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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사카나(魚)와 일본 - 비릿 짭짤, 일본 어식(魚食) 문화 이야기 (서영찬 지음 / 동아시아)

만술[ME] 2025. 2. 28. 17:18

참치가 고급 생선의 지위에 오른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고, 에도시대에는 가다랑어가 최고급 생선으로 맏물을 맛보기 위해서 지금 돈으로 한 마리에 수백만 원의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요즈음 우리가 먹는 스시인 니기리즈시의 역사도 생각보다 짧아서 19세기 초에 에도에서 탄생했고, 그 이전에 스시라고 하면 최소 몇 개월을 삭힌 우리나라의 홍어 같은 나레즈시를 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서 슬쩍 잡학다식을 자랑하며 분위기를 띄우기 좋은 일본 어식(魚食)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각각의 품종을 단위로 해서 풀어놓은 책이 <사카나(魚)와 일본 - 비릿 짭짤, 일본 어식(魚食) 문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일본 출신이거나 일본에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일본어 출전을 섭렵해 단순한 음식이나 물고기 이야기를 넘어 역사와 문화, 설화 등을 음식 재료와 엮어 한 편 한 편을 알차게 구성했습니다. 

 

 

제목에 나오는 사카나(魚)의 기원부터 흥미로운데 본래 <곁들여 먹는 음식>을 뜻했고 과거에는 술과 함께 먹는 반찬이나 안주를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사무라이 계층과 상인들은 술을 즐기는 문화가 강했는데, 이러한 문화 속에서 사카나는 필수적인 요소였고 일본의 특성상 음식의 재료로는 어류가 많고, 종교적인 이유로 육식을 하지 않아 술집에서는 다양한 생선 요리를 제공하였기에 자연스럽게 반찬/안주라는 뜻의 사카나는 생선을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원은 현대에도 이어져, 사카나라는 단어가 생선을 의미하면서도 여전히 술과 함께하는 음식이라는 개념을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무척 재미있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으며, 저자가 정말 많이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를 일반 독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한 장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그로 인한 약간의 단점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한 꼭지 한 꼭지가 완결적인 연재물의 느낌으로 진행되는데, 이것이 하나하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흥미로운 꼭지만 골라서 순서에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장점도 되지만, 각 꼭지의 내용이 조금 산만하고 광범위해지는 단점이 있어서 나중에 어떤 내용을 어디서 읽었는지 찾아보려 할 때, 어떤 생선과 연관되어 읽었던 내용인지 찾기 힘들 수 있습니다. 더구나 치명적으로 색인이 빠져있어 이런 문제가 더 심화됩니다. 

 

하나 더 단점을 지적하자면 비록 양장본은 아니지만 본문 대부분이 (한자 병기를 위해) 2도 인쇄이고 다소 큰 글씨의 헐거운 편집으로 600쪽에 이르는 분량이 된 데다 종이의 질도 좋아서 3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글씨 크기를 조금 줄이고, 편집도 약간 빡빡하게 했다면 뭔가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은 좀 줄었겠지만 2만 원 정도로 가격을 맞출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장점과 단점을 모두 고려해도 곁에 두고 가끔씩 한 꼭지씩 뒤적이면서 재독, 또 재독을 하면 일본의 먹거리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는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