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트렌드에 민감하지도 않고 어느정도 시장이 성숙한 뒤에야 그쪽에 조금씩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LP에서 CD로 넘어가는 것도 LP가 사실상 완전히 사향길에 접에 든 뒤였고, DVD도 시장이 성숙을 지나쳐 농익어 어느 정도는 할인판들이 풀리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블루레이로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불법이던 합법이던 영상물을 주로 다운받아 보는 시장 환경에서 블루레이가 대중화 되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 바닥’에서는 한참 늦은 편이라 하겠습니다. 블루레이에 입문하게 된 동기도 HD영상에 대한 목마름 보다는 999es가 두세달에 한번은 자기 마음대로 안식주간을 갖는 등 문제가 좀 있었고 여기에 마침 어떤 계기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블루레이 플레이어지만 주로 음악을 듣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장비는 적당한 가격에 영상이 적당히 좋고, 음악적으로 최소한 999es보다는 뛰어난 장비어야 했는데 여기에 기존에 제법 투자한 SACD 지원 등을 생각하면 Oppo의 BDP-105이외에 답이 없었습니다.
1. 음악적 성능
Oppo 105에 대해서는 국내건 해외건 워낙 많은 리뷰가 있어 제가 별도로 설명할 이야기는 별로 없을 듯합니다. 다만 제가 며칠 들으면서 느낀 점만 간단히 적어 볼까 합니다. 요즘 제 오디오 말고는 다른 사람의 오디오를 듣거나 오디오 쇼를 방문한적도 없기 때문에 기존의 999es와의 비교 밖에는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SACD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전에도 CD와 SACD의 차이는 확연하게 들어났지만 그 확연함의 편차가 커진 느낌입니다. CD건 SACD건 해상도, 다이내믹 레인지가 많이 좋아졌고, 덕분에 작은 소리도 명확히 분리되어 들립니다. SACD의 경우는 빈 공간이 999es의 경우는 (지금 105와 비교하자면) 어딘지 눈에는 안보이는 미세먼지가 끼어 있는 느낌이라면 105는 빈 공간을 차가운 간극으로 느끼게 해주는 스타일까지는 아니고 상쾌한 공기로 채워주는 느낌입니다. 블루레이 오디오의 경우는 아직 못들어봐서 이게 SACD의 특징인지 PCM도 그런지는 나중에 봐야 알 것 같습니다.
2. 영상 성능
999es가 재현하던 색감에 익숙했던 터라 105의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약간 과한 느낌이 있습니다. 워낙 게으른 스타일이라 제 마음에 들도록 세팅하는 건 한참 걸릴 듯하고 그래도 마음에 안들면 TV쪽을 세팅해야 겠죠. 제가 블루레이 플레이어들을 접해보지 않았으니 공중파의 HD화면과의 비교인데, 스펙상으로 당연하지만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DVD의 경우 999es가 아날로그 출력만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비교대상이 될 수 없지만 언급하면 소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대 이상의 화면을 보여 주더군요. 1080p 업스케일링이나 24Hz 기능은 일반적으로는 매우 뛰어난 화면을 보여주지만 일부 낡은 소스의 경우는 24Hz를 사용하는 경우 문제가 있더군요. 귀챦지만 소스에 따라 24Hz 변환은 전환해주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새롭게 영상물을 마련하는게 아니라 DVD가 이미 많이 축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Oppo의 DVD 1080p24 컨버전 기능은 엄청나게 매력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예전 레러펀스 DVD들을 모두 다시 꺼내 보고 싶은 느낌이들 정도입니다.
3. 추가 기능들
넘쳐나는 음반들, DVD들도 충분하기 때문에 (불법이건 합법이건) 다운 받은 영상과 음악을 재생할 일은 없어 화려한 입력, 네트웍 지원 등의 기능은 사실 별 쓸모가 없더군요. 다만 낡은 아이팟을 외장하드 스타일로 써볼까 했는데 불행히 아이팟은 지원하지 않더군요. USB를 통한 재생을 지원하면서 아이팟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모르겠고 그리 큰 이슈는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많이 아쉬울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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