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음악 애호가의 오디오파일 연대기 (2)
지난 글에 이은 제 오디오 연대기 두 번째입니다.
[Sony DVP-NS999ES]
영화를 작은 TV화면으로 보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DVD나 홈씨어터의 열풍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의외로 클래식 음악 관련 DVD도 제법 수입되고 특히 오페라 영상물도 많이 수입되고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 실황이야 음반으로 듣는 게 장점도 많았지만,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경우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아무래도 실연이 제일 좋고 영상물로 보는 것이 귀로만 듣는 것에 비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페라 감상 용도로 DVD 플레이어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플레이어를 구입할지 검토 중에 아무래도 DVD는 물론 CD와 당시 차세대 매체로 부상하던 SACD까지 한방에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화질도 화질이지만 특히 음질에 중점을 두고 고르다 보니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적당한 제품으로 소니의 플래그십 플레이어인 DVP-NS999ES 외에 답이 없더군요.

당시 사용하던 TV는 소니의 4:3 CRT 방식의 TV였는데, 38인지, 40인지 4:3 방식으로 키울 수 있는 만큼 키운 나름 대형 화면을 자랑하던 제품이었습니다. 999ES 특유의 소니 색감과 TV의 소니 색감이 어우러져 극상의 소니 화면을 제공했는데, 예전부터 이 소니의 색감에 익숙하게 지냈기 때문인지 그 화려함이 나쁘지 않게 다가왔고 덕분에 오페라 외에도 영화 DVD도 많이 구매하고 많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음질도 이런저런 비교 청취를 해본 결과 동가격대의 CDP 정도의 능력은 발휘하는 것 같았고, 한동안 999ES - 졸리다 앰프 - 3/5A의 조합으로 정말 많은 음악을 들었습니다. 특히 3/5A와 졸리다 진공관 앰프의 조합이 펼쳐 보이는 보컬 음악의 매력에 푹 빠져서 듣던 시절이었습니다.
[Audionet SAM V2 앰프]
진공관 앰프인 졸리다의 소리에 불만은 없었지만, 아이가 생기고 진공관은 아무래도 위험할 수 있다는 핑계로 비진공관 앰프로 업그레이드하기로 한 뒤, 제가 생각하는 중립적인 음악을 재현하는 오디오에 가장 부합하다 생각해서 구입한 것이 오디오넷의 SAM V2 앰프입니다. 독일산에 높은 가격을 자랑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오디오파일 간에 유명한 브랜드에는 속하지 않는 좀 마이너 한 브랜드인데, 그나마 CDP인 ART V2와 함께 SAM V2가 좀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도 제법 팔렸습니다. 지금의 후속기 가격도 엄청나지만 당시에도 인티앰프 치고는 매우 고가여서 구입을 결정하기 위해 3/5A를 차에 실어가서 직접 청음 한 뒤 구입했습니다. 제대로 울리기 어렵다고 소문난 토템 마니 2를 제대로 울려주는 앰프라 울리기 다소 까다로운 3/5A 정도는 무리 없다는 생각은 했지만 직접 한 시간가량을 들어보니 앞으로 당분간 앰프 걱정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AM V2는 당시로는 드물게 옵션으로 DAC와 포노앰프를 장착할 수 있는 모듈형 전략을 채택하고 있었고, 헤드폰 앰프까지 장착하고, 프리아웃과 모니터단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헤드폰 앰프는 인상적인데, DT-880 600 오옴 버전을 완벽하게 제어하면서 울려줄 정도라 어지간하면 별도의 헤드폰 앰프가 필요치 않아 최근의 헤드파이 생활을 행복하게 해 줍니다. 잠깐 거쳐간 젠하이저 HDV 820 헤드폰 앰프와 견주어도 딱히 불만을 못 느끼겠더군요.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바이패스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프리앰프로만 사용할 수는 있어도 파워앰프로만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인데, 사실 인티앰프를 그렇게 사용할 유저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장점이자 단점은 아직까지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불만을 못 느끼게 해주는 음질과 내구성입니다. 당분간은 지금보다 대형 스피커를 운용할 여건도 안되니 고장 날 때까지 몇 년을 더 써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사운드포럼 로돌포 스피커]
국내 수입/제작사인 사운드포럼에서 홈 오디오 쪽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방배동 시절에 그곳을 들락거리면서 스피커는 유닛이 반이상을 한다는 경험과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운드포럼에서 수입하던 스카닝(오디오테크놀로지)과 아큐톤의 고성능 유닛, 문도르프의 콘덴서들 덕분인데 제짝도 아닌 허접한 통들에 대충 끼워진 채 내뿜는 스카닝과 아큐톤의 소리는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둘 중 저는 스카닝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마침 리본 트위터와 스카닝의 15H를 조합한 로돌포라는 이름의 스피커를 공동제작하는 기획이 있던지라 망설임 없이 참여했습니다. 내부 네트워크 부품도 업그레이드하고, 바인딩포스트도 업그레이드해서 특주 했죠. 이후 사운드포럼은 리본 트위터 + 스카닝의 조합을 한동안 만들다가 스캔스픽의 베릴륨 트위터와 스카닝 유닛의 조합을 <심포니>라는 이름으로 시리즈로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데, 만약 제가 새로 스피커를 구성한다면 제가 좋아하는 스카닝의 미드인 15H와 우퍼인 23I를 조합한 <심포니 3> 정도가 최적일 듯합니다.

아무튼 로돌포는 아직도 제 음악 감상의 중심인데, 가장 큰 약점인 저역을 보강하기 위해 서브우퍼를 붙여 2.1 채널로 구성해 놓은지라 지금의 감상환경, 특히 집에서 크게 스피커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바꿈질의 필요를 전혀 못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로돌포는 와이프에게도 인정받은 스피커인데, 예전 F사의 스피커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수입하던 수입사의 친척이라 그 F사 스피커를 포함한 수입사의 유명 브랜드 제품으로 구성한 와이프 친구집에서 음악을 들어보고 “우리 집 소리와 비교하면 그 집은 소리라고 하기도 민망하네…”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뭐 와이프 친구 남편분도 저희 집에서 소리를 들어보고는 집안 어른들만 아니면 그냥 사운드포럼 스피커를 쓰고 싶다고 했으니…^^ 로돌포도 아이들을 내보내고 단출한 은퇴 후의 삶을 꾸리고 스피커를 새로 바꾸기 전까지는 계속 현역으로 남아있을 듯합니다.
스피커로 로돌포를 운용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초저역이었습니다. 미드/우퍼인 15H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 크기와 한계는 분명했죠. 정상적인 방법은 위에 로돌포 항목에서 언급한 대로 <심포니 3> 같은 3 웨이 스피커를 선택하는 것이 방법이지만, 이러면 이래저래 손봐야 할 것들이 많아집니다. 아마도 경우에 따라서는 앰프도 바꾸어야 할지 모르죠. 그래서 적당히 타협하자는 선에서 2.1 채널이라는 다소 편법적이지만, 기존에 세팅한 로돌포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고, 마침 사운드포럼에서 이런 용도에 적합한 <음악용> 액티브 서브우퍼를 출시했기에 바로 구입했습니다.

과학철학자의 이름을 딴 것은 아니겠지만, Kuhn이라는 묘한 이름의 이 서브우퍼는 스캔스픽의 10인치 서브우퍼 전용유닛인 23W4557T를 500와트짜리 디지털 앰프와 합쳐놓은 밀폐형인데 사용할 때와 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때를 비교하면 저역의 깊이보다는 공간의 채움과 음악의 규모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더군요. 음악 감상용이지만, AV용 성능도 출중해서 음악들을 때 보다 슬쩍 저역의 볼륨을 올리고 영화를 보면 영화의 맛을 훨씬 더해줍니다. 원한다면 이웃의 원성을 들을 정도의 성능은 됩니다.
사운드포럼에서는 현재 Kuhn은 단종되었고, 직경이 11인치로 늘어났지만, 디자인은 평범해진 스캔스픽의 26W/4558T00와 같은 직경의 패시브 라디에이터에 500와트 디지털 앰프를 단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Oppo-105 블루레이 플레이어]
DVD의 시대가 저물고, 픽업을 한번 교체했음에도 이런저런 문제를 보이는 999ES를 대체할 제품을 고민하던 차에 BD, SACD, CD를 모두 재생하고 허접하지만 네트워크 플레이도 가능하면서 당시 최신 DAC 칩인 ESS 9018 Pro sabre칩을 장착하고 아날로그 출력에 제법 신경을 쓴 차이파이 가성비 제품을 접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sabre를 <사브레>로 발음하곤 하는데 옳은 발음은 <세이버>입니다) 단순히 BD 플레이어로만 생각하자면 고가인 편이었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CDP와 견주어도 딱히 꿀릴 것 같지 않은 CD재생음질을 생각하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고, SACD에 제법 투자를 한 입장에서 SACD를 지원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이었습니다.

늘어가는 물리매체로 보관할 곳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음악 재생매체의 디지털로의 전환은 어쩔 수 없는 방향이었는데, Oppo-105는 외장하드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파일재생, 그것도 당시에는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플레이어도 많았던 갭리스 플레이를 지원했기에 미래 재생기기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의 통합 미디어 재생기기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나중에는 앱 업데이트의 중단으로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자체앱이나 UpnP를 통해 타이달을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요긴했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디지털 입력도 지원하기에 필요에 따라서는 (그렇게 사용할 일은 거의 없지만) DAC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아쉬운 점으로는 ESS가 9039 Pro까지 신제품을 내놓고, 중국산 DAC에는 이 새로운 칩을 달고 나오는 제품도 흔해진 세상에서 아무리 DAC의 성능이 칩의 성능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 변명해도 지금 시점에 9018 칩과 대단할 것 없는 DAC/아날로그부를 갖춘 Oppo-105, 타이달 플레이어로 사용하는 Blusound node 3세대의 그리 특출하지 못한 PCM5242를 기반으로 한 DAC를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기기들의 플레이어로서의 장점을 살리면서 음질을 대폭 향상할 방법으로 별도의 DAC를 달아주는 정도를 고려할 수 있겠고, 현재 제 차세대 오디오 업그레이드 계획은 이 부분에 최우선을 두고 있습니다. 단시일에 일을 낼지 아니면 수년 뒤에 일을 낼지는 모르지만 업그레이드하고 나면 그 스토리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재생기기로서의 Oppo-105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인데, 지금 시점에서 영상/음악을 모두 재생하는 마땅 한 대체품을 찾기도 어렵고, 음악 쪽만 별도로 운영한다고 하면 SACD를 지원하는 여부도 어느 정도 중요한 고려대상인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적당(?)한 가격대에서는 데논/마란츠 정도의 제품 밖에 없고, 수준을 높이면 갑자기 가격이 몇 배로 뛰게 되니까요.
아직도 CD와 스트리밍의 비율이 5:5 정도는 되는데, 물리매체를 Oppo-105가 맡아주고 있다면 스트리밍은 Node가 맡고 있습니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음에 있어 가장 큰 단점은 음질이나 다른 문제가 아니고 음악을 플레이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게 된다는 점인데, 그러지 않으려 노력해도 CD로 음악을 듣는 것 대비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큽니다. 저렴한 태블릿 하나 구해서 오디오 위에 올려놓고 Node 컨트롤 전용으로 사용하면서 음반표지를 감상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스마트폰은 음악 재생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음악관련해서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하기에 진득하게 음악을 듣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집에 남아도는 유물 수준의 아이패드 2가 있어서 이런 방법으로 이용하려 했는데, 앱들이 이제는 아이패드 2를 지원하지 않고 배터리도 거의 기능을 하지 않아 늘 충전기를 달아놓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 스트리밍 중인 음원의 표지를 보여주는 용도 외에는 유용하지 않더군요.

한동안 노드를 다른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나 교체할 생각은 없습니다. 특히 외장 DAC를 구입한다면 딱히 더 나은 사양의 스트리밍 플레이어가 필요치도 않고요. 다만 요즘 같은 통합 제품이 늘어가는 추세에 DAC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스트리밍 DAC 같은 부가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노드는 대체되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이상이 그간, 그리고 현재 사용하는 주요 오디오 장비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향후 업그레이드를 한다면 DAC 관련한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충 마음에 드는 제품은 T+A의 DAC 200, Chord의 Hugo TT2, SPL의 Director MK2 + Phonitor 시리즈 중 하나, Lindemann의 MusicBook Source 2 정도인데 DAC 성능도 성능이지만, 헤드폰을 통한 음악 감상의 비중이 커진 현 상황에 헤드폰을 사용할 때는 메인 앰프인 SAM V2를 켜야 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헤드폰 앰프가 달려 있으며, 향후 스피커 + 앰프 업그레이드 시 적절한 파워앰프만 구비하면 되는 훌륭한 아날로그 프리앰프 성능도 내장된 제품 쪽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