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에서 첫 만남이 첫사랑이 되기도 힘들고, 첫사랑이 이루어지기도 힘들지만, 음반과의 인연은 의외로 첫 음반의 경험으로 어떤 곡이나 연주자를 좋아해서 그 취향이 이어지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이 시리즈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제가 처음 들은 음반 덕에 그 곡을 좋아하게 된 경험을 늘어놓을까 합니다. 제가 어떤 곡을 좋아하게 된 첫 음반이 아니라, 제가 그 곡을 들은 첫 음반이 동시에 그 곡을 좋아하게 한 음반인 경우에 한정하기에 제 음악감상의 연식 때문에 대부분은 LP 및 그 LP의 복각에 대한 소개가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음반은 제가 쇼팽의 왈츠를 지금까지도 자주 듣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루빈스타인의 두 번째 녹음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은 1981년에 지구레코드에서 발매된 라이선스 음반으로 80년대에 클래식 음반은 DG, Decca, Philips라는 지금의 유니버셜 뮤직의 주력 레이블의 라이선스권을 지닌 성음레코드 외에는 거의 구하기 힘들었고, EMI의 권리를 가진 계몽사나 RCA, CBS 등의 권리를 가진 지구레코드는 클래식 음반 발매 숫자도 적었지만, 물량도 많지 않아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템이었습니다.
이 음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레코드점을 뒤지다 발견한 음반인데, 이후 수많은 쇼팽 왈츠를 들었지만, 문득 쇼팽의 왈츠를 듣고 싶을 때에는 언제나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연주입니다. 언젠가 그뤼미오의 바이올린을 이야기하면서 그뤼미오의 바이올린은 일반인들이 바이올린을 좋아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고 우리가 흔히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생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그 이미지가 그뤼미오의 연주에는 담겨 있다고 했는데, 피아노에 대해서는 루빈스타인이 바로 그런 연주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울러 음악과 더불어 음반 뒷면에 소개된 루빈스타인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더 루빈스타인은 꼭 10년 전에 이 월츠들의 음반을 내놓은 일이 있다.
그는 근 15년간 연주회에서 이 곡들을 연주해 오고 있다.
" 이 의문에는 피카소로부터 배운 것을 관련시켜 대답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피카소와 나는 친한 친구 사이이며, 우리는 아주 깊은 우정을 나눠 왔습니다. 나는 종종 파리에 있는 그의 아틀리에에서 그림 그리고 있는 그를 방문하곤 했습니다. 몇 달 전에 나는, 발코니에는 평범한 철제품이 놓여 있고, 이젤과 물감과 세리술 병과 테이블, 그리고 세 기타가 어지러이 놓여 있는 앞에 서 있는 피카소를 방문했었습니다. 나는 약 15개 가량의 같은 주제의 그림들을 보았습니다. 나는 조금 조바심이 나고 또 흥분했었습니다.
나는 새로운 피카소를 보기를 원했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이보게 파블로, 자네에게 무슨 일이 있나? 그렇지 않고서야 자네가 이렇게 매일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겠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매우 격노하여 일별을 나에게 보내었습니다. 그는 정말 화가 났었습니다. '모르는 소리 말게나 무슨 바보 같은 소린가? 매분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되네, 그리고 매 시간마다 이곳에는 새로운 빛이 비치고, 매 일마다 나는 다른 개성을 가진 병을 보네.
이건 바로 또 다른 병, 다른 테이블, 또 다른 세계 속의 다른 인생, 이렇게 모든 것이 다 다르네!'
얼마 후 나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파블로, 자네 말이 절대적으로 옳네. 나는 다음 날 아침 모든 것에 대해 다르게 모든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네. 나는 어제 정말로 선언했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음반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음악은 또 다른 언어로 나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 - 예술 -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세르지우 첼리비다케 브루크너 교향곡 박스 (3~9번 외) (4) | 2024.11.29 |
---|---|
[음악]패키징이 호화로운 음반들 (4) | 2024.11.18 |
[음악]예당 클래식스 100 (aka 러시아 클래식 100선) (6) | 2024.11.14 |
[미술]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출간물 PDF 서비스 소개 (2) | 2024.11.08 |
[음악]최근에 즐겨 들은 음반들 (2024년 11월) (2) | 2024.1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