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클레이모어(애니/만화)에 대한 포스팅을 몇 차례 올린 적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원작 만화의 초반부를 거의 준용하면서 커다란 전기가 되는 사건인 <북의 전란>까지 이야기를 진행하고 북의 전란 이후를 나름의 결론으로 마무리지어서 완결적으로 내용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원작 만화는 그 뒤 한참을 진행되어 최근에 완결되었습니다.
[독서]클레이모어 다른 결말 (Claymore - The Alternative Ending)
이전 포스팅에 언급한 것처럼 작가가 어떤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지 궁금한 점들도 제법 많은 만화였는데, 결말이 난 지금에 와서 보면 대부분은 궁금점이 해결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화를 지켜본 감회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당연히 제법 많은 양의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1. 질질 끄는 여타의 일본만화들과 달리 <클레이모어>는 초반부터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마무리 짓고자 하는지 결정하고 작업한 느낌이 강합니다. 테레사 - 클레어라는 두 주인공과 설정상의 쌍둥이 여신의 이름이 같은 점, 그리고 테라사의 피와 살을 클레어에 이식함으로써 <한 몸>이 된다는 전개과정 등이 애초에 작가가 결말을 어떻게 지을지 정하지 않았다면 생각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박스 안의 글을 보시면 좋습니다.)
2. 주인공이 성장해 나간다는 스토리는 여타의 성장류 만화들과 비슷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료들의 역할과 클래어의 공감능력을 통해 동료들은 물론 적들과의 정신적 교감에 의한 성장이 육체적이거나 기술적 성장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여타의 만화들과는 다릅니다. 기술의 습특도 단순히 반복적인 연습 통한 기술의 전수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고속검이나 풍참 같이 전수자와의 정신적인 교감이 중요하고 어찌 보면 습듭된기술은 그 결과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정신적인 성숙이 결국 클레이가 큰 일을 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3. 막판에 가서 테레사/테레사의 각성이라는 먼치킨이 모든 것을 정리한다는 점에서 그간 함께 해온 동료들의 역할과 희생이 무의미해졌다는 의견도 있던데, 제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이미 작가가 테레사의 대사를 통해 정리했듯, 마지막 단계까지 이끌어 온 것은 모든 클레이모어들의 공로며, 그들은 분명히 '하나의 각성자로서의 프리실라'를 처치한 것입니다. 다만 이후는 테레사+클레어와 증오만 남은 '괴물' 프리실라와의 못다한 비즈니스의 완결일 뿐이죠.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인 선인 클레어가 각성한 테레사의 각성체와 궁극적인 악인 프리실라의 잔여물과의 대결, 다시 말해 선과 악의 대결을 보여준 것입니다. 또한 작가가 중언부언하여 강조했듯 완벽한 각성체로서의 테레사의 강함은 클레어의 정신 때문에 가능했고, 그 클레어의 정신을 지탱해 준 것은 바로 동료들, 그리고 희생자들이었습니다. 즉, 이 모든 것들의 완벽한 조합이 '각성자 테레사'라는 겉모습으로 나타난 것뿐이지 단순히 테레사가 프리실라를 무찌른 것이 아닙니다.
4. 여자요마와 요마의 새끼 (이전 포스팅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한 답) ㅡ 여자 요마는 없고 남자만 있다고 생각한 것은 요마의 발생과정을 알고 나니 사실이 아니었나 봅니다. 다만, 그 전이과정에 있어 숙주를 택할 때, 건강하고 사냥에 유리한 개체인 남성에 더 잘 전이되는 방식으로 요마인자가 진화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린 요마가 없고, 여자요마가 드믄 이유가 설명이 됩니다. (<클레이모어>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요마화는 일종의 감염에 의한 <증상>입니다)
5. 각성자의 기억과 도덕성 (이전 포스팅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한 답) ㅡ <클레이모어> 내에서 정확한 답을 준 바는 없지만, 카산드라의 전사로서의 자긍심 회복, 프리실라의 최후의 대사 및 각종 사례들로 미루어 각성자는 클레이모어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각성후 달라지는 것은 내장에 대한 식욕을 참지 못하고, 그것과 연관된 도덕성의 개념이 달라진다는 것뿐입니다. 다만 의문인 것은 그 달라짐의 전개과정의 원리인데, 요마의 경우 감염에 의한 것이므로 육체와 정신이 병들었다는 것으로 기억의 잔존과 달라진 식욕+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될 수 있지만, 각성자의 경우 어떤 경로로 이런 변이가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죠.
클레이모어가 사람+요마일 일부(=감염된 숙주의 일부)로 된 것이니, 크레이모어의 상태인 (1)멜라닌색소의 현격한 감소 (2)탁월한 재생력+노화 속도 정지 (3)낮은 대사량 (4)힘의 강화 등의 증상은 요마균의 병변증상임에 분명하지만, 클레이모어는 요마균을 일종의 백신화하여 주입한 관계로 신체의 급격한 파괴에 이르지 않고, 요마균의 증상이 발현되어 있지만, 적당히 조절되는 상황이 클레이모어의 상태라 할 때, 클레이모어의 각성은 요마균이 기존의 숙주인 요마에서 본체인 클레이모어의 몸으로 완전히 전이된 상태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 백신화 과정에서 전염성이 없어지는 대신에 요마균에 감염 시 나타나는 특정 증상이 강화되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6. 각성과 고통(이전 포스팅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한 답) ㅡ 각성자, 요마, 클레이모어 모두 고통에 대해서는 괭장히 둔감한 편입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팔다리 잘려나간 상태에서 엉금엉금 기어가서 그거 붙이겠다는 생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아파서 징징되고 누워있기 마련이죠. 따라서 요마균은 일종의 마약처럼 고통에 둔감하게 하고, 그것이 어쩌면 클레이모어, 요마 등의 힘의 원천일 수 있겠습니다. 그나마 클레이모어는 고통을 느끼기는 하는 반면, 각성자들은 팔하나 잘려나가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죠.
7. 조직에서의 전투력 측정(이전 포스팅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한 답) ㅡ 조직이 될성부른 나무를 알아보는 방법은 세가지 중 하나 또는 세 가지를 병행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1)요기 감지 능력이 탁월한 클레이모어를 통해 수습생 시절부터 요기의 양을 파악 (2)후보생의 과거 이력(요마와의 원한 등) 관리를 통한 예측. 프리실라는 조직에서 이미 그 특수한 과거 이력을 통해 최고의 전사로 적합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이 맞은 경우이고, 클레어는 최고의 넘버원 중 하나인 테레사의 이식+클레어의 복수를 위한 동기라는 기대요인이 있었지만, 실망한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3)극히 의학적 방법에 의한 감염된 요마균 배양실험을 통한 예측. (요마균 개체수 확인 등)
8. 7년의 미스테리(이전 포스팅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한 답) ㅡ 그녀들은 7년간 뭘 했길래 강해졌을까요? <클레이모어>에서는 그냥 수련했다고 나옵니다만, 시스템이 잘 갖춰진 조직에서 수련한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강한 요마나 각성자를 사냥해 가면서 수련한 것도 아닌, 자기들끼리 요기도 억제하고 수련한 결과라 생각할 때 그녀들은 강해져도 너무 강해졌습니다.
요마를 병이라 할 때, 요마는 부수적 병변현상으로 신체의 급격한 변화와 그를 감당 못한 신체의 파괴가 일어나는데, 클레이모어는 백신화해서 요마를 주입한 덕분에 그 부수적 병변현상을 극도로 억제할 수는 있지만, 무리를 해서 몸에 내재된 요마에 자극을 하거나, 인체를 혹사해서 인체가 요마를 감당 못하는 경우 <각성>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7년간의 기간은 요마균이 숙성해서 보다 강력한 증상을 보일 수 있도록 충분한 잠복기를 제공한 것과 동시에 인체는 수련을 통해 더 강해져서 기존의 인체에 비해 강력해진 요마균의 증상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 아닐까요?
9. 요마가 일종의 질병이라 할 때 클레이모어가 본체인 요마보다 강한 이유의 설명도 가능해집니다. (물론 현대의학에 비해 낙후된 조직의 기술력으로 이런 진화의 과정을 어떻게 통제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요마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숙주가 병변 현상으로 인해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숙주를 갈아타고, 기존의 숙주를 포기합니다. 때문에 숙주의 생명 따위는 요마균의 생존에 있어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반면, 클레이모어는 요마균에서 전염성을 제거하고 백신처럼 주입된 것이기 때문에 요마균에게 숙주인 클레이모어의 생존은 곧 자신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숙주의 생명을 지키는 쪽으로 특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노화를 막고 (노화를 막으려고 거의 동면상태에 가깝게 대사량을 낮춰서 식욕도 없죠) 위험으로 부터 지킬 수 있는 보다 강력한 힘을 줍니다. 대사량이 낮은 데 힘은 어디서 나오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숙주의 가치가 요마균에 의한 증상의 발현에 있어 강함과 약함의 차이를 있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겁니다.
이제 <클레이모어>도 완결되고, 단행본 마지막권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MF[ME]
아래 클레어짱님의 질문에 대한 답글이 길어져 추가합니다. 클라리스는 이야기 진행상의 활약상으로는 처음 등장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전반적인 틀에서는 중요한 존재라 생각합니다. 작가는 처음부터 <테레사-클레어>라는 쌍둥이 여신의 콘셉트, 그리고 그 여신의 현신이라 할 수 있는 테레사와 클레어 사이의 정신적, 육체적 합일을 중요시했고, 때문에 <클레이모어>는 단순히 테레사의 죽음으로 비롯한 클레어의 프리실라에 대한 복수의 여정이라기보다는 혈연도 아닌 두 존재가 수많은 사건과 만남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합일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프리실라는 궁극적인 <목표>라기보다는 그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도구>에 가까운 것이죠.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철학논고>에서 말한 올라가면 버려질 <사다리>와 같습니다. 이런 합일의 과정의 정당화에 대한 탐구를 위해 작가는 두가지 복선을 정성스럽게 준비합니다. 하나는 클레어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사람들, 동료들의 희생과 그로 인한 그들의 정수의 습득입니다. 일레네는 육체를 주는데, 테레사 사건 이후 <물러선 자>였던 그녀가 테레사의 복수를 위해 <나아가는 자>인 클레어에게 물러선 자신에게는 소용이 없다며 육체의 일부를 떼어주는 것, 그리고 그 떼어준 육체가 일레네에게 있어 유일하게 <각성>한 부분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일레네의 고속검은 팔을 각성시키고 나머지 몸과 정신으로 그 각성한 팔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이후 오필리아의 정신적 동기부여에 의한 합일(친오빠에 대한 복수), 진의 요기 동조에 의한 동료애적인 희생, 라파엘라의 경험의 전이 등의 과정이 첫 번째 복선이죠. 두번째 복선은 클레어와의 만남과 관계없는 존재들의 정신적-육체적 합일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입니다. 자매인 라파엘라-루시엘라의 요기동조, 쌍둥이인 알리시아-베스, 그리고 전혀 혈연관계는 없지만 상호 간의 신뢰와 의지로 유지되는 클라리스와 미아타의 관계가 그것입니다. 클라리스-미아타는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 엄마와 딸과 같은 관계라는 점에서 테레사-클레어의 관계와 같으며, 클라리스가 각성한 미아타를 완전히 통제하고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더구나 <망각>됨으로써 미아타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클라리스는 클레어처럼 많은 과정을 겪으며 성숙할 기회는 갖지 못했기에 미아타를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본인은 미아타에게 <망각>될 수밖에 없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반면 크라리스와는 다른 많은 성숙의 과정을 거친 클레어는 테레사를 영원히 <망각> 하지 않고 간직하며, 테레사도 클레어 속에 영원히 살아갈 것입니다. 리플-더프의 합체, 각성자를 모두 흡수해 버리는 프리실라의 모습도 그 합일 가능성에 대한 변주라 할 수 있으며, 프리실라의 팔을 이용해 부활한 새로운 심연 3인방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기서 작가는 그 합일의 과정이 정신적-육체적 성숙과 합일체 간의 마음의 동조가 없으면 어떤 결과를 나타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세 합일은 모두 다른 방식인데, 리플-더프의 합체는 의지가 없는 단순한 두 육체의 합일이 가져오는 결과 ㅡ 리플-더프 합일체는 전혀 대사도 없고, 행동은 의지가 없이 본능만 있는 듯 보입니다 ㅡ 를 보여주며, 새 심연 3인방은 독자적인 정신을 지닌 육체에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타인의 육체가 삽입되어 합일될 때의 부작용을 보여주고, 프리실라의 카산드라 등의 흡수는 의지가 있는 두 주체가 한쪽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합일될 때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작가는 비자발적 합일의 세 가지 가능성 ㅡ 정신이 부재한 육체 간의 합일, 정신과 육체의 합일, 정신과 정신의 합일을 모두 다루는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준비된 두가지 복선의 틀에서 클레어가 프리실라와 함께 라파엘라-루시엘라의 융합체에 의해 봉인되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그 융합체는 (모양도 그렇고) 마치 클레어가 성체가 되기 위한 고치와 같은 기능을 합니다. 실제로 클레어는 그 안에서 상당기간을 움직임 없이 성숙하며, 그 고치가 놓이는 장소는 다름 아닌 가장 성스러운 도시인 성도 라보나입니다. 클레어는 고치 속에서 <테레사-클레어>라는 <사랑 또는 선>의 완전체로 성장해서 부활한 반면, 같은 고치에서 성숙한 프리실라는 반대로 <증오 또는 악>의 완전체로 부활한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하겠습니다. 고치 속의 성숙기간 이후 ㅡ 아마 이 기간 동안 클레어는 끊임없이 라파엘라-루시엘라, 그리고 테레사를 포함해서 자신에게 정신과 육체적으로 도움을 준 동료들과 교감을 하며 성숙했을 것인데 ㅡ 잘린 몸이 완전한 몸으로, 옷과 몸을 꿰맨 실마저 없는 순수한 몸으로 아기처럼 <새로운 탄생>을 합니다. 갈라진 상처를 이제는 <조직>이 아니라 <동료>들이 꿰매어 준다는 것도 의미심장하죠. 클레어가 고치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벌어진 일은 클레어의 성숙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세상도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 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밀리아의 조직에 대한 도전과 희생은 클레이모어 전체가 자신들이 말로만 이야기하는, 단순히 요마가 아니라는 뜻의 <사람>이 아니라 동료를 사랑하고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진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각성>을 하게 하고 그로 인해 조직이 붕괴됩니다. 여기서 <각성>(깨어남)의 의미심장함을 볼 수 있는데, 그간의 반인반요인 클레이모어는 스스로를 늘 사람이라 칭하면서도 속내는 중간자, 사람도 아니고 요마도 아닌 존재로 보아왔고, 조직도 그렇게 이야기하며, 일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둘 중 하나라면 요마에 더 가까운 존재라 생각했죠. 때문에 <각성>은 반인반요가 사실은 자기가 요마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떤 극한의 <한계>에 부딪혀 <깨닫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즉, <각성자>의 의미는 반인반요인 클레이모어가 결국 자신이 사람이 아니고 요마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인 것이죠. 그렇지만 클레이모어가 반인반요라면 진심으로 본인이 인간이라고 <각성>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줄기차게 작가는 <반각성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한계를 넘어서도 여전히 사람일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그리고 그것은 정신력,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는 동료에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각성>이 새롭게 해석될 수 있음을 복선으로 깔아갑니다. 이런 과정속에 클레이모어들은 밀리아를 보고 조직이 심어준 <결국은 요마가 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한 거짓인식을 벗고 <사람>으로 <각성>해서 조직을 괴멸시키는 것이죠. 이렇게 스스로 <사람> 임을 <각성>하고 그렇게 행동하자 그들을 대하는 다른 이들의 태도도 변합니다. 클레어로 인해 인식이 변화되었던 성도 라보나의 사람들이 클레이모어들을 동료로 인정하고 함께 싸우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스스로 인간임을 <각성>하고 그렇게 행동하자 주변도 클레이모어들이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각성>하고 동료로 인정하는 겁니다. (결말부에서는 아예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 인간임에 대한 <각성>의 극한의 모습이 클레어의 <테레사로의 각성>과 테레사의 <인간의 모습을 간직한 여신, 또는 궁극적인 선함의 결정체로의 각성>입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은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각성>한 테레사의 각성체와 인간이 결국은 악과 증오의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각성>한 프리실라의 잔존물과의 말하자면 아마겟돈인 것이죠. 작가는 곳곳에서 각성자의 모습과 강력함은 그 각성자의 이력(조건)과 각성 시의 상황(계기)이 중요하다는 언급을 하는데, 이게 다 마지막을 위한 복선이었던 것입니다. 작가가 이 모든 복선들을 작품 초기부터 생각하고 시작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래보입니다. 따라서 <클레이모어>가 중간에 설정붕괴가 되었다거나 프리실라를 키우려다가 너무 먼치킨이 되어 테레사 부활이라는 극약처방을 썼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작가는 처음부터 요마를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나, 약한 전사가 수많은 경험을 통해 강한 전사로 성장하는 RPG적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제 생각에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요마(악)를 어떻게 잠재우고 (그 점에서 우리는 누구나 반인반요라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인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가, 그를 위해 필요한 서로 간의 신뢰와 사랑은 어떻게 구축될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가 <클레이모어>의 진정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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