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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말과 글의 달인이 되는 법: 우리말 어원 사전 (조항범 지음 / 태학사)

만술[ME] 2025. 2. 3. 15:26

과거 가짜뉴스도 이런 그럴듯하지도 않은 가짜뉴스가 있냐고 생각했던 일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사흘>을 4일로 생각하며, <금일>을 <금요일>로 아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기자 중에도 <4흘>이라는 표기를 쓴 경우도 있다는, 그래서 문해력이 문제 되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몇 년 주기로 반복될 때마다 정말 극히 일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과장해서 뉴스화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정국과 이런저런 말들의 오감을 보면서 학력이나 직업, 나이에 상관없이 저런 이야기들을 믿고, 저렇게 생각하고, 믿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공연히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세상인데 <사흘>을 4일로 생각하고 우기고 고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 이상한 세상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사흘>의 어원에서 <사>가 <서>와 같고 <사>는 <구슬이 서 말이어도~> 같은 용법만 알아도 사흘의 <사>가 4와는 다르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노다지>의 유래가 영어 no toutch라던가, <도루묵>의 기원이 선조의 몽진에서 나온 <도로 묵이라 불러라>에서 비롯했다던가, <무궁화>가 무궁무궁 끊임없이 꽃을 피워 무궁화라던가 하는 이야기가 어원과 관련한 일종의 도시전설(도시는 아니니 민간전설이죠)이며, <감질나다>라는 말의 어원은 감질이라는 병명에서 기원한 것이고 동요에도 나오는 <까치설>은 까치와는 전혀 관련 없는 말이라던가 하는 우리말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국어학자가 짧게 짧게 풀어쓴 책이 오늘 소개할 <말과 글의 달인이 되는 법: 우리말 어원 사전>입니다.  
 



이 책은 친족과 가족, 문화와 생활, 각종 유별난 명칭들, 말과 행위 등 10가지 범주로 나누어 200개의 낱말의 어원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탐구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어떤 말의 어원이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저자의 주장이 많이 가미되어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저자도 솔직하게 그 기원에 대한 설명을 못하겠다고 인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어떤 말의 기원이 이거다라고 답만 제시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저자는 그 말이 기원말에서부터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를 국어학적으로 설명하면서 옛 문헌들의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는 그냥 흥밋거리를 넘어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추가적인 탐구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저자가 서문에서 강조하는 대로 이 어원에 대한 앎은 단순히 뭔가 지적 허영을 채우는데 그치지 않고 그 말속에 녹아 있는 생활과 역사, 사유와 인식의 편린을 찾아내어 새로운 시각을 찾아 확장되는 계기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채로운 우리말의 어원을 탐구함에 있어 200개의 낱말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2년여간 신문에 기고했던 글들이 이 책의 근간이 되었고, 이 책이 발간된 것이 2022년이니 몇 년 안에 200개 정도의 낱말을 다시 모아 2권을 내준다면 반가울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