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오디오]음악 애호가의 오피오파일 연대기 (번외편) - 케이블 이야기

만술[ME] 2025. 3. 1. 20:19

저는 아날로그 케이블이 (음질이 좋아지고 나빠지고를 떠나) 영향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음질차의 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며 아마도 플라세보 효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이런 제 오디오에 대한 입장은 제가 이미 올렸던 블로그 내의 글들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이번 글은 이런 실효성과는 별개로 제가 사용하였거나 사용하고 있는 케이블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인터커넥터 케이블]

상대적으로 긴 길이가 필요한 프로세계가 아닌 홈 오디오에 있어 밸런스 연결의 장점은 사실상 높은 게인과 단단한 체결강도일뿐이며, 이 장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케이블 가격을 만회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입장이라 밸런스 연결을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인터커넥터 케이블은 방배동 시절 사운드포럼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LAT의 IC-300 시그니처인데 LAT의 폐업으로 인한 품귀 때문인지는 몰라도 구입시점이던  2000년대 중반 대비 가격이 너무 올라서 한조에 무려 12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팔고 있더군요.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것인지, 오디오 쪽 뻥튀기가 유독 심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격이면 케이블 말고 오디오 음질 향상을 위해 돈 쓸 곳이 제법 될 듯합니다. 20년을 주야장천 써온 케이블이고 이후에 뭔가 바꿈질을 생각해 본 적도, 다른 케이블을 테스트한 적도 없어 이제 와서 뭐라 평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구입 초기의 경험으로는 이전에 사용하던 실텍의 ST-48 대비 모든 면에서 뛰어났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20년을 사용하다 보니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피복이 세월에 따라 끈적임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LAT IC-300 시그니처



실텍의 ST-48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케이블 자작(케이블이란 것이 벌크로 들여와 단자 결선해서 파는 방식이라 할 수 있으니 사실상 상당수의 케이블이 자작인 것이긴 합니다)으로 유명했던 리버맨 오디오의 공동제작 덕분에 유명 케이블을, 그나마 저렴한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깃줄 가격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에 처음 써 볼 수 있었던 제품입니다. 전형적인 은선에 금선이 한가닥 들어가 있어 은선의 차가움에 살짝 온기를 더했다고 홍보되던 제품인데, 한때 국내에서 가짜가 판치던, 나름대로 유명세를 탄 제품입니다. 처음 구입 시 느낌은 은선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들어서인지 그야말로 산들바람 같은 찰랑이는 소릿결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는 LAT IC-300 시그니처에 밀려 서브우퍼 케이블로 사용되기도 하는 등 여기저기 땜빵용으로 활용되는 신세입니다.

인터커넥터 케이블로는 한동안 단심선으로 유명세를 탔던 LAT IC-50도 사용했지만 서브우퍼 전용으로 얼마간 사용하다 지금은 다른 막선들과 함께 서랍 속에서 놀고 있는지라 크게 언급할 내용은 없을 듯합니다.

 

[디지털 케이블]

 

디지털 케이블이 음질 차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름 없는 중국산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오디오 전문 케이블을 사용하자는 생각에 동축 케이블은 오디오퀘스트 포레스트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딱히 이 제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회사에서 나온 케이블 중 가장 저렴한 편이라 고른 겁니다. 다만 TV와 DAC를 연결하는 광케이블은 중국산 케이블인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납니다. 아울러 USB 케이블은 코드 큐티스트 DAC에 딸려 나온 번들 USB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파워 케이블]

만약 케이블 가격이 요즈음처럼 비쌌다면 파워케이블은 모두 번들 케이블을 사용했을 겁니다. 예전에는 명망 있는 제조사의 케이블이 그래도 구입할만한 가격대에 편재되어 있었기에 이런저런 경로로 공동구매나 공동제작도 많아서 지금 쓰고 있는 정도의 파워 케이블들을 구해서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적으로 멀티탭은  LeGrand 6구 + LAT AC-2 MK II + 오야이데 P-046E의 조합으로 사운드포럼에서 제작한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르그랑의 멀티탭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LAT의 케이블이나 오야이데의 플러그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고가를 사용했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요즘이라면 그냥 다이소 제품을 사용했을지도 모르죠. 쓰다 보면 한 가지 아쉬움은 전체 온/오프 스위치만 있고 개별은 없다는 것인데, 요즘 같은 어려운 시절에는 있으면 요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각종 장비에는 LAT AC-2 MK II, 후루텍 FP-3TS 20, 후루텍 FP-3T 35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들 20년을 사용한 케이블이니 어느 정도 구입가는 뽑지 않았나 생각은 합니다. 유달리 로듐을 선호해서 다들 로듐도금 플러그를 달아놓았는데,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제가 장비 바꿈질을 좋아하지도 않고, 이런저런 환경을 조작해서 테스트하며 비교 감상하는 것도 귀찮아해서 플러그 뽑을 일은 수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데, 금도금 대비 마찰로 인한 마모에 유리한 로듐 도금 제품을 더 비싸게 주고 쓸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스피커 케이블]

 

스피커 케이블이 음질/음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맞지만 물리력에 의해 소리를 전달하는 매체인, 그래서 오디오 신호 전달과정에서 가장 오차가 심하게 발생하는 스피커라는 존재가 신호 전달과정의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그리고 일반적인 청취 환경에서 그 차이를 유의미하게 인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매우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따라서 스피커 케이블도 플라세보 효과와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투자 정도면 족하고, 그래서 20여 년 된 후루텍 μ S1을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케이블을 구성한다면]

 

파워 케이블은 KS인증 국산 멀티탭에 구입 시 제품에 딸려 나온 번들을 사용할 겁니다. 뭔가 대단한 오디오파일인양 자랑 할 수 있도록 누군가를 초대하지도 않고, 이젠 플라세보를 느끼기에도 스스로 너무 약아졌습니다. 인터커넥터와 디지털은  (그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디오퀘스트의 가장 저가 케이블인 포레스트 시리즈로 도배할 것 같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의 더 저가 케이블이 있다면 그걸로 갈 것 같고요. 아직은 허영이 있는지 막선 인터를 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스피커 케이블도 비슷하고요.   

 

결론 : 이번 번외 편은 (많은 분들이 비난하시겠지만) 일종의 뻘짓 연대기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