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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영화]스타워즈 시퀄 3부작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by 만술[ME] 2024. 7. 17.

베리알님의 블로그에 답글을 달다 제가 의외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타워즈 시퀄 3부작을 제법 즐겁게 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적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타워즈와의 인연
 
영화 <스타워즈>가 우리나라에서 인기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SF를 좋아하지 않아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 첫 개봉하던 78년 우리의 경제적 문화적 상황이 이런 영화를 받아들이고 꾸준한 팬덤을 형성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재미있고 흥미로운 영화 중 하나였을 뿐, 두고두고 그 세계관을 공부하고 탐색하는 문화적 여건은 없었던 것이죠. 반면 마블의 경우에는 국내에 기반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시대가 바뀌어 경제, 문화적 기반이 이런 팬덤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겠고요.  
 
아무튼 저는 78년 개봉당일 당시 피카디리 극장에서 아침부터 줄을 서서 표를 구해 가까스로 당일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당시는 좌석에 대한 선택권이 관객에 있지 않았던지라 맨 앞자리 가운데에 앉아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지나가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경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경제적 여력 덕분에 당시 일본에서 수입되어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유통되던 책들을 통해 스타워즈에 대해 팔로우-업을 할 수 있었고, LP로 OST를 들을 수 있었고, VHS와 LD로 자막 없이 3부작을 보거나 TV에서 해준 방송의 녹화본을 통해 더빙으로 반복 재생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스타워즈를 극장에서 개봉할 때 보았던 1세대로서 아직도 스타워즈를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레전드와 캐넌
 
스타워즈를 좋아했지만, 레전드 세계관을 파고드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결국은 지금은 <캐넌>으로 굳어진 내용들 - 스카이워커 사가 9부작 영화를 포함한 <한솔로>, <로그원> 같은 스핀오프 영화들, <클론전쟁>, <저항군> 같은 애니메이션 시리즈 정도만 즐겼습니다. 아울러 게임을 즐기지도 않았으니 고공화국 이야기 같은 것에 흥미는 있었지만 빠져들지는 않았고 오히려 하이퍼 스페이스를 통해 은하계를 거침없이 날아다니는 시대의 발전속도가 로마시대의 문명 발전속도 보다 느리다는 것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아래는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수 들어있습니다.

 
제목에 대하여
 
<반지의 제왕 + 호빗> 6부작도 그렇고 <스타워즈>도 예쁘고 쉬운 우리말로 제목을 붙여왔습니다. <깨어난 포스>까지는 이 전통이 지켜졌죠. 그런데 문제작인 <라스트 제다이>는 충분히 우리말 제목을 붙일 수 있음에도 음차 제목을 붙였습니다. 뭔가 중의법이어서 영어로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제목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더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역시 음차 제목을 붙이고 말더군요. 그냥 평범하게 <마지막 제다이>나 <최후의 제다이>, <스카이워커의 비상>, <스카이워커의 부흥> 정도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캐릭터 변화
 
시퀄 시리즈, 특히 <라스트 제다이>에서 보여준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습은 모든 팬덤을 실망시켰습니다만, 저는 오리지널 3부작에서 루크 보다는 한 솔로의 팬이었기에 루크의 캐릭터 변화가 <충격>까지는 아니었고, 깨어난 포스 마지막을 그렇게 멋지고 다음 편을 기대하게 끝내놓고 (스타워즈에 늘 깨알 같은 개그가 많았지만) <라스트 제다이> 같은 방식으로 소모하는 것이 불만이었습니다. 
 
이 불만을 접어놓고 보자면 루크의 캐릭터 변화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루크는 태생적으로 다스베이더의 아들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스베이더는 단순히 황제의 오른팔이 아니고 제다이 영링의 학살자, 오더 66 이후 가까스로 생존한 제다이들을 색출하여 학살한 주모자니 루크는 나치로 따지면 하인리히 힘러 정도 되는 사람의 아들인 거죠. 늘 마음속에 뭔가 나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자신도 아버지의 나쁜 피를 이어받아 아버지 같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가 마음 한편에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황제가 자신의 마음속의 맹아를 제대로 본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과 함께요.
 
한편 루크의 처지는 쌍둥이 레아와 비교됩니다. 똑같이 당대 최고의 제다이와 공화국 상원의원의 아이로 태어났지만, 레아는 얼데란의 왕족으로 비밀리에 입양되어 공주로 자라서 그 배경으로 어린 나이에 겉으로는 제국의회 의원이 되고 뒤로는 반란군의 주요 인물이 되는 양다리 끝에 신공화국 탄생 후에도 신공화국 의원에 국방위원장까지 지냅니다. 출생의 비밀 때문에 정계에서 힘을 잃은 뒤에도 불복하고 동지들을 모아서, 신공화국이라는 민주공화정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뭐에 저항하겠다는 뜻인지 불분명한 강경파 탈레반 조직인 <저항군>을 조직하여 세력화를 획책하죠. 이러던 와중에 절호의 기회가 왔으니 퍼스트오더에 의해 신공화국 수뇌부가 몰살당하여 사실상 신공화국이 붕괴하자 유일한 신공화국 계승세력으로서 저항군이 등극하고 그 수장으로 군림합니다. 
 
반면 루크는 레아와 다르게 촌동네 타투인에서 농사짓고사는 아버지의 의붓형제의 집에 위탁되어 자랍니다. 입양도 아니고 아버지의 핏줄도 아닌 삼촌에게 키워져서 성도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죠. 교육이나 경제 환경도 넉넉지 못해 원하는 조종사도 못되어 무작정 상경하여 농촌 탈출을 꿈꾸는 신세가 되죠. 더구나 삼촌은 루크의 태생을 알고 있으니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못하게 철저하게 농부의 삶을 강요합니다. 시골생활과 의붓 삼촌에 얹혀사는 게 얼마나 힘들고 정에 목말랐으면 레아의 홀로그램을 반복재생하면서 여성에 대한 판타지를 키우고 이웃에 살지만 제대로 만나본 적도 없는 오비완 캐노비와 조금 가까워지자 아버지처럼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죠. (로맨스캠 당하기 딱좋은 시골 청년 루크!) 아버지가 제다이 기사였다는 한마디에 자신도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제다이 하겠다고 나섭니다. 이런 정에 굶주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뺀질이 밀수꾼 같은 놈을 친구로 두고 홀로그램으로만 보면서 꿈을 키웠던 여성을 만나지만 그 여성은 뺀질이 친구 놈에게 뺏기고 더구나 그 여성이 자기 쌍둥이 여동생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게 더 충격이었을지 다스베이더가 아버지란 게 더 충격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말도 안 되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 가문의 내력인 신체절단을 당하고, 결국 아버지 얼굴 한번 보고 아버지를 떠나보냅니다. 더구나 스승이라고 한번 배워보려 하면 그 스승이란 작자들이 뭔가 제대로 가르쳐주기는커녕 얼마 안돼 포스의 영으로 사라지는 악행을 거듭하죠. 이러면서 제다이의 운명을 이제 20대이자 농사밖에 배운 게 없는 청년에게 맡으라 합니다.  
 
업적으로 보자면 데스스타도 파괴하고 황제도 죽여 제국을 끝장낸 1등 공신이지만 뭔지 모르고 수락한 제다이라는 신분 때문에 그 공을 이용한 출세는 물 건너갑니다. 여동생은 똑같은 출신에 제다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제다이에 입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승장구하는데, 루크는 제다이 기사단이나 재건하는 개척교회 목사 역할을 떠맡은 것이죠. 말하자면 모든 시스템이 엉망인 신공화국이 유독 <신정분리>에는 철저해서 신부님이 데스스타도 파괴하고 황제도 죽였지만,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교회로 돌아가시죠라고 한 거예요. 그런데 이 루크라는 인물은 앞서 지적한 대로 사제 서품만 날림으로 받았지 성경도 모르고, 의전에 대해서는 더 모르는 무지렁이니 제다이 사원을 제대로 재건할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러니 광선검 무쌍을 선보이며 영입한 꼬맹이 제자 그로구조차도 몇 번 강의 들어보더니 답이 안 보인다고 오히려 제다이의 숙적이었던 만달로리안이 되겠다고 떠나죠. 더구나 아버지의 제자이자 당시에는 드문 정규 제다이 교육을 받고 인턴도 마치고 레지던트 막년차에 이런 저런 사정으로 떠난 아소카 타노조차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자기는 제다이가 아니라는 핑계를 대고  자기 알 바 아니라고 떠나죠.  
 
그 와중에 한때 이상형으로 생각하던 여동생은 뺀질이 밀수꾼 친구와 결혼해 아들도 낳죠. 그런데 알고 보니 제다이는 결혼도 못하고 사랑도 못합니다. 오비완이 니 아버지가 제다이 었다고 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덜컥 뭔지도 모르고 제다이가 된 게 결국 평생 모쏠로 살게 한 것도 억울한데 (아버지가 결혼해서 애도 낳았으니 제다이가 결혼 못할 것이라 상상도 못 했을 듯) 얄미운 동생과 친구 놈이 낳은 아들이 포스도 자기 집안 내력대로 강력하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여동생의 정치적 권력, 매제의 천부적인 경제적 능력과 암흑가 장악력에 조카가 제다이 기사단을 물려받으면 <정-경-신> 그야말로 3위 일체의 힘을 여동생네 집안이 가지는 것이죠. 따라서 아마도 루크는 벤 솔로에 대해 뭔가 흠잡을 곳이 없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뭐 하나라도 잡으면 그 핑계로 제다이 기사단만은 여동생네에게 뺏기지 않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루크와 그로구 - 평생 모쏠 제다이 보다는 차라리 평생 헬멧을 쓰고 살아야하는 만달로리안을 택하겠다는 그로구


 
그리고 <라스트 제다이> 시점의 루크는 이제 20대의 팔팔하던 청년이 아닌 꼰대라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보통 사람도 나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꼰대가 되는데, 루크 같이 트라우마가 많은 사람, 더구나 함께 이야기하고 도움 받을 제다이는 아무도 곁에 없고 걸핏하면 유령들이 얼씬 거리며 뜬구름 잡는 잠언들이나 해대는 환경에 살았다면 제정신을 유지하고 살아남은 것만 해도 용하죠. 아무리 최고의 제다이라 해도 나이 먹으면서 괴팍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즉, 우리가 알던 오리지널 시절의 루크가 <라스트 제다이>와 같은 캐릭터가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설정붕괴
 
어떤 점에서는 현생 인류의 사회도 그렇지만 스타워즈 세계관에서도 비대칭적 발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비대칭적 발전 때문에 후속작에서 흔히 설정붕괴라고 부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단 스타디스트로이어의 존재부터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원을 많이 태워서 지상병력을 이동시키는 수송선 용도와 시각적 위용 외에 2차 세계대전 시기의 전함 보다 더 쓸모가 없습니다. 일본이 망해가는 순간까지 거함에 희망을 걸었던 것을 생각하면 제국이나 퍼스트오더, 끝내는 파이널오더까지 이미 클론전쟁 시기에 1인용 전투기 대비 효용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것이 판가름난 스타디스트로이어에 투자하는 멍청함을 보인 것도 그럴 수는 있겠다 싶지만 광속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공간 통신 및 도약이 일상인 IT 강국인 공화국/제국 군대의 색적 능력이나 각종 무기의 사정거리, 동시 타격 성능은 2차 대전도 아니고 나폴레옹 전쟁시기의 해전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해전이나 공중전이 BVR은 없이 WVR만 있는 와중에 <라스트 제다이>처럼 폭격기로 적의 전함 갑판을 인근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폭탄을 낙하시키는 묘한 방법으로 폭격하여 침몰시킨다는 전술이 나와도 이상할 건 없죠. 
 
홀도 제독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하이퍼스페이스 돌격도 결국은 첨단 과학과 스팀펑크가 적절히(?) 조화된 은하 공화국/제국의 비대칭적 과학기술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서도 하이퍼스페이스 도약을 시행하거나 스타디스트로이어급의 전함을 조종하거나 하는 장면을 보여준 자율주행 시스템이 완비된 스타워즈 세계관이지만 홀도 제독은 중장급 제독이니 비주류였던 저항군 소속이었다고는 해도 실제로 함선을 직접 조종해 본 지 오래였을 것이고 까마득한 부하의 선상반란까지 참고 인내하며 추진해 온 필사의 탈출 작전이 예상치 못하게 노출되어 자신의 희생이 헛되이 될지 모른다는 당혹감까지 겹쳐서 자신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하지만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함선이 급발진하는 사고를 낸 것일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시간이라도 조금 벌어보려 적함에 충돌하는 몸빵 작전을 하려고 가속을 했는데, 패달오류로 하이퍼스페이스 도약을 한 것이고 마침 천운으로 낮은 확률의 획기적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죠. 아쉽게도 패달 블랙박스가 없어 사실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우주에서 벌어진 패달오인 급발진 사고 정도로 생각됩니다.               
 

은하 역사상 최악의 급발진 사고



제국군 보다 더 멍청한 퍼스트오더

공화국이라는 평화의 시기를 오랜 기간 누렸기 때문인지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등장하는 어떤 조직이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한심합니다. 무역연합의 드로이드야 무역연합 자체가 군사집단은 아니니 그러려니 해도 클론 전쟁기의 클론 군대도 스톰트루퍼 보다 좀 나은 수준이고 소위 장군이라 불리던 제다이들도 작전을 짜기보다는 전장에서 직접 싸우는 쪽을 선호하는 분위기니 <장군>은 삼국지연의 수준의 장군이지 현대전의 장군의 모습은 아닙니다. 그나마 제국으로 넘어가면서 장군, 장교들이 현대적으로 바뀌었죠. 물론 성격파탄자 카일로 렌이 전장을 뛰어다니는 것은 그러려니 해도 헉스 장군이 죄수를 <직접> 처형하겠다고 할 때 아무도 말리거나 의외로 생각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여전히 장군이 <솔선수범>하는 전통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아귀가 안 맞는 군대의 모습도 결국 스타워즈의 비대칭적 기술 발전에 따른 효과로 보입니다. 평화의 시기가 엄청나게 길었기 때문인지 (공화국은 무려 1000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대량살상이나 민간인의 부수적 피해를 피하려는 도덕적 저항이 근저에 있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디스트로이어로 행성을 포격하여 적을 섬멸하는 편한 방법을 택하기보다는 지상전을 통해 민간인 또는 자연환경의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적 병력을 섬멸하는 작전을 주로 전개하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데스스타가 놀라웠던 것은 그 파괴력이 아니고, 그런 무차별 대량 살상의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충격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스타디스트로이어 몇 대만 동원하여 무차별 포격을 가한다면 짧은 시간 내에 데스스타와 유사한 효과는 내면서 경제성이나 운용의 융통성에서도 유리할 것 같기 때문이죠. 이점에서 팰퍼틴은 퍼스트오더 보다 확실히 지능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퍼스트오더가 규모만 키워 데스스타 짝퉁을 만들 생각만 할 때, 팰퍼틴은 스타디스트로이어의 지상 공격력을 강화하여 다수를 운용하는 방안을 생각했죠.

아무튼 블래스터의 명중률만 논외로 하면 시리즈 내내 군사적 전략이나 능력의 수준에서 공화국, 제국, 반란군, 저항군, 퍼스트오더, 파이널오더 모두 그게 그거인 수준이라는 겁니다.

타고난 제다이 레이

태생적으로 타고난 능력자는 스타워즈 세계관에 늘 있어왔습니다. 루크도 농사꾼에서 다스베이더, 황제와 대결하는 수준이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리지 않았고, 아버지인 아나킨도 루크 보다는 좀 더 걸렸지만 제법 빠른 시간에 실력자로 성장했죠. 아소카 타노도 파다완 시절부터 제법 능력자였고, 케이넌 제러스는 파다완 시절부터 독학으로 실력자가 되었으며, 그 제자인 에즈라 브리저는 정식 제다이 수업도 없이 야매 제다이 마스터 케이넌에게 배웠지만 어느 순간 황제 팰퍼틴이 주목하는 능력자가 되었을 정도니 어쩌면 포스의 발흥은 제다이 평의회의 주장과는 달리 어린 시절 영입하여 정규교육을 받는 것보다 늦은 나이에 비정규적 교육을 받을 때 더 크게 발흥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성인인 상태에서 제다이가 된 레이는 그만큼 성장할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요? 다만 레이는 그 발현이 너무 급속했다는 것이 조금 공감되지 않는 것이죠. 21세기 서구문명보다 혈족주의가 강력한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팰퍼틴의 손녀라면 그 엄청난 능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쉬운 점들

<깨어난 포스>의 경우 이미 보았던 전개를 답습했다는 단점이 있지만, 때로는 그 답습이 새롭게 추억을 상기할 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주역들도 아주 매력적이라기보다는 뭔가 미숙한 부분이 많지만, 첫 편이고 향후 성장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장 아쉬운 점은 신공화국이 약화되고, 퍼스트오더가 등장해서 세력을 잡고, 저항군이 등장할 수밖에 없던 시대적 상황이 너무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신공화국과 관객이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기에 신공화국이 무너지는 그 비극적 장면이 별로 비통하지가 않아요. 그렇다 보니 퍼스트오더는 그냥 나쁜 놈이지 <죽일 놈>으로 느껴지지 않죠. 신공화국의 몰락을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불꽃놀이 구경하는 사람정도로 보였다면 너무 과장일까요?

<라스트 제다이>의 가장 큰 문제는 3부작 영화의 두 번째 파트임을 고려치 않고 그럴듯한 서사를 가지면서 새로움을 지닌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겁니다. <라스트 제다이>가 시퀄 3부작에 속하지 않는 스타워즈 스핀오프 영화였거나 <슈렉> 같은 스타워즈 세계관에 대한 패러디 영화였다면 매우 훌륭한 영화일 수 있었습니다. 감독은 스타워즈 세계관에 입각한 비주얼이 화려한 <슈렉>을 만들려 했던 것 같고, 그 취지를 좋아하는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는 반면 같은 이유로 팬덤은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만약 <라스트 제다이>가 스카이워커 사가가 아니라 스핀오프였다면, 감독이 뜬금없이 비주얼 만을 위해 배치한 장면들도 그 장면의 미학만으로 팬덤도 칭찬했을 것이고, 기존 클리셰 뒤틀기도 즐거운 마음으로 웃으며 보았을 겁니다. <로그원>이 전혀 다른 시작화면으로 시작하고 존 윌리암스가 음악을 담당하지 않고, 제다이가 등장하지 않으며, 기존 중세풍 전투에 비해 현대전의 느낌이 강한 전투에도 팬덤이 좋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록 마지막은 스카이워커 사가에 연결되지만, 스핀오프 영화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디즈니의 공주물로 이야기하자면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의 팬덤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는 스타워즈의 인물과 서사를 만들고자 했다면 <슈렉> 같이 너무 갈 것이 아니고 <겨울왕국> 정도의 자기반성과 클리셰 파괴 정도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결국 <라스트 제다이>의 뒷수습을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하다가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을 넘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최종 보스로 보이던 스노크는 이미 허무하게 죽었고, 카일로 렌이 최종 보스가 되기에는 레이와 <애>증의 서사를 너무 많이 쌓아 레이가 처치하는 이야기는 설득력 있게 전개하기 힘든 상황에서 헉스 장군도 개그 캐릭터로 추락했으니 누군가 새로운 <악>을 등장시켜야 했고, 그나마 이 모든 일을 배후에서 조종할 인물로는 다스 시디어스 밖에 없었던 거죠. 여기에 팬덤을 위해 대규모 함대전을 보여주고, 다른 등장인물들도 뭔가 제 역할을 해야 하니 엑세골 전투 같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차라리 카일로 렌은 시스군주로서의 수련을 마무리 짓기 위해 시스 사원을 찾아 떠나면서 헉스 장군에게 얼마 남지 않은 반란군을 소멸시킬 것을 명하고, 카일로 렌을 찾는 레이의 수색과정과 포와 핀을 중심으로 한 저항군의 준비과정을 교차로 보여주다가 하이라이트에서는 카일로와 레이의 대결과 적절한 규모의 함대전(원하면 최종의 순간에 저항군을 돕기 위한 원군이 오는 것도 좋죠)을 보여주었다면 황제의 재등극과 출처불명의 거대함대를 도입할 이유는 없었다고 봅니다. 시스군주가 된 카일로 렌에게 레이가 밀린 위기의 순간에 영화에서처럼 레아의 간섭으로 카일로가 잠깐 주저하는 틈에 레이가 카일로를 찌르는 방식을 사용하면 레이의 강력함이 영화에서 보다는 더 적어질 수도 있고요.

맺는말

프리퀄의 첫 작품 <보이지 않는 위험>을 처음 볼 때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스타워즈 맞나, 조지 루카스 작품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3부작이 진행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워즈로 받아들였고, 시퀄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해 보면 스타워즈 영화, 드라마, 애니 등은 그 작품마다 스타일, 서사, 완성도 등에 있어 편차가 늘 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라는 게 때로는 드라마틱하지 않을 수 있고, 지질한 인물이 사소한 사건으로 왕이 되고 영웅이 잘못 먹은 음식으로 소화 불량에 걸려 허무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게 역사이듯 그냥 시퀄 시리즈도 <스타워즈>의 긴 역사 속에 별로 멋지지는 않아도 실제로는 일어났던 어떤 사건들이라 생각하면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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