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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어떤 이별

by 만술[ME] 2011. 7. 21.


어제, 그제 두분이 회사를 떠나셨습니다. 한분은 사장님, 또 다른 한분은 제가 본부장으로 모시던 전무님이죠.

사장님은 제가 입사때부터 함께 근무했었습니다. 당시 사장님은 부장님으로 사업부내의 4개팀의 선임팀장을 맡고 있었죠. 헌데 지금은 제가 딱 그역할로 본부내의 6개팀의 선임팀장을 맡고 있고, 그분은 사장님이 되셨구요. 입사이후에 팀장-팀원으로 일하지는 않았지만, 선임이셨고, 나중에 임원이 되셨고, 사업부장이 되셨기에 늘 곁에서 함께 일을 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든 중요한 순간마다 저를 중히 써주셨고, 뭔가 새로운 사업을 한다거나 할 때 늘 저를 믿고 맡겨주시곤 했습니다.

얼마전 사장님이 추진하셨던 프로젝트의 정리방안을 협의하는 자리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적이 없기에 특수한 경우를 가정한 상황에 대한 경험 때문에 그자리에 있게 되었는데,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제가 필요한 상황은 일단 배제를 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시작했기 때문에 회의 끝까지 그냥 옵저버의 역할로 있었죠. 그때 사장님의 전략에 대해 본부장, 임원, 팀장의 이런 저런 반대들이 있었고, 아마 저만 그냥 옵저버의 위치에서 사장님을 지지했던 것 같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장님께 핸드폰이왔습니다. "내가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니가 보기에 내가 생각하는 처리 방식이 어떻다고 생각하니, 그냥 사실대로 얘기해주라" 저는 사장님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그렇다고 말씀드렸죠. 아마 많이 힘드셨고 제 말에 조금 힘을 얻으시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 사직을 하셨습니다.

전무님은 입사한지 2년이 조금 넘으셨죠. 회사가 좀 텃세가 심한편이라 힘드셨습니다. 그러다 1년반전 기획실에서 사업부로 오시면서 당시 팀장을 그만두고 한직에서 놀고 있던 저를 기용해 일종의 패전마무리 팀을 하나 만들고 그 담당임원이 되셨습니다. 저를 선발했던 분들은 앞서 말씀드린 사장님, 그리고 당시 제가 속해 있던 본부장님이셨죠. 아마 업무의 성격상 회사의 치부들이 많이 다루어지는 팀을 만들다보니 외부에서 온 임원 휘하의 팀장으로 그나마 믿을 사람 하나 박아두어야 겠다는 생각이셨던 것 같습니다.

이후 한개의 팀이 업무를 확장하면서 실이 되어 독립하고, 더 확장하면서 6개팀을 관장하는 본부가 되었습니다. 전무님은 본부장이 되었고, 저는 선임팀장을 맡았죠. 그렇게 1년여를 보냈습니다. 아마 제가 10여년 회사생활을 하면서 성장했던 것보다 전무님을 만나서 성장했던게 더 많았을 겁니다. 그만큼 존경받을만한 분이었지만 모든 회사의 관심을 받는 자리였고, 또 그 만큼 더러운 싸움에도 휘말리셔야 했죠. 룰을 안지키는 사람들이 있고, 전무님은 그럴 수 없는 분이었기에 결국은 하루하루가 힘든 전쟁이었습니다. 권투를 하는데 상대방은 이종격투기룰을 이용하면서 싸우는 형상이랄까요.

아무튼 지난 월요일 오후 제게 전무님이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는 정의가 이긴다고 생각하니, 아니면 이기는게 정의라 생각하니?"
"저는 정의가 끝내는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상일이란게 정의 그 자체는 언젠가는 승리하지만, 그 정의를 행하는 자는 패배할 수도, 물러날 수도, 죽을 수도 있는거겠지요. 그렇다고 저희가 정의를 행하지 않을 수는 없지않습니까?"
"그럴듯하고 의미심장하구나!"

그날 아침에 이미 전무님은 사표를 내셨고, 전 그날 저녁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와이프와 통화하면서 두분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그분들 자기를 제일 아껴주셨던 분들 아냐? 자기의 가장 큰 빽인 두분인데 이제 자기 짤리는거 아냐?"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마 연말까지는 감히 회사가 날 건드리지는 못할꺼야. 정말 많이 필요할테니까. 물론 그 뒤는 장담못하지만..."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두분 덕에 "언터쳐블"한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제 제가 의지할 곳은 임원 한분, 그리고 저를 따르는 직원들뿐이군요. 어느덧 제가 보호받기 보다는 보호해야 되는 위치에 온 것일까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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