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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광고를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

by 만술[ME] 2009. 3. 5.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제법 긴 시간동안 마케팅 업무를 했었습니다. 아래 "디비디 바비디 부"에 관한 포스팅에 답글을 달다가  만약 그 괴담이 사실이라면 마케팅 담당자나 광고 대행사의 입장이 어땠을까 생각이되어 제가 마케팅을 하다가 겪었던 몇몇 에피소드를 올려 보았습니다.


1. 머그컵도 좌빨이 될 수 있다

마케팅 용어중에 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라는게 있습니다. 마케팅 방법과 수단을 통일 해서 고객과의 접점에서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한목소리를 내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인천의 송도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송도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어 국제도시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했었는데 그중 가장 사소했던 것이 가장 큰 일을 일으킬뻔 했습니다.

바로 사소한 기념품 그것도 포장이 문제였습니다. 방문객 기념품으로 머그컵을 제작했고 그 머그컵에는 각나라의 상징물들(머라이언, 풍차, 개선문, 스핑크스 등)이 이쁜 도안으로 인쇄되어 있었죠. 포장지도 세계각국의 국기를 패턴으로 넣었구요.

문제는 어느날 국가의 보안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전화가 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기념품이 이적표현물로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죠. 그야말로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머그컵이 어떻게 이적표현물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문제는 포장지였습니다. 하필 디자이너가 아무생각없이 넣었던 세계 각국의 국기중에 인공기가 들어있었던거죠. 결국 사유서 작성하고 정리되었습니다.

그때 만들었다 남은 머그컵은 아직도 집에서 물컵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2. 세종대왕을 경망되게 이르지 말라

두번째 사건은 서울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인데 투자가치를 강조하는 신문광고를 낸적이 있습니다. 광고가 나간날 아침 바로 한국은행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광고에 투자가치를 강조한다고 세종대왕님(만원권)이 출연하신게 문제였습니다. 원래 화폐를 광고에 이용할 경우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대행사의 실수로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거죠. 물론 시정조치로 마무리 되었고, 저는 또 무식한 죄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사과해야 했습니다. 

3. 산은 산이로되...

초보 마케터이던 시절의 에피소드인데 당시 저로서는 처음 기념품이란걸 제작했었습니다. 업체에서 샘플로 가져온 이런저런 물품중에 가격과 프로모션의 특성을 생각해서 흔히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물병을 선택했고 1만개를 발주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프로모션 하는 장소로 납품하라 했죠.

문제는 제가 경험이 없어 만개의 포장된 물병이 어느정도 부피가 나가는지 몰랐던데 있습니다. 물통 만개가 트럭 몇대에 실려 납품이되자 난리가 났었죠. 행사장에 쌓아놓자니 갑자기 산하나가 생기고 사실 절반 이상은 쌓아놓을 장소도 없었던거죠. 야외 주차장에 쌓아놓는 방법도 생각해 봤는데 주차장에 쌓아도 거대한 산이 하나 생길 뿐 아니고 혹시 비라도 오면 큰일이었기에 야외에 쌓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다행히 납품하신 업체 사장님이 출강을 하시는 분이었고, 방학중이라 그분이 강의하는 학교 교실에 납품된 물건의 절반을 임시로 쌓아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죠.

4. 아줌마 할머니도 오빠는 있다

인천에서 프로모션 할 때의 일입니다. 당면과제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었고, 약간 촌스럽고 소란스럽기는 해도 "쇼"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공연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로 했습니다.

기획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점은 이런 소란함에도 반응이 썰렁해서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것이었죠. 해서 게릴라 콘서트 처럼(게릴라 콘서트가 기획되기 이전에 벌어진 일입니다만) 직원을 동원해서 가가호호 방문을 했고, 행여나 하는 마음에 목표인 해당 아파트 인근의 상가와 주택들까지 뛰어다니면서 홍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홍보의 핵은 가수 태진아씨였답니다. 아무래도 주요 타켓층이 주부니 태진아가 최고 아니겠냐는 생각이었죠.

날도 별로고 상황이 저희측에 유리한게 아니었기에 게릴라 콘서트를 준비하는 가수들처럼 반응에 대해 정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저로서는 태진아씨를 동원하는 비용이 많이든다고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고집을 피웠기에 정말 결과가 중요했죠. 헌데 결과는 정말 놀라왔습니다. 공연장에 마을 전체를 옮겨온 것 같더군요.   

아울러 태진아씨의 무대 장악력은 정말 놀라왔습니다. 그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윤도현 앞의 붉은 악마 같이 하나가 되 버리더군요. 이때의 성과로 비슷한 프로모션에 또 태진아씨를 초빙했죠.^^

5. 5000천개의 빵, 2500개의 우유로 예수님과 겨뤄보다

서울 어떤 지역에서 1,500명 가량의 주민들을 모아 놓고 행사를 진행해야 했던적이 있습니다. 예상보다 일정이 지연되었기에 참석하신분들 요기할것을 준비해야 했죠. 빵을 조달하려 했는데 주말이라 제과회사들을 동원할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주변 마트들을 순회하면서 빵과 우유를 조달해야 했습니다.

헌데 (지역적 특수성 때문인지) 1500명분의 빵과 우유(약 3000개의 빵과 1500개의 우유)를 구입한다는게 쉽지 않더군요. 거의 인근 마트를 쑥대밭으로 만들어서 빵과 우유를 조달했습니다. 1인당 빵 두개와 우유 하나면 되리라 생각했었죠. 헌데 일정이 진행중이라 자율 배급을 했던게 화근이었습니다. 빵과 우유가 턱없이 모자라더군요. 제가 보는 앞에서 빵과 우유를 몇개씩 가방에 챙기는 분도 보였으니까요.

결국 마트는 이미 동낸 상태이므로 인근의 S백화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식품부에가서 빵을 마구 주워 담고, 우유도 종류 안가리고 주워담으니까 우류를 사시려는 분들이 궁금해 하더군요. 우유에 무슨 문제 있냐고. 아마 양복 입은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우유를 카트에 담고 있으니 식약청쯤에서 나온줄 생각하신듯 했습니다. 그냥 구매하는 것 뿐이라 했지만 다들 집어들었던 우유를 도로 내려놓고 슬쩍슬쩍 눈치 보며 다른 곳으로 가시더군요. 아마 틀림없이 뭔가 은폐하려는게 있다고 생각들 하셨겠죠.^^

아무튼 이렇게 해서 빵 2000개, 우유 1000개를 더 조달했습니다. 헌데 나중에 보니 이것도 모자라더군요! 예수님은 빵5개와 생선2마리로 5천명을 먹이셨는데, 저는 우유 5천개와 빵 2천5백개로 천오백명을 못먹였더군요..^^

대충 갑자기 생각나는 에피소드들인데 재미 있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MF[ME]

*"비비디 바비디 부" 관련 포스팅으로 블로그에 방문객이 급증했는데, 솔직히 좀 그렇습니다. 그런 글 자주 쓰면 소위 인기블로그도 되겠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고, 이렇게 방문했던 분들이 제 다른 글들을 읽을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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