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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전시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추천

만술[ME] 2025. 1. 16. 14:43

국립박물관에서 3월 초까지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과 협업으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미술을 이야기하면 당연히 클림트가 가장 유명하니 클림트의 작품을 많이 기대하고 가실 텐데, 클림트 보다는 실레의 작품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물론 저같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 시절 비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전시 작가 모두가 소중하지만, 회화 쪽에 관심이 많은 일반적인 애호가들로서는 공예품도 상당수 전시된 이번 전시가 약간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듯합니다만, 분리파 예술에 있어 건축과 공예는 매우 중요한 위치라는 것을 참고하시면 이번 전시가 사실은 매우 알찬 면모가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해를 위해 사전/사후에 읽으면 좋을 책 두 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첫 번째는 전시의 제목과 같은 <비엔나 1900년 - 삶과 예술 그리고 문화>(예경)입니다. (의사보다는 풍월당 주인으로 더 유명해진) 박종호 선생께서 비인의 골목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뒤 문화기행의 가이드로 삼았다는 책이고, 그래서 번역판 추천사도 직접 쓰셨습니다. 이 책은 예술과 디자인, 건축, 문명과 사회라는 3부로 나누어 1900년 전후 비인의 문화 예술에 대해 백과사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작가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저술가들이 각각 한 장씩을 맡아 설명하고 있어 크게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을 읽기에도 요긴합니다. 아울러 정말 다수의 도판이 제공되어 있어 이 시대의 도록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가격은 올랐겠지만 종이의 질과 인쇄의 질도 훌륭합니다. 2013년 첫 번역본이 출간된 후 중쇄를 거듭하고 있는 것을 보면 비싼 가격에도 꾸준히 수요가 있는 듯 해 다행입니다.

이 시대를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약간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원제가 <Wien 1900 : Kunst und Kultur> 임에도 미술/건축/공예 중심이라 이 시절 비인의 또 다른 중요한 분야인 음악/문학/철학의 분야가 다루어지는 정도가 조금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분야들까지 상세하게 기술했다면 책의 부피는 엄청나졌을 테니 이 책에서 조금 약하게 다룬 분야는 다른 책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물론, 이번 국립박물관의 전시와 관련해서는 이 책으로 차고도 넘칩니다.

제가 부족하다 언급한 분야를 포함하면서 단순한 사전적인 접근을 넘어 문화사적으로 이 시기의 비인을 다루는 좋은 책은 칼 쇼르스케의 <세기말 빈>(글항아리)입니다. 쇼르스케의 책은 1961년에 원서 초판이 발행되어 이제는 이미 고전의 지위를 획득한 책으로 단순 문화사를 넘어 문예비평적인 측면이 강하기에 이 시절 비인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조금 읽어 내려가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비엔나 1900년>을 먼저 읽고 읽으면 좋습니다. 그리고 다시 <비엔나 1900년>을 읽으면 새로운 관점에서 그 책을 해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 <세기말 빈>을 읽은 후 재독을 추천합니다.   

 
쇼르스케의 책은 단순한 미술과 건축을 넘어 프로이트, 호프만슈탈, 쇤베르크까지 7장에 걸쳐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각각의 장을 편하게 따로 읽어도 좋다고 이야기하고는 있습니다만, 제 경험에 의하면 통독을 하는 것이 책의 이해에 더 좋더군요. 다만 골라서 읽어야 한다면 1장(슈니츨러와 호프만슈탈), 2장(링슈트라세), 5장(클림트)은 꼭 읽어 보면 좋고, 그중에서도 한 장만 고른다면 2장인 "링슈트라세와 그 비판자, 그리고 도시적 모더니즘의 탄생" 부분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같은 오스트로-헝가리 문화권의 쌍두마차였던 부다페스트의 1900년에 대해서는 이미 제가 전에 소개한 존 루카스의 <부다페스트 1900년>(글항아리)를 일독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