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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이야기

[오디오]포칼 래디언스 헤드폰 벤틀리 에디션

by 만술[ME] 2023. 1. 9.

지난 포스팅에서 지금 쓰고 있는 DT 880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뭔가 새로운 소리를 듣기 위해 새로운 헤드폰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런저런 헤드폰에 대해 언급했는데, 결국은 포칼의 래디언스 벤틀리 에디션으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고려했던 헤드폰과 왜 최종 선택에 탈락했는지부터 적어 보겠습니다.

 

[간택과 탈락의 지루한 과정]

 

애플 에어팟 맥스 - 애플기기와의 상성, 특히 공간음향 빼고는 별로 장점이 없고 그 장점을 살리려면 결국 애플TV를 사야 하는데, LG TV의 Web OS에서 구동되는 OTT앱들에 크게 불만이 없는지라 탈락.

 

베이어다이내믹 아미론 와이리스 - 좋아하고 신뢰하는 제조사에 평도 좋지만, 유선 헤드폰과 달리 <전자기기>인 블루투스 헤드폰이 출시된 지 좀 되었다는 점, 이 돈이면 T1, T5를 살 수 있다는 점에 탈락.

 

베이어다이내믹 T1, T5 - T1 2세대를 사용했던 경험에 의하면 T1이 DT 880 대비 우월하지만 성향은 비슷한 느낌이었다는 점, 오픈형이라는 점에서 DT 880과 변별점이 크지 않아서 탈락. T5는 밀폐형이란 점에서 고려했는데, T1, T5가 3세대로 오면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느낌이라 거치형 중심으로 쓰는 입장에서는 아쉽다는 생각에서 탈락.

 

베이어다이내믹 DT 1990 Pro, 1770 Pro - T시리즈가 그게 그거라면 돈도 절약할 겸 다운그레이드되었지만 테슬라 드라이버가 달리고 케이블도 넉넉히 넣어주는 이 두모델로 가자는 생각을 했지만, <또 베이어?, 그럴 거면 왜 돈을 써?>하는 생각에 최종 탈락. 이럴 거면 왜 그리 베이어 제품을 두고 고민한 건지?

 

포칼 베티스 - 최신형에 블루투스, 블루투스로도 나름 최고의 음질을 보여준다고 하고, 유선으로 연결하면 래디언스 비슷한 소리가 나온다는 소문. 그런데 유선으로 연결해도 액티브로 밖에 사용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 

 

포칼 유토피아, 스텔리아 - 사려면 사겠지만, 헤드폰에 이 정도 돈을? 유토피아 가격에 돈 좀(?) 더 보태서 차라리 포칼 스피커를 사지... 스텔리아는 가격도 좀 그렇지만 색상이 좀...

 

포칼 클리어 MG - 래디언스와 최종 경합. 결국은 밀폐형을 듣겠다(라고 쓰고 집안의 다른 소리는 안 듣겠다^^)는 생각, 그리고 래디언스가 밀폐형 같지 않은 밀폐형이라는 평에 래디언스로 결정. 다만 벤틀리 마크는 골프백에 벤츠 마크 달고 다니는 느낌이라 좀 그렇지만...

 

결국 집안에서 무선으로 (블루투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집안의 다른 소리 신경 쓰지 않으며 (밀폐형, ANC)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헤드폰을 알아보다 또 다른 유선 헤드폰을 구입한 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밀폐형>이라는 한 가지는 충족되었는데, 코드 길이가 1.2m로 짧아 장소성은 더 나빠졌습니다. 

 

[외형과 패키징 그리고 착용감]

 

패키징은 가격에 비례하는 패키징입니다. 성궤를 여는 기분이 들게 하는, 포칼과 벤틀리 로고가 각인된 묵직한 박스에 담겨 있습니다. 박스를 열면 구릿빛 파우치가 나오고, 그 안에 헤드폰이 들어 있습니다. 파우치는 가볍고 튼튼해 보입니다. 태생적으로 사용연한이 정해진 인조가죽 같은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 쓸 수 있을 듯합니다. 벤틀리 로고도 손잡이에만 있어 들고 다니면 눈에 띄지 않아 좋고요.

 

Radiance of the Lost Ark

구성품은 헤드폰 본체와 1.2m 케이블, 1/8 커넥터(모바일용)를 1/4 커넥터(오디오 기기용)로 바꿔주는 어댑터 한 개가 전부입니다. 유토피아는 물론 클리어 MG나 스텔리아는 3m짜리 XLR 케이블을 추가로 주던데, 1.2m짜리 케이블 하나만 주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특히나 저처럼 모바일이 아닌 집에서 듣는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1.2m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어요. 감당하기 힘든 구릿빛만 아니었음 스텔리아를 샀을 것이고, 그 가격이면 돈 더 주고 유토피아를.... 그러면 포칼 스피커를... 그러면 벤틀리를...^^ 

 

정가 180만원을 받으면서도 3m짜리 케이블 하나 더 안 넣어준 이유는 공간이 없어서라고 믿고 싶습니다

 

가격 대비 비싸 보이지 않는 베이어다이내믹의 헤드폰들에 비하면, 포칼의 헤드폰의 재질이나 디자인은 비싸 보입니다. 독일의 무뚝뚝함과 프랑스의 우아함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벤틀리와의 협업을 강조하고자 벤틀리 로고를 박아 넣은 것에 더해서 이곳저곳에 벤틀리 특유의 다이아몬드 격자무늬를 넣었습니다. 풀그레인 가죽을 써서 가죽의 촉감도 좋아요. 가죽에 머릿기름이 묻으면 자연스럽게 영양공급도 되어서 별도 관리가 필요 없을지도.^^ 벤틀리랑 제휴를 해서 이름도 벤틀리 에디션으로 내고, 소비자 눈팅이 치는 제품이니 로고 박아 넣은 건 그렇다 쳐도 구태여 <Focal for Bentley>나 <Fabrique en France> 같은 걸 써넣었어야 하나 생각이 듭니다. 아마, 요즘 핫한 베티스의 경우는 중국산이니 프랑스 제조를 강조하는 의미로 유토피아, 스텔리아 등과 더불어 이리 해놓은 것 같더군요. 다른 브랜드들의 엇비슷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죄다 중국산이니 뭐 프랑스의 자존심을 내세울만하죠. (그런데 프랑스라는 나라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중국제조의 품질이나 공정관리가 더 좋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캘리포니아 드림, 아니 디자인> 보다는 양호합니다.

 

금도, 은도 아닌 구리가 찬란히 빛(radiance)납니다

 

착용감은 좋습니다. 밀폐형이지만 머리에 꽉 끼는 타입도 아닙니다. 가벼운 헤드폰은 아니지만, 이 가격대 헤드폰들의 무거움에 비하면 가벼운 편이고, 무거워서 음악 못 듣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헤드폰이란 게 음악회에도 인터미션이 있는 것처럼 가끔 벗어주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소리성향과 음질]

 

해상력이 훌륭합니다. 더 필요할까 싶어요. 사실 DT 880도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에 조금 더 나은 T1 2세대를 보냈는데, 그 보다 더 해상력은 뛰어나다는 생각입니다. 이 정도 해상력이 필요할지는 의문이지만, 어차피 적응하면 또 그냥 그렇게 들리는 게 소리인지라...

 

고역은 좋은데, 엄청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880을 들을 때의 원가 산뜻하고 찰랑거리는 리본 트위터로 듣는 듯한 고역의 맛과는 다릅니다. 마구마구 고음만 듣고 싶어 하는 소리는 아니에요. 초고역은 이미 나이가 먹어 안 들리니 뭐라 말씀 못 드리고요...ㅠ.ㅠ

 

저역은 존재감이 확실해서 뭔가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저역은 아니지만, 우리가 (또는 나이 먹어 귀가 노쇄한 제가) 음악에서 주로 듣게 되는 50에서 30 Hz 정도의 저역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880이 제가 당시 리뷰에도 썼지만 한방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기는 있는 저역인데, 그보다는 확실히 존재감이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880이 제법 저역까지 스펙대로 울려주는 북쉘프 느낌이라면, 래디언스는 좋은 톨보이 스피커 느낌입니다. 물론 가상 동축으로 12인치 우퍼 두발 때려 박은 느낌은 아니고요.

 

중역은 약간 애매합니다. 있을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지만 뭐랄까 전반적으로 매력이 넘치는 느낌은 아니에요. 특히 보컬이 그렇습니다. 3/5A 스피커처럼 모든 여성 보컬을 섹시하게 들려준다던지 하는 마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 혹시나 뭔가 마음을 휘어잡는 음악감상을 하시려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정신 바짝 차리게 하는 경향도 아니고요.

 

구동 - 32Ω의 임피던스를 갖고 있어 아무 데나 물려도 좋은 소리를 재생합니다만, 좋은 앰프를 붙여주면 그만큼 소리가 더 좋아지기는 합니다. 

 

결론 - 해상력, 고음, 중음, 저음 모두 돈값은 한다. 성향은 증류수까지는 아니지만 미네랄 팍팍든 초정리 광천수도 아니기에 직접 청음 해보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증류수부터 광천수까지 물은 다 좋아하는지라....^^   

 

[장점과 단점]

 

장점은 만듦새, 패키징, 음질 등에 있어서 돈값을 한다는 점입니다. 추가로 밀폐형이지만 밀폐형이라는 느낌이 잘 안 날 정도로 개방적인 소리를 들려줍니다. 

 

단점은 우선 케이블이 1.2m 하나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모바일 환경 이외에서는 별도의 케이블 구매가 필수라는 것 큰 단점입니다.  <벤틀리 로고>는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저로서는 단점으로 넣고 싶습니다. 벤틀리랑 헤드폰이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냉장고에 벤틀리 로고 붙이는 것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가격이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국내서 포칼은 제 값 주고 사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모션이 주기적으로 있어왔고, 아마 계속 있을 겁니다) 세일 시점의 가격을 생각하면 나름 돈값하는 제품입니다.

 

이로서 소니 MDR-CD780 / 베이어다이내믹 DT-880 (T1 2세대로의 잠깐의 외도는 생략) / 포칼 래디언스로 이어지는 10여 년 주기의 헤드폰 교체 사업(?)이 마무리되었고, 다음 헤드폰 리뷰는 2035년 즈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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