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영화]|@천공의 성 라퓨타|@ 리핑에 대한 토론과 관련해서

by 만술[ME] 2004. 10. 18.
지난 며칠간 하이파이넷(www.hifinet.co.kr)과 DVD Prime (www.dvdprime.com)의 게시판에서 DVD의 리핑의 경우 원본과 다를 수 있는가 아닌가에 대한 열띤 논쟁(토론이라기 보다는)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디지탈 컨텐츠의 복사가 원본과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논자로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관심있게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런류의 논쟁이 그렇듯 사소한 일에서 시작해서 서로간의 불쾌한 감정을 가지는 방향으로 일단락 되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선 시작은 별 것 아닌데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이파이넷의 필자이자 국내 모 AV관련 월간지의 리뷰어로 활동하시는 K리뷰어께서 "천공의 성 라퓨타"에 대한 리뷰를 올렸습니다. (2004.10.11) 리뷰의 주요 내용은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었는데 어찌 보면 부가적으로 적었다고 할부분이 발단이 되었죠.
대원 C&A에서 발매하는 지브리 작품들은 대부분 DLT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일본쪽의 양해 아래 일본판을 리핑하는 방식으로 제작(이것은 절대로 불법이 아님을 밝혀준다)되기 때문에 일본판에 비해 색 농도가 옅거나 영상 S/N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었다. 이번 타이틀의 경우에도 색 농도는 거의 동일하지만 영상 S/N비가 약간 낮아 일본판에 비해 전체적으로 그림이 거칠게 보이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 차이는 크게 거슬리지는 않은 정도이다.
즉, 이번 "라퓨타"는 일본판에서 그냥 디지탈 소스를 그냥 받아서 이용하는 리핑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기존에도 이 방식으로 제작되었을 때 나타났던 문제처럼 화질의 저하가 있었다는 이야기죠. 이에 대해 DP (DVD Prime)에서 활동하는 Y님이 문제를 제기하게 됩니다.
글을 쓰신 분이 [리핑] 또는 [디지털데이터 Copy]에 대하여 오해가 있으신가 봅니다. 리핑이라는 것이 DVD 디스크를 재생시켜 나오는 아날로그 상태(영상출력)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복제가 불가능하도록 암호화된 디지털데이터를 암호해제하고 (데이터를)Copy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핑을 했다고 해서 [색 농도가 옅거나 영상 S/N비가 떨어지는...] 현상이 생길 수는 없습니다.
지당한 말씀이죠. 디지탈 복사의 경우 "원리적으로 보았을 때" 차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헌데 제가 K리뷰어 정도의 인지도를 지닌 사람이었다면 첫문장 "글을 쓰신~오해가 있으신가 봅니다"에 약간 거슬렸을 듯 하네요^^.
이에대해 K리뷰어는 자신은 그간 리핑버전에 대한 검수를 많이 해봤는데(실제로 QC에 많이 참가하고 계시는걸로 알고 있습니다.)실제로는 리핑버전이 원본에 비해 화질 저하가 있는게 사실이며, 이는 제작사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바이며, 직접 비교해 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답글을 달죠.
이번에는 당연히 더 거센 반론이 올라옵니다.K리뷰에의 몇몇 문장을 인용하면서 "리핑"의 의미를 혼용하는게 아닌가 등의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죠. 이에 대해 K리뷰어는 에어 어쿠스틱스의 사장인 찰스 한센씨 같은 세계최고의 디지탈 전문가도 불가사의하지만리핑시의 화질저하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코맨트합니다. 아울러 Y님이 자신의 글을 오독하면서 반반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하죠. 이 뒤부터는 한동안 서로의 이야기에 대한 오독과 그에 대한 불만, 나중에는 음모론, 자질론 등까지 등장하죠^^.
결국 이때까지의 진행은 이렇게 되었습니다. Y님의 리핑이란 원리상 디지탈-디지탈의 방식에 의한 것으로 원본과 복사본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주장에 K리뷰어는 그 원리는 나도 안다. 하지만 CD초창기에도그런 얘기가 있었지만 결국 CD는 원본과 복사본이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냐. 헌데 영상의 경우도 리핑본과 원본을 비교해 보면차이가 난다. 만약 원리상 그럴 수 없는 것인데 그런 차이가 난다면 제작사에 항의할 문제지 틀린 것을 틀리다한 리뷰어에게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일단 비교해 보고 이야기 하자. (물론 이에 대해 K리뷰어가 논점을 피해간다든가 말돌리기로 결국 원점으로 돌리고 있다는 등의 항의도 잇었습니다.)
결국 Y님은 코드2번 "라퓨타", "모노노케 히메"와 코드3번 "라퓨타", "모노노케 히메"를 비교하여 그 결과를 공포합니다. 비교방식은 ①업스케일링 DVDP와 DLP프로젝터에 의한 화질비교, ②리핑방식에 의한 데이타 크기 및 화일 바이너리 비교, ③캡쳐 화면비교에 의해 코드2와 3이 다르지 않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한 K리뷰어의 답변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입니다.데이타가 일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를 느끼는가 아닌가의 문제다. 헌데 업스켕일링 DVDP와 DLP프로젝터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때문에 소니 999ES와소니 36인치 HDTV를 썼음을 리뷰에도 밝힌 것 아니냐는 것이죠. 즉, 차이를 나타낼 수 없는 장비로 화질을 비교하고 그것이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고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논쟁은 대충 이런 방식으로 정리되었습니다. K리뷰어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CD의 복사 때도 그랬고 결국 무엇인가 원인이 밝혀져 현실적으로 차이가 나는 현상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논쟁을 정리하죠. 물론, DP의 회원이신 Y님은 DP의 칼럼으로 자신의 글을 올리기도 하고요.
전 이 논쟁에 대해 어떤 해답을 제시하거나 의견을 내놓을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 아룰러 K리뷰어께서 사용하시는 999ES를사용하지만 직시형 HDTV가 아닌SD를 사용하는데다 클래식 DVD만 보는 관계로 코드프리도 하지 않아 코드2는 볼 수도 없습니다. 물론,직접 비교하고픈 마음도 없구요.^^
헌데, 논쟁을 바라보며 좀 더 생산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래의 가상 토론 처럼요.
Y: 헌데 리핑이라면 디지탈-디지탈로의 복사이므로 원리상 차이가 있을 수 없는 것 아닐까요?
K : 맞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경험에 의하면 리핑에 의해 제작된 타이틀이 차이가 나더라구요. 이런 점은 제작사는 물론 세계적 전문가인 한젠씨 같은 사람도 인정하더군요.
Y : 제가 말씀 듣고 직접 비교해 봤는데 데이타 비교에서는 차이가 전혀 없구요.업스케일링 DVDP와 DLP프로젝터로 비교한 바에 의하면 저는 물론 동료들도 차이를 못느끼던데요.
K : 제 생각에 비교를 위한 장비가 적절치는 못한 듯합니다. 언제 저희집에 오셔서 직접 보시는게 어떨까요. 그리고 왜 원리에는 같아야 하는데 차이가 나는 이런 이상한 현상이 생기는지 함 얘기해 보죠.
Y : 그거 좋습니다. 저도 진짜 차이가 나는지 보고 싶네요. 연락드리죠. 가능하시면 저희 동호회 사람들도 몇명 같이 가겠습니다.
K : 그럼 더 좋죠.^^
어찌보면 이렇게 간단히 될 수 있었던, 그래서 사람들 모아 놓고 차이를 느끼거나 못느낄 수 있었던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그냥 과학적, 원리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입장과 나를 비롯한 내 동료들은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두개의 입장만 나열 되었을 뿐이죠. 아무리 원리적, 실험적으로 Y님이 차이가 없음을 밝히셨다고 해도 장비의 문제와 시험의 객관성(또는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가의 여부)는 의문에 남게 되었으며, K님의제대로 된 장비로 보면 차이가 난다는 주장도 본인의 주장일 뿐 공유되지는 못했죠.
지금까지 진행되왔던 앰프와 CDP의 ABX테스트, 케이블 비교 등 비슷한류의 논쟁들은 항상 이런식이었습니다.과학적으로 그럴 수 없고 느낄 수도 없다vs 난 체험했다의 논쟁에서 서로간의 의견이 좁혀진 적이 없었죠. 결국 돈지랄 vs. 무감각(무능력)의 결론으로 서로만족했겠지만...
과학적 이론은 모르지만 저와 제 동료들은 디지탈 케이블(솔직히 원리상 아날로그도 아닌디지탈 전송에서차이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의 교체에 의해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체험한 바 있습니다. 동시다발적 최면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그간 과학철학과 과학사에 의해 제안된 주장들에 의하면 현재 잘 확립된 이론에 의한 당연한 추론일지라도 그게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거니까요.
서로간에 열린 마인드를 지니고 토론했음 하는 마음입니다.
MF[M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