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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이야기

[오디오]음악 애호가의 오디오파일 연대기 ①

by 만술[ME] 2024. 11. 23.

블로그에 오디오 카테고리가 있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오디오파일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음악을 가능한 좋은 환경에서 듣기 위해 오디오에 대해 고민하거나 돈을 들여온 것이지, 소리 자체에 쾌감을 느끼거나 오디오 장비 자체에 흥미를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스피커가 나왔다고 그 스피커를 들어보고 싶거나 사고 싶거나 하지는 않죠. 하지만, 실연이 아닌 재생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장비가 필요하고, 장비의 수준이 음악의 감동을 배가할 수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는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장비를 들이고, 교체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의 오디오에 대한 첫 글이 20여 년 전에 당시 제가 쓰는 장비들에 대해 소개한 글이었습니다. 당연히 음악은 그전에도 들었고, 이후에도 듣고 있으니 장비들도 바뀌었습니다. 나이 들면 <나 때는~>하는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듣기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 오랜만에 과거까지 거슬러 가면서 제가 썼던 오디오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잘한 것까지는 기억도 나지 않고 중요치도 않아서 제 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Sony CF-580 FM/AM Stereo Cassette-Corder]
 
어릴 적부터 곁에 두고 있던 소니나 내쇼널의 라디오는 있었지만, 당시로서는 신기술(?)이던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으면서, 녹음도 되고, 스테레오에 포노도 연결할 수 있는, 어린 나이에 보기에는 거대하고 멋져 보이는 장비인 Sony CF-580이 집에 들어오면서 제 본격적인 음악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가격이 싸지는 않았겠고 어린 제가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장비는 아니었지만, 아버지께서 포노단에 요즘은 턴테이블이라 부르는 <전축>도 연결해 놓으셨고, 스피커 아웃 단자가 없는 제품에 어떤 재주를 부리셨는지는 몰라도 (아마 별도의 앰프에 라인 아웃을 했겠죠?) 가끔은 별도 스피커를 연결해서 음악을 재생하기도 하셨습니다. 
 

 
 
사실 이 장비의 주된 목적은 (LP는 그냥 전축과 앰프와 스피커를 연결해서 들을 수 있음을 생각하면) 녹음이었습니다. 그것도 당시와 이후에 유행하던 것처럼 방송에서 나오는 곡을 녹음해 다시 듣기 하기 위한 용도라기보다는 (어머니는 이 용도로 많이 사용하셨습니다만) 사랑꾼이던 아버지의 용도는 외장 마이크를 연결해서 제법 노래를 잘하던 어머니의 노래를 녹음하기 위한 용도가 주였습니다. 아무튼 저도 슬쩍슬쩍 만지면서 음악을 듣는 용도로 사용했지만 온전히 제 장비라는 느낌은 없는 어른들의 장비였죠.
 
[Sony CFS-686 FM/AM Stereo Cassette-Corder]
  
붐박스 형태의 카세트 레코더에 재미를 붙이셨는지, 부모님은 몇 년 뒤에 신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셨는데, 작동 방식이나 성능이나 한층 업그레이드된 소니의 CFS-686이었습니다. 슬라이딩 방식의 볼륨조절, 톤조절이 인상적이었고, 크롬이나 메탈테이프 같은 특수테이프도 지원했고, 당시 혁신이었을 돌비 잡음제거 방식이 적용된 제품이었습니다. 이때 돌비라는 것이 사람이름이란 것을 알고 외국 사람 이름이 참 특이하다 생각했었죠. 
 
 

 
이 소니의 CFS-686이 제가 팝과 클래식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장비입니다. 팝은 중학생 때부터, 클래식은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들었는데, 부모님께서는 이미 이 장비에 흥미를 잃고 VCR에 관심을 기울이며 바꿈질을 하시는 중이셔서 제가 이것저것 만지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으시고, 특히 클래식 음악을 열심히 듣게 되고부터는 아들이 <고오급> 취미를 갖게 된 것에 뭔가 뿌듯함도 느끼시는 듯했습니다. 나중 일이지만 CFS-686은 제 방으로 옮겨져 휴대용 CDP를 연결하여 CD음악 재생에도 한몫을 했고, LP로 음악을 듣던 시절에는 아래 인켈의 CS-9000 시리즈가 담당했지만, 이 CFS-686은 정말 수십 년간 CD시대까지도 함께 했던 그야말로 젊은 시절의 주력기였습니다.
 
[인켈 CS-9000 시리즈]
 
제가 클래식 음악에 빠져 있는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신 부모님은 몇 달 뒤 제게 오디오를 사주시기로 결정합니다. 물론 제 방에 따로 놓지는 않고 거실에 놓을 것이지만, 어차피 음악을 열심히 듣는 것은 가족 중에 저 밖에 없었으니 사실상 제 전용 오디오라고 할 수도 있었죠. 당시는 마침 필수 혼수가전에 오디오가 들어가고, 국내 오디오시장도 황금기로 태광의 에로이카, 롯데의 파나소닉 등과 함께 인켈이 경쟁하던 시절이라 국산 오디오인 인켈 CS-9000 시리즈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됩니다. 어디서 인켈은 스피커 쪽이 약하다는 풍월을 주워들은지라 스피커를 제외하고 프리-파워-튜너-데크-이퀄라이저-턴테이블의 시스템을 이 시리즈로 장만했습니다.
 

 
스피커는 집에서 전부터 굴러다니던 AR 4 스피커를 사용했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인테리어 소품이 주요 목적인 오디오인지라 스피커를 설치하면서 스탠드나 뒷면 띄우기 같은 음향적 고려는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가족이 없는 시간에는 단독주택의 이점을 살려 스피커를 제 멋대로 다시 세팅한 뒤 집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만, 평소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헤드폰을 활용하거나 위에 언급한 소니 CFS-686에 카세트를 이용해 음악을 듣거나, LP에서 CD로 넘어간 뒤에는 휴대용 CDP를 연결해 음악을 들었습니다.
 


[Sony Discman / Panasonic 휴대용 CDP]

LP의 지지자였지만, 90년대가 되면서 출시되는 음반의 수에서 LP 보다 CD의 숫자가 압도하게 되고, 더구나 CD로는 이름만 들었던 마이너 레이블이나 과거 명장의 연주들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어 저도 CD로 갈아타야 했습니다. LP와 달리 돌아다니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그야말로 콤팩트함을 살려보자는 뜻에서 첫 CDP는 거치형이 아닌 휴대용으로 구입했고, 처음에는 소니의 Discman, 나중에는 파나소닉의 제품을 사용했는데, 모양이 비슷비슷한지라 정확한 제품명은 기억이 나지 않고, 찾지도 못하겠습니다. 아무튼 상당기간 이 휴대용 CDP를 인켈의 CS-9000시리즈나 소니의 CFS-686에 연결해 듣는 것이 제 주력 음악 감상 방법이었습니다.

[JVC FS-SD7 포터블 올인원 플레이어]

전에 언급한 바 있는데, 결혼을 하면서 혼수 명목으로 오디오를 한몫 잡으려 했지만, “오디오는 백화점에서~”라는 와이프의 이상한 철학에 밀려 눈물을 머금고 구입한 시스템입니다. 소리야 저런 시스템에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의 소리를 내주지만 디자인이 예쁘고, 파란색 불빛도 아름다워 청감상 더 좋은 소리가 나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시스템이었죠. JVC FS-SD7은 나중에 별도 앰프를 들이면서 라인출력을 통해 소스기기로서의 역할도 한동안 수행하는 효자노릇을 했습니다.

비상시 소스기기로 이용하던 JVC FS-SD7의 모습 - 둥근 원통형 스피커는 사진서 생략



이 시스템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두 아이중 누구든지 자기 방 시스템을 꾸미려 한다면 주려고 했으나 두 아이 모두 CD는 관심도 없고, 음악은 스마트폰으로 듣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지금은 수납장 한 구석에서 언제 당근이 될지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어있습니다.

[SG JoLida SJ-502A 진공관 앰프]

회사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취향의 동료들도 알아가게 되었고, 그중 하나가 나이는 같지만 선배였던 B였습니다. B덕에 오디오파일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오디오샵에 들러 이야기 나누고 청음도 했습니다. B는 음악은 열심히 들으면서 오디오에는 관심 없던 저를 오디오 지름의 세계로 끌어들이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어느 정도는 성공했습니다. 그 첫 결과가 비좁던 첫 신혼집에서 조금 커진 집으로 이사하면서 교체한 시스템인 SG JoLida SJ-502A 진공관 앰프였습니다. 가격대비 좋은 성능으로 해외는 물론 국내서도 제법 알려져 있던 앰프였는데, 수입하시던 분을 알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진공관 앰프인 덕에 음압이 낮아 울기기 쉽지 않은 3/5A 스피커를 문제없이 울려주면서 따뜻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들려주곤 했습니다.

 

  
JoLida 앰프를 내보내게 된 계기는 첫 아이가 태어나고 슬슬 기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진공관 앰프는 늘 화상과 자상의 위험이 있는 존재라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위험한 존재라서 핑계김에 평소에 눈여겨두고 있던 솔리드스테이트 앰프 쪽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했죠. 요즘은 아이들도 다 크고 나이도 먹다 보니 다시 진공관으로 회기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당장의 일은 아닐듯합니다.

[Spendor 3/5A 스피커]

 

지금도 소박하지만, 나중에 귀도 어두워지면 좀 더 소박한 시스템을 꾸리면서 다시 들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을 정도로 한동안 정주고 살았던 스펜더의 3/5A 스피커는 오디오에 좀 관심이 있다면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기기죠. 해상력, 다이내믹 등 일반적인 스펙에서 현대적인 스피커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지만, 그 독특한 중역대의 음색은 아직 따라올 스피커가 없기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형 재생산이 되고 있는 것이겠죠. 실제로 여성 보컬을 가장 섹시하게 들려주는 스피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각종 케이블들]

 

각종 케이블은 기본적으로 다른 글에 올린 것에서 현재도 큰 변경은 없습니다. 후루텍 제품 중심에 실텍의 인터를 이용했던 것에서 LAT의 파워나 인터 같은 제품들이 추가된 정도입니다. 케이블의 경우 플라세보 효과 정도만 인정하자는 주의라 딱히 (물론 막선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가격들이지만) 큰돈을 들이거나 바꿈질을 하지도 않았고, 장비가 늘어나거나 하는 경우에 어쩔 수 없이 추가한 정도입니다. 그렇다 보니 케이블들은 모두 20년~10년도 더 된 제품들이에요.

 


 

다음 장비들은 2편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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