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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이야기

[오디오]젠하이저 이어폰 IE 900 (Sennheiser IE 900)

by 만술[ME] 2025. 11. 3.

전에 64 Audio U18t 이어폰에 대한 글에서 헤드폰과 달리 이어폰은 쓸 일도 없고,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지만, 1년이 조금 더 지난 시점에 새로운 이어폰에 대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불일치에 대해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만, 이 글을 검색해 들어오신 분들이 제 개인적인 사정이야 관심 없을 것이므로 제품에 대한 이야기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사용하는 분들에게 젠하이저(Sennheiser)는 친숙한 브랜드지만, 저는 젠하이저의 헤드폰 앰프인 HDV 820을 사용한 것이 전부로, 젠하이저의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이번 IE 900이 첫 경험입니다. IE 900은 유선 이어폰인데, 젠하이저에서 나오는 유선 이어폰 중에는 등급이나 가격이나 현존 최상위 제품이고 프로시장을 겨냥한 제품입니다만, 요즘 이미 언급한 64 오디오 U18t 같은 고성능, 고가의 제품들이 워낙 많이 소개되고, 의외로 그런 제품을 소비하는 분들도 많아 플래그쉽 기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줍니다. 이 바닥이 돈을 들이지 않고, 취미와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부담되는 정도의 가격 아니면 뭔가 제대로 취미생활을 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추세라 생각됩니다. 요즘은 음악 감상 장비의 일반적인 수준이 높아져서 같은 음원을 다른 장비로 들었을 때 느끼는 감동의 편차보다는 같은 곡을 다른 음원으로 들었을 때 느끼는 감동의 편차가 더 큽니다. 그렇기에 적당한 수준의 소비를 하면서 취미를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금전적 부담을 가지면서 뭔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을 꿈꾸며 소비를 하거나, 어떤 제품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으로 소비를 하는 취미활동은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제가 이율배반적으로 IE 900을 듣고 리뷰하는 데는 이런 취미생활과는 다른 개인적 이유가 있다는 변명으로 간단히 대신하고자 합니다.)    

 

 

알루미늄 바디를 지녔음을 강변하는 듯한 줄무늬 디자인

 

패키지 구성 

 

그야말로 돈 생각나게 하는 패키징입니다. 저는 비싼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화려하고 쓸모없는 포장을 선호하지 않고, 겉포장이야 포장에 쓰는 돈이나 정성을 제품에 들였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구성품은 좀 아쉽습니다. 실리콘팁이나 폼팀의 개수가 각각 3쌍으로 아쉽고, 가장 별로인 부분은 보관/휴대용 케이스로 느낌상 몇만 원짜리 제품에 포함된 케이스처럼 느껴집니다. 케이블을 2.5, 3.5 및 4.4mm 케이블 세 종류를 제공하는 것이 그나마 훌륭한 부분입니다. 케이블 피복은 파라-아라미드 재질이라 하는데, 전형적인 이어폰 케이블 두께로 굵직하지는 않지만 내열/내화학성이 강화되고, 강도도 증폭되어 케이블 단선 등의 염려가 없을 듯합니다. 다만 Fidelity (+) MMCX 방식의 커넥터가 범용이 아니라 커스텀 케이블을 사용하는데 난점이 있다고 합니다.

 

제품 외양 및 착용감 

 

알루미늄 절삭 가공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한(위 사진참조) 이어폰 본체는 다들 고급스럽다고 찬탄을 하지만, 제가 보기에 딱히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플라스틱 재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싼 제품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지는 몰라도 딱 봐도 비싼 이어폰이다 하고 생각할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젠하이저 로고를 보고 가격을 추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제공되는 이어 팁이 비록 두 가지 재질에 각각 세 가지 크기로 제공되어 단출하기는 합니다만, 착용감에 있어서는 제법 훌륭합니다. 64 Audio U18t의 다소 불편했던 이어 팁에 비하면 구태여 별도의 커스텀 이어 팁이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본체 크기도 작아서 귀에 쏙 들어가는 스타일입니다. 푹신한 베개라면 착용한 채 옆으로 누워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귀에 걸치는 부분의 탄성이나 유지력에 있어서도 64 Audio U18t를 쓰면서 케이블이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려 하는 듯 불편함을 느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좋습니다. 다만 움직일 때 케이블을 통해 잡음이 귀에 전달되는 게 심한 편인데, 착용 시에 좌우 케이블을 적당히 서로 꼬아서 착용하면 소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스펙 및 음질

 

요즘은 뭔가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한 차이파이 제품이 대세이기 때문인지, 한 브랜드의 최상위 제품임에도 하나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장착했다는 점은 신선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얼마 전 소개한 64 Audio U18t가 18개의 BA드라이버로 구성된 것과는 극과 극이라 할 수 있는 방식이죠. 요즘이야 평판형 헤드폰을 작은 이어폰으로 축소한 듯한 평판형 풀레인지 이어폰도 나오는 마당이니 하나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풀레인지를 구현하는 것은 너무 낡은 듯하면서도 젠하이저가 최상위 제품에 이 방식을 선택했다면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극복했겠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우징에 작은 구멍(헬름홀츠 공명기)을 세 개 뚫어 피크를 제거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오픈형의 장점을 취한 것이죠. 

 

아울러 임피던스가 18 Ω에 불과한데, 고급기종 = 높은 임피던스 = 쉽게 울리기 어려움으로 통하는 공식 역시 보기 좋게 타파하고 있습니다. 한 개의 DD 유닛 채용과 낮은 임피던스, 그야말로 구식 이어폰 제조의 끝판왕 버전을 젠하이저가 구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이점은 스펙으로 증명되는데, 대역은 5 Hz - 48,000 Hz, THD는 < 0.05% (1 kHz, 94 dB), SPL은 123 dB (1 kHz, 1 Vrms)입니다.

 

음질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나의 드라이버를 사용한 장점이 명확하게 드러나 정말 평탄한 특성을 들려준다는 것입니다. 특히 고음 특성이 모난 곳 없이 일정하고 순수합니다. 치찰음도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저역은 젠하이저 제품들이 일반적으로 강조되어 있다는 평을 받는 것 같던데, IE 900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음질적 특성도 맑고 고운 모니터 성향이라 재미있고 신나는 음색을 선호하거나 찐한 맛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고 무색/무취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만, 듣기 편하면서도 들릴 소리는 다 들려 제 취향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강력한 저역을 느낄 수 없기에 저역이 아쉬운 경우는 이어 팁을 장착하는 방식에 따라 조금은 저역이 보강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18 Ω의 임피던스 때문인지, 아이폰에서도 충분히 박진감 있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고급 DAC나 별도의 앰프가 없어도 IE 900의 성능의 대부분이 쉽게 드러나는 듯합니다. 오히려 거치형 앰프에서 강한 출력으로 밀어붙이는 경우에 모바일 환경과 대비해서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어폰답게 모바일 환경에 특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상력은 그 방면에 뛰어난 64 Audio U18t 같은 제품들에 비해 아쉽습니다만, 결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쨍한 사진이나 부자연스러운 고화질을 볼 때의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운 해상력을 보여줍니다. 들으면서 해상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부족함이 없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결론

 

IE 900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그것도 단 하나만 채용해서 저 임피던스 이어폰을 구현함으로써 같은 스타일로 제작할 때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음질을 얻어 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대역이 정확하고 왜곡 없이 들리며, 특히 고역의 평탄함은 매우 훌륭합니다. 프로용 모니터 장비를 지향한 특성상 소리가 다소 심심하게 들릴 수 있지만, 소리가 아닌 음악을 듣는다면, 정확하게 재현되는 음악을 통해 음악의 진수를 느낌으로써 오디오파일적인 쾌감도 느낄 수 있는 이어폰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헤드폰이 아닌, 이어폰이 필요한 모바일 환경에서는 최상의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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