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의 동기]
음반 구입을 줄이면서 타이달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타이달의 재생 방식은 오포 105를 랜더러로 사용하고 아이폰의 <mconnect> 앱을 이용해 UPnP로 재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사용하는 경우, 안 그래도 검색이 엉망인 타이달인데 더욱 검색이 불편해지고 기능이 부족한 데다가 걸핏하면 오류도 있고 해서 뭔가 대안을 생각하던 차에, 얼마 전부터 오포 105의 UPnP 기능에 문제가 있어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참에 20년이 다 되어가는 앰프도 교체하고 간소하게 올인원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에 Naim의 유니티 시리즈, 캠브릿지의 Evo 시리즈, NAD의 M33 정도를 생각하다가 블루사운드의 노드 3세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평을 보니 블루사운드에서 사용하는 BluOS가 안정성에 있어서 발군이더군요. 더구나 타이달, 코부즈는 물론 이다지오 같은 서비스도 지원하고, 타이달은 타이달 커넥트를 지원하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 룬을 안 쓰고, 코어를 이용해야 한다는 단점 때문에 룬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룬을 지원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블루OS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나서는 깔끔하게 올인원으로 오디오 생태계를 변경해서 블루OS를 지원하는 최상위 기종인 NAD의 M33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그냥 기존 오디오넷 앰프를 유지하고 네트워크 플레이어만 붙이는 차원에서 블루사운드 노드로 갈 것이냐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만약 그간 오디오넷 앰프에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었다면, 또는 거의 20년의 세월 동안 앰프가 노화된 느낌을 조금이라도 주었다면 NAD의 M33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디자인, 기능 등을 생각하면 네트워크 기반 올인원 앰프로서 NAD M33을 능가하는 제품은 없을 듯합니다.
[블루사운드 노드의 기능]
블루사운드 노드의 기능은 홈페이지와 수입사 페이지에 상세히 나와 있어 여기서는 중요한 이야기만 간단히 언급하고자 합니다.
1.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블루사운드 노드는 네트워크 스트리머, 또는 플레이어입니다. 온라인의 스트리밍 서비스 대부분을 지원합니다. 즉, 타이달을 듣는다 할 때, 노드에 타이달 앱이 깔려있어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활용해서 노드에서 타이달 음원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타이달, 코부즈, 벅스, 스포티파이, 이다지오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멜론과 다른 곳에서의 지원을 막은 애플뮤직 같은 몇몇 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외장하드, USB 메모리, NAS 등에 담긴 음원 파일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파일 형식도 거의 대부분을 지원합니다.
에어플레이를 지원하기 때문에 아이폰을 사용한다면 애플뮤직을 에어플레이를 통해 노드에서 재생할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원드라이브 등의 클라우드에 저장된 음원도 재생이 가능합니다.
디지털 입력, 아날로그 입력, HDMI eARC를 지원하기에 TV를 포함한 다양한 기기를 유선으로 연결해서 노드를 통해 재생할 수 있습니다.
최고는 아니지만 제법 훌륭한 DAC를 내장했기에 디지탈 입력을 이용해서 DAC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노드의 DAC보다 좋은 DAC가 있다면 노드의 디지탈 출력을 외부 DAC로 연결해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유선 또는 블루투스 헤드폰을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장비 없이 노드만으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2. 무엇을 못하는가?
스트리머 또는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앰프로서의 기능은 없습니다. 즉, 중간에 앰프가 없이는 스피커를 울릴 수 없습니다. 앰프+스피커 또는 액티브 스피커가 필요합니다. 물론 앰프까지 되는 파워노드라는 제품도 있습니다.
구글 캐스트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시면 UPnP를 사용해야 합니다.
DSD 파일 재생이 필요한 분이라면, 블루OS 계열은 피하셔야 합니다.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사용 소감]
오류 없는 작동 - 가장 중요한 기능에 있어 노드로 무엇을 하건 오류 없이 작동합니다. 타이달을 BluOS를 통해 재생하건, 타이달 커넥트를 재생하다, 에어플레이를 통해 재생하건 모두 재생이 잘 됩니다. 이러던 중에 다른 서비스를 사용해도 또 바로 반응합니다. 당연할 일이지만, 네트워크 플레이어들 중에 이 당연한 일을 빠릿빠릿하게 처리 못하는 기기들도 많습니다. 더구나 노드보다 몇 배 비싼 가격에 팔리는 기기도 그렇습니다.
디지털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기 때문에 파일 재생 중심의 디지탈 음원 플레이가 아닌 스트리밍 중심의 음원 플레이가 중심인 사람이라면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지원이 중요한데, 일단 BluOS 자체가 같은 계열인 NAD에서 적극 채용하고, 다른 업체에게도 제공하는 튼튼한 기반이어서 지속적인 지원이 예상된다는 점, 만약 장비 자체가 소프트웨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점에도 쉽게 바꿀 수 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기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디지탈 플레이어 또는 스트리머로서의 기능에서 거의 같은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니 당연하지만) NAD M33이 10배 정도의 가격이니까요. 즉, 디지탈 스트리머 시장에서 그 장비의 실질 수명은 <튼튼함>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과 빠르게 성장하는 트렌드에의 적응성인 것이기에 오히려 저렴한 기기를 자주 바꾸며 사용하는 게 플래그쉽 기기를 오래 사용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NAD입장에서 (그리고 향후에는 모든 오디오 제작사의 입장에서) BluOS(또는 유사한 플랫폼)는 양날의 검일 수 있습니다. 최고의 스트리밍 플랫폼인 것은 맞지만, 정가 90만 원이 안 되는 노드나 850만 원에 달하는 M33이나 결국은 BluOS를 탑재한 스트리머라는 것이죠. 핸드폰을 들고 BluOS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 순간 사용자 경험은 똑같게 됩니다. "이 편리함을 1/10 가격에 똑같이 구현할 수 있는데 왜 M33을 사야 되지?"라는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나게 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폰 SE나 Pro나 어차피 사용자 경험은 iOS로 같기에 필요에 따라 선택할 뿐이고, 일단 아이폰을 쓴다면 딱히 상급기에 대한 <로망>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디오 시장에서는 이런 경향이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오디오 시장에서 하이엔드 상급기는 그 성능도 중요하지만 <로망> 또는 <아우라>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만족스러운 음질 - 스트리머로서 노드는 훌륭한 음질을 보여줍니다. 내장 DAC 칩이 현존 최고 사양이라 할 수는 없지만, PCM5242로 32비트/384kHz를 지원합니다. 이에 따라 제법 훌륭한 음질을 보여주는데, 여기에 더해 MQA를 지원하기 때문에 MQA의 경우 훨씬 더 좋은 음질을 보여줍니다.
물론 흠을 잡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 듣는다면,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을 듣는 일반적인 행위를 함에 있어, 일상에서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는 수준입니다. 사실 집에 들여놓으면 노드로 타이달을 듣건 Naim의 최상위 기종으로 듣건, 오렌더의 최상위 기종으로 듣건 체감하는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집에서는 한 가지 오디오 시스템으로 듣기에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죠. 초절정 미녀를 아내로 맞아도 좀 지나면 <마누라> 일뿐인 것과 같죠. 음질에 있어서 가격을 따지지 않아도 이 정도면 음악을 듣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습니다. 가격을 따지자면 몇 배 더 준다고 해도 이 정도 음악을 만들어내는 제품을 구하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베이어다이내믹의 아미론 와이어리스 버전을 구입할 생각이기는 하지만, 아직 블루투스 헤드폰이 없기에 블루투스 <송출> 음질은 시험해 보지 못했지만, 유선 헤드폰 음질은 시험해 봤습니다. 베이어다이내믹의 DT 880 600 오옴 버전을 물렸을 때는 그 한계가 나타납니다. 워낙 고 임피던스 헤드폰을 물려 놓다 보니 볼륨을 100%로 올려도 제대로 울리지 못합니다. 반면 32 오옴의 소니 CD 780 헤드폰의 경우 울림이 부족함은 없지만, <제법인데>하는 느낌은 없고, 그냥 모바일 기기에 헤드폰 연결해 듣는 전형적인 느낌입니다. 물론, CD 780이 그리 좋은 헤드폰은 아니기에 완전히 객관적인 평가라고는 할 수 없고,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아쉬운 점]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두 가지가 아쉽습니다. 첫째는 스크린의 부재입니다. 스트리머 용도이니 앨범 아트나 재생 음반 정보를 볼 수 있는 (터치 기능이 없어도) LCD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스트리머라는 특성상 진동이 큰 의미 없으니 그냥 세로로 세울 수 있게 디자인을 변경하고 윗부분에 있는 터치 조작 패널 대신 (제 경우 핸드폰 앱이 기능이 훨씬 좋기에 전혀 쓸 일이 없습니다) LCD를 넣어서 앨범 아트와 정보를 제공하면 최고 일 듯합니다.
둘째는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알루미늄 재질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오디오판에서야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그래도 <오디오>인데 플라스틱 재질은 좀 그렇습니다.
[결론 및 뒷이야기]
스트리밍 서비스를 집에 있는 오디오를 통해 듣고자 하는 분이라면 최고의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사한 가격대에서는 대안이 없을 듯하고, 더 비싼 제품 중에도 앰프와 깔끔하게 연결하거나, DAC와 연결해서 쓰기 좋은 적당한 제품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종류의 제품이 필요하시면 망설일 필요 없이 구입하시면 됩니다.
하이파이로즈의 RS250 정도가 두배이상의 가격에 비슷한 느낌인데, 제가 아쉬워하는 재질과 터치스크린을 제공하고, 더 나은 전원부, 고성능의 DAC칩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격에서는 NAD의 C700 같은 올인원 앰프가 또다른 경쟁자로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하이파이로즈의 경우 초기에는 약간 불안정했다고는 하지만, 요즘은 안정화되었다고 하고, 국산이라 A/S나 지원도 우수할 것 같으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 NAD M33을 포함하여 NAD의 M10 V2, Naim의 유니티 제품군 중 하나 같은 좀 더 고가의 제품을 구입해서 (지금 쓰는 앰프를 버리기도 아깝고, 팔자니 제대로 값을 받을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스트리머 및 DAC 용도로만 일단 사용하다 20년 다된 오디오넷의 앰프가 수명을 다하면 단출하게 올인원 시스템으로 전환할까도 고려했었습니다. 이런 생각에서 갑자기 블루사운드 노드로 전환한 이유는 이 정도 가격의 제품이면 몇 년 일지 몰라도 오디오넷 앰프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만 쓰다가 버려도 돈 아깝지 않고, 그때 되어 M33 V2이건, M10 V3이건, 아니면 당시 더 나은 성능을 지닌 올인원을 구입하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나이도 들고 하니 다 귀찮아서 (여러 기기 전원 올리는 것도 귀찮습니다) 올인원으로 가볼까 했습니다만, 부담 없는 가격(물론 사람마다 취향마다 이 가격이 전혀 부담 없지 않을 수도 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에 기존 시스템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스트리밍 음악을 마음 것 좋은 음질로 들을 수 있는 블루사운드 노드는 올인원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라 생각하며, 어쩌면 향후 앰프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면 아예 파워노드 다음 세대 정도로 타협을 할지도 모를 정도로 블루사운드 제품에 대한 신뢰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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