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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초등학생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어야 할까?

by 만술[ME] 2017. 3. 16.

이 글은 초등학생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건 <사주어도 되는지>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 글은 초등학생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었을 때의 <장단점>이 아닌, 사주어야할 <필요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나라에서 법으로 금하지 않고,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초등학생의 휴대전화 소유는 부모의 판단이며, 제가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돈이 있으면 아이에게 롤렉스 미키마우스 시계를 사줄 수도 있고, 빌라 델 꼬레아에서 옷을 맞춰 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또는 협찬을 받아 말 한마리쯤 구해줄 수도 있구요.^^




어떤 동호회에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어도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글에 (성인 중심의 굉장히 상식지향적인 동호회임에도) 사준다는 의견이 많아서 좀 놀랐습니다. 제 아이들은 초등학교 5학년과 2학년인데, 둘 다 휴대전화가 없고, 앞으로도 사줄 생각이 없으니까요.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사준다면, 사주는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가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보기에 대략 다음과 같은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각각의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1. 비상시 연락수단


정말 <비상>의 상황이라면 - 아이가 혼자 맨홀 같은 곳에 빠지는 류의 위험이 아닌 범죄의 대상이 된 경우라면 - 솔직히 휴대전화가 도움이 될 일은 없어 보입니다. 그 밖에 길을 잃어버리거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부모에게 전화하는 것 보다 주위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런 <비상>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환경에서 아이가 자라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는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학교까지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는 가를 봅니다. 단지와 초등학교가 붙어있어서 도로를 건너지 않고 학교까지 통학이 가능한지, 아울러 도보로 5분이내에 통학이 가능한 거리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을 고릅니다. 아울러 아이들이 단지 내에서 차량 통행 등을 걱정하지 않고 안전하게 뛰어 놀 수 있는 지를 봅니다. 제 출퇴근의 편리성, 대중교통망, 주변 편익시설, 투자가치 등의 사항은 부차적인 고려사항일 뿐이죠. 즉,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동네에 있으면 안전할 상황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겁니다. 물론, 경제적 여건을 포함하여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줄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다른 것들을 포기하면 어느 정도의 타협 가능한 조건은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아이가 어디서 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아이를 만들 것이 아니라 방과 후 바로 집에 오는 아이, 나가서 놀더라도 부모와 약속한 구역에서 노는 아이, 그리고 시간을 지켜 집으로 들어오는 아이가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가 그만 놀고 밥먹으라고 전화해야 들어오는 아이가 아니라, 미리 약속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까지 알아서 들어오는 책임감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거죠.



2. 교류와 소통의 수단


초등학생이 교류와 소통을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교우관계에 대한 개략적인 파악도 부모의 역할 중 하나니 필요시에는 집 전화나 부모의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면한 상황에서도 대화에 능숙치 않을 나이임을 생각하면, 전화통화나 문자 등을 이용한 소통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며, 오히려 면접적 교류를 늘려서 훈련을 쌓아야 한다고 봅니다.



3. 다양한 정보의 검색


키즈폰이 아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일텐데,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검색은 책보다 빠르고 더 최신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성인이건 아이건 책을 통해 정보를 얻을 때의 장점도 있고, 아이들 교육 목적으로도 책을 이용한 정보의 습득의 중요성이 간과될 수는 없습니다만, 저희 부부도 아이들에게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검색은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바일 환경에서 아이들이 실시간으로 어떤 정보를 취득해야만 하는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 아이들에게 집에서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2를 쓸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스마트폰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정보 검색 용도로는 언제건 사용할 수 있고, 게임 용도로는 주말에 시간을 정해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앱은 제 검수를 받아야 설치하게 하고 있죠. 


화면의 크기와 조작성, 불필요한 통신비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보검색 용도로는 태블릿이 스마트폰에 비해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게임이 주 용도가 아니기에 최신형 제품이 필요치 않고, 휴대를 전제로 하지 않기에 노후화에 따른 배터리 용량감소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는 2011년에 장만한 아이패드2를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신형 제품이라고 해도 태블릿이 스마트폰보다 저렴합니다. 



4. 상대적 박탈감의 해소


(의외로 이런 분들이 많은 데) 친구의 휴대전화를 부러워하고 그렇게 기가 죽는 게 싫어서, 또는 남들이 다 사주니까 내 아이도 사줘야겠다는 생각에 휴대전화를 사준다면, 그 부모부터 <공부>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남이 가진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도 없고, 휴대전화라는 것이 <박탈감>을 느끼거나 <자존감>에 상처를 받을 정도의 물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이해를 못한다면 설득하고 이해를 시켜야죠. 그게 - 비싼 학원으로 아이들을 뺑뺑이 돌리는 게 아니라 - 부모의 역할입니다.


설득을 위해 저희는 휴대전화를 포기함에 따라 생기는 경제적 이익을 포함한 여러 이득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왜 부모가 그런 선택을 하고 있는지 그 선택의 배경과 철학을 아이들에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아이들을 설득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어떤 철학으로 키우는지를 이해함과 동시에, 휴대전화 대신 받고 있는 혜택들을 더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따라서 단 한번도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하거나 불만을 제기한 적이 없습니다. 이건 비단 휴대전화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양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값비싼 브랜드 옷과 신발을 부모가 사주지 않는 이유, 그리고 친척이나 지인들로부터 물려받은 옷을 입히는 이유를 이해하고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아빠가 블루레이 한 두장만 구입하지 않고 대신에 남들처럼 불법다운 받아 영화를 보여주면, 친구들이 신는 뉴발란스 정도 신발을 신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법다운은 도둑질이라는 것을 이해해주는 아이들이 고맙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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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서술한 것처럼 휴대전화가 초등학생에게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주지 말아야할 물건은 아닙니다. 장점과 단점, 그리고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이런 것을 컨트롤 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이런 단점과 부작용을 제어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죠. 


다만, 휴대전화가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휴대전화는 많은 경우, 가계에 부담이 될 정도의 지출을 초래하는 물건이며, 특히 스마트폰이라면 더 그러하죠. 저는 같은 비용이라면 초등학생에게 더 유용하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가 많다고 생각하며,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물건을 사줄 때는 <대세>나 <트랜드> 따위의 이유가 아닌 필요성과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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