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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이야기

[오디오]오디오를 시작하시려는 분들을 위한 잡담

by 만술[ME] 2013. 9. 27.

어떤 오디오 월간지를 보다 보니 음악을 좋아하여 오디오를 시작하려는 후배와의 대화가 실려 있었는데,  추천을 위해 필자는 몇가지 질문을 합니다.


①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말하자면 장르, 또는 규모, 악기 같은 것을 의미하겠죠? 필자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제대로 재상하는 시스템는 없으니 장르를 결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②전용 공간은 있는가? 있다면 어떤 규모, 어떤 특징인가가 중요하겠죠? 


③예산은 얼마정도 좋은가? 필자는 전체 시스템을 합해 연봉정도를 추천합니다라기 보다는 넘지 않는 정도를 추천합니다.


뭐 그 외에도 몇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일반적인 오디오 월간지의 답으로서는 매우 모범적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오디오 월간지 정도 보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글이면 대충 공감하고 어찌보면 이런 글도 필요 없겠죠. 다만 저는 이 글을 기본으로 하되 제 생각을 좀 적을까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월간지의 내용이 틀렸다는 의도의 글은 아닙니다) 




1. 정말 장르가 중요할까? 그리고 중요하면 어떤 의미일까?


현대적인 의미에서 좋은 오디오는 장르를 안가린다고 생각합니다. 장르와 오디오 관련된 이야기는 어느정도 현대적 의미의 오디오가 아닌 빈티지 시절부터 정립된 이론과 경험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적 오디오가 소위 말하는 원음을 재생하는 쪽으로 나아간다면 그시대는 사실상 왜곡된 소리를 가지고 오디오를 평가하는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떠 어떠한 장르를 잘 재생하는 시스템이란게 나온거죠.  


장르와 오디오의 관계는 모든 것을 다 재생 못하는데 유독 피아노 소리는 조금 이쁘게 난다거나, 아니면 바이올린 소리는 유독 거칠게 들린다거나 뭐 이런 것뿐이죠. 그런데 이렇게 어떤 소리가 잘나거나 안나는 차이가 크다면 그 오디오는 좋은 오디오라 할 수 없습니다. 즉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니까 피아노 재생“만” 95점 이고 나머지는 50점인 오디오를 찾을 것이 아니고 다 70점으로 재생하는 오디오를 고르는게 정답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평균 70점인 두 시스템이 있을 때 하나는 피아노 재생의 느낌이 75점이고 바이올린은 65점인 반면 다른 하나는 바이올린은 75점이지만 피아노는 65점이라면 당연히 전자를 택하는게 좋겠죠.  


2. 전용공간에 대해


일반적인 경우라면 음악감상을 위한 전용공간이 있기 힘들죠. 전용공간이 없이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대부분의 경우 거실)에 오디오를 설치할 경우 그 공간을 약간이나마 전용공간화 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소리는 재생장비보다 공간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장비에 쓸 돈의 일부를 가족에게 돌리고 가족의 공감을 얻어 공간을 튜닝하는게 훨씬 소리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가족과 함께 영화라도 즐길 수 있도록 AV쪽도 병행하면 좋습니다. 이 경우 쓸데 없이 5.1채널 같은 것은 구현하지 말고 음악을 위한 시스템에 그냥 블루레이 플레이어 하나 연결하거나 TV에서 소리만 오디오로 뽑아도 제법 영화 볼 맛 나죠. 


즉, 천만원짜리 스피커를 벽에 붙여 설치하는 것 보다 200만원짜리 스피커를 적절히 벽에서 띄워 설치하는게 훨씬 소리가 좋을 수 있기 때문에 천만원짜리 스피커 들이지 말고 200만원은 스피커에 그리고 800만원을 가족에 투자하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 거실을 좀 정리해서 더 음악감상에 적당하게 배치하는게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3. 예산에 대해


사람마다 돈에 대한 개념이 다르겠지만 처음 조금 나은 오디오로 음악을 듣겠다는 사람에게 연봉정도의 비용을 생각하라면 대부분 기절할 겁니다. 음악을 하루에 최소한 한두시간이라도 들어왔던 사람이 아니라면 (물론 BGM으로 듣는건 제외입니다) 오디오에 아무리 투자해봐야 손님 왔을 때 자랑꺼리 이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의외로 본인이 음악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오디오에 투자하지만 사실은 그리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디오를 취미로 하려면 음악을 좋아해야 하는거, 그것도 그냥 대충 듣는게 아니라 집중해서 듣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냥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아니면 그냥 생활하면서 음악을 듣는거라면 비싼 돈 투자해서 오디오쪽 취미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 한두시간 이상 듣는 사람이라도 제 생각에 처음에는 한달 수입이나 최대 분기수입 정도에서 시작하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어느 정도 감이 왔다 생각되면 상한선은 없는거죠. 그건 자기가 판단할 일이니까요.


첫 예산에 따라 비용 배분은 다른데 예산이 300~500정도라면 절반에서 2/3까지는 스피커쪽에 투자하고 나머지 소스와 앰프는 앰프쪽에 좀 더 비중으로 주는쪽으로 해주면 좋을 듯합니다. 아울러 기존에 쓰던 장비가 뭐든 있으면 그걸 활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소스기기로 뭐든 쓸게 있으면 그건 그냥 쓰고 나머지에 투자하면 예산을 여기저기 나눠 쓰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4. 다 아는 이야기지만


오디오를 처음 시작하는 경우라면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리인지 모르는게 당연합니다. 와인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알 수 없고,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이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인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을 많이 들었던 분들이라도 이건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오디오를 처음 구입하는 경우 본인이 기존에 듣던 소리와 본인 스스로 확실하게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정도에서 시작하는게 좋습니다. 만약 본인이 지금 듣고 있는 시스템과 예산으로 정해 놓은 금액으로 투자해서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간에 차이를 못느낀다면 비용을 더 쓰거나 그냥 지금 시스템을 쓰는게 좋습니다. 남들이 해상도가 확실이 좋아졌다느니 하는 얘기해도 무시하시구요. 그리고 지금의 시스템에서 오디오파일들이 말하는 개념들을 습득해 보고 그냥 지금의 시스템에서 훈련을 한 뒤 비용을 지출하기 시작하는게 현명합니다.


그리고 다행히 예산범위안에서 구성해본 시스템이 지금 듣고 있는 시스템과 학실히 우월해지는 포인트를 찾아낸 경우라면 예산의 여유가 있어도 우선 그정도만 투자하고 배워나가서 뭔가 필요한 경우에 다시 구성하는게 훨씬 좋은 방법입니다. (돈이 남아서 한방에 쓰실 수 있는분이라면 이 블로그 보실 필요 없죠) 여기서 오디오쪽으로 더 나아가실려면 해상도, 공간감, DR 같은 오디오 용어들의 개념을 터득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이게 팍팍 공부되는 오디오를 가져야 공부가 되는데 그러려면 비용도 많이 드니까요. 


그 유명한 체스키의 오디오 테스트 CD에 나와 있는 오디오 용어의 개념들을 들어 보아도 상당부분은 구름잡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친절한 황인용 선생의 목소리로 뭐는 어떻고 설명하면서 이거 어떻게 들려야 한다고 하지만 몇몇 개념에 있어서는 그리 구체적이지 않고 제시된 음악 샘플은 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트랙은 우리 음악 녹음 죽이지 정도의 이야기로 들리죠.


만약 제가 비슷한 테스트 음반을 제작한다면, 항목마다 보다 명확한 개념을 설명하고, 예를들어 “해상도”의 개념을 설명한다면 해상도가 높게 녹음된 샘플 하나 그렇지 못한 녹음하나(같은곡, 같은 연주)를 들려주어 해상도란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고 아울러 이 두 녹음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낄수록 더 해상도에서 좋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설명한 뒤 해상도를 테스트 할 수 있는 데모용 음악을 하나 틀어주면서 중점적으로 들어야 할 포인트를 지적해 줄겁니다. 예를들어 연주자들이 어떤 악기를 연주하는데 1:10초 부근에 두악기의 소리가 뭉개지지 않고 구분되어 들려야 한다는지 등등.     


하지만 몇 년전 포스팅 한 대로 오디오 팔아 먹으면서 스피커 위상이 바뀌어 있는 것도 감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억대 오디오를 들려 준다면서 CD-R에 복사한 음악 들려주고, 오디오쇼 나온 업체가 자기들 장비 하나 제대로 세팅 못해 공간, 세팅 다 감안하며 들어야 하게 만들어 놓는게 현실입니다. 억대 시스템 파는 샵에서 자기네 파는 장비 세팅도 제대로 못해놓은 경우도 봤습니다. 오디오 바닥이 생각보다 고수도 많지 않고 나이가 먹어가면 청력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에 경력은 쌓여도 실력은 줄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수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보면 오디오잡지나 샵에서 주어들은 이야기들을 자기도 잘 모르면서 하는 경우도 많구요. 


세상의 이치는 비슷합니다. 비싼 자동차 몬다고 그 사람이 운전 잘하고 차에 대해 잘아는 것 아니고 비싼 카메라에 대포만한 렌즈 달고다닌다고 사진 잘찍는 사람이 아니듯 비싼 오디오 집에 들여놓고 알아듣기 힘든 멋진 이야기들로 오디오에 대해 이런 저런 야기하며 근사하게 보인다고 해도 오디오에 대해 고수인 것도 아닙니다. 우선 본인의 귀를 믿고 현재 시스템이 음악을 적당히 재생해 준다면 현재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 만나 그집에 마련된 오디오로 음악을 들어보고 (가능한 자주 듣던 음반을 가져가야죠) 이야기도 들어보고 그분의 이야기가 음악과 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둘다 충만하다면 (음악 이야기보다 오디오 이야기가 훨씬 많은 사람은 입만 고수일 확률이 높습니다) 친하게 지내면서 하나하나 시작하는게 좋을겁니다. 


저는 음악에 대한 열정도 예전 같지는 않고 오디오에 대한 열정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집에서 집중해서 스피커로 제가 원하는 음량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포스팅은 그냥 귀동냥하며 다녀보니 이렇더라 하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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