나를 물어 뜯을지 모르는 존재는 멀리 있지 않고 내 등 뒤에서 갑자기 돌변해 나를 물어 뜯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좀비 영화를 보면서, 공포에 떨고, 때로 달려드는 좀비를 때려 죽이는 장면에 쾌감을 느끼는 순간,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는 한국의 트럼프를 불러내고픈 욕구가 꿈틀 거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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