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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시리즈

[패션]초년 직장인 티 내지 않고 멋 내기 (10) 겨울철 외투 이야기

by 만술[ME] 2025. 12. 19.

이야기 하나 - 모스크바 발레극장에서
 
오래전 모스크바 출장 시의 일입니다. 해외사업본부의 본부장이 주관하는 출장에 해당사업분야의 전문가 지위로 자문을 위해 함께 해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현지업체와의 조인트 벤처 관련 일이었는데, 주관이 아닌 자문이라는 업무 성격상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마음에 출장 업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업체와 회의 후 이동하면서 볼쇼이 극장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같은 차량에 동석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출신의 영-러 통역 직원과 공연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고, 자신은 발레를 좋아한다는 말에 늘 같이 출장 다니는 해외사업본부장이 업무 끝나고 발레 같은 것을 보여주곤 하냐고 물으니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러면 제가 표를 살 테니 그날 저녁 발레나 함께 보러 가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니 너무 좋다면서 차를 돌려 티켓팅을 했습니다. 러시아는 외국인과 국민의 표값이 현저히 다르니 저 더러는 차에 있으라 하고, 자신이 뛰어가서 표를 구해오더군요.
 

제미나이 최고!

 
 
그날 밤 그녀와 간 공연장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가로 세로로 길게 늘어선 외투보관줄이었습니다. 모스크바가 제가 다녀 본 러시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추운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이었기에 다들 코트를 입고 공연장을 찾았고, 모든 관객들은 줄을 서서 외투를 맡긴 뒤, 공연장으로 입장을 했습니다. 사실 유럽의 대부분 공연장은 외투보관이 의무입니다.
 
겨울철 외투 보관은 제가 다녀본 유럽이나 미국의 식당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대로 된 식당이라면 외투 보관은 의무사항이었죠. 국내의 경우 호텔이나 최고급 식당 외에는 외투보관을 해주는 곳도 없고, 의무사항도 아닌 것과는 차이가 나는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저야 패딩을 입을 일이 없지만, 상당수 사람들이 겨울철 외투로 패딩을 입는 환경에서 식사를 하면서 외투를 의자에 걸쳐놓거나, 놓아둘 자리가 없어 패딩을 입고 식사를 해야 하는 풍경을 보면 일사(事) 자를 사용해서 밥 먹는 행위를 표현하는 것과 연관되어 약간 서글픈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국내 공연장의 경우에도 외투나 소지품을 보관하는 장소가 있음에도 외투를 맡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보관소를 사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연주자에게 줄 꽃다발을 보관하는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며칠 전 작은 공연장에 연주회를 보러 갔었는데, 관객 중에 외투를 보관한 사람은 저 혼자더군요. 아마 공연이 끝나고 연주자 사인을 받기 위해 부리나케 줄을 서야 하거나 남들보다 먼저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를 빼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맡기고 찾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보관소가 운영된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인지 몰라도, 겨울철 공연장 풍경을 보면 다들 가슴에 외투를 돌돌 말아 안고서 공연을 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코트는 문제가 없는데, 패딩의 경우는 조금만 움직여도 바스락 소리가 나니 공연감상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외투 주머니에 넣어놓은 핸드폰이 쾅하고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투를 맡기고 편하게 식사하고, 공연을 관람하는 문화를 우리도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고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 둘 - 얼죽코의 패딩
 
직장 생활의 대부분을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패딩이라는 옷을 입으면서 제대로 된 스타일을 추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일명 얼죽코로 살아왔습니다. 겨울에 러시아 극동지역이나 내륙으로 출장을 갈 때나 국내서 겨울철 야외활동을 하는 특별한 경우에 패딩을 입은 적은 있지만 요즘은 겨울철 야외활동도 전형적인 패딩은 입지 않고 패딩처리가 된 항공점퍼 스타일을 입거나 캐주얼한 스타일의 코트를 입습니다.
 
얼죽코로서 출퇴근에 입는 코트는 네 종류인데, 예전의 일반적인 울코트와 달리 요즘의 코트는 패딩처리가 안쪽에 되어 적절한 온기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 코트 중 두 가지가 이런 안쪽에 패딩처리가 된 것인데, 하나는 구즈다운이고 다른 하나는 신슐레이터로 처리가 된 제품입니다. 저야 외부에 노출되어 걷거나 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코트를 입고 걷는 시간은 대부분 주차장에서 이동하는 시간뿐입니다) 패딩처리가 특별히 장점이라 할 수는 없지만, 패딩의 장점과 스타일을 함께 챙기고 싶다면 이런 류의 코트를 선택해 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저는 추운 계절에 이탈리아를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와이프는 밀라노와 로마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밀라노는 더 북쪽임에도 패션의 도시답게 다들 코트를 입고, 로마는 패딩을 많이 입는다고 했는데, 역시 패션에는 패딩보다 코트가 아닐까 합니다.
 
이야기 셋 - 캐시미어와 핸드메이드
 
오래전 동료팀장이 입고 다니던 코트에는 양 소매 아랫단에 한쪽은 캐시미어, 다른 쪽은 핸드메이드라고 붙어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디자인적 요소로 특별히 단단히 박아놓은 옷을 제외하고는 이런 레이블을 떼고 입는 것이 정답이란 사실이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떼지 않고 입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저야 당연히 떼고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이었는데, 핸드메이드로 만들었건, 캐시미어 소재로 만들었건 그건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정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하등 불필요한 내용이니 과시적 목적 외에 용도가 없어 가격표를 떼는 것처럼 떼고 입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양손에 찬란한 레이블을 달고 다니던 그 동료팀장도 제 생각에는 어느 정도 동감은 했지만, 결국은 떼지 않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떼면 다시는 붙일 수 없고 행여 와이프가 보고 뭐라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요즘은 덜하지만 여전히 캐시미어와 핸드메이드 레이블이 붙어 있는 코트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주로 수입산) 좋은 원단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로로피아나나 제냐 같은 원단 레이블을 그 위치에 달아 놓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때로는 이런 원단 택도 여전히 달려 있는 경우를 봅니다. 이런 레이블을 아마도 앞서 이야기한 동료팀장처럼 과시적인 목적보다는 뭔가 찜찜하다는 생각에 달고 다니거나 뗀다는 생각 자체를 못해서 달고 다니는 것이 대부분이라 생각하는데, 패션이 취향의 영역이라 생각하면 금지의 대상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손해를 보는 경우는 있을 듯합니다.
 
우선은 실용적인 이유인데, 이런 레이블은 떼어내기 편하도록 양쪽 끝에만 살짝 박음질이 되어 있어 무엇엔가 걸리기 딱 좋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디에 걸려 뜯어질 염려가 있는데, 그냥 레이블만 떨어지면 다행이지만 최악의 경우는 옷감을 손상시키면서 떨어져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레이블을 당연히 떼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볼 때,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뭔가 과시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이거나 패션에 둔감한 사람으로 보일 염려도 있습니다. 반대로 레이블을 떼고 다니면 옷에 레이블이 있었는지 원래 없었는지를 알 수는 없으니 레이블을 달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만나도 특별히 책잡힐 일은 없죠.
 
따라서 가능하면 캐시미어와 핸드메이드 레이블은 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레이블이 붙어 있다고 고급 옷이라 생각되는 시대도 한참 지났습니다. 요즘은 오히려 싸구려 원단이나 품질을 이런 레이블로 감추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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