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Wonderful Life

인터넷 자아의 왜곡 또는 전문 블로그

by 만술[ME] 2009. 2. 26.
제 방만한 취미생활을 보고는 당연히 제가 동호회 한두개쯤은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물론 "가입"은 되어 있지만 글을 읽는 것 이외의 "활동"은 안하는 눈팅족이란 사실에는 종종 놀라곤 하시죠.

저도 한때는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글도 올리고 답글도 달고 도움도 주고 도움도 받았죠. 아울러 인터넷 동호회를 만들기도 했고 수년간 장기집권을 하면서 달랑 회원 두명에서 시작해서 제법 잘 알려진 동호회로 키우기도 했습니다. 회원들로부터 동호회 활동이 너무 즐겁고 좋으니 평생 함께 가자는 이야기도 들었구요. 그때는 매일 몇건의 글을 올리고 십여건 이상의 답글을 달고 어떤 문제에 대한 제 발언 한마디가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수상만큼의 파워를 갖기도 했습니다.


그 활동과정중에 저는 가능한 제 실제 자아와 인터넷속의 자아를 일치 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찌보면 그때 리더쉽을 실험하고 학습한 것이 회사생활에도 연결되어 작지만 한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있는데 기여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끔 제 Official-Self와 인터넷의 자아가 일치할지는 몰라도 Private-Self와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가끔 몇몇 동호회나 블로그에 열정적이거나 단정적인 스타일의 글을 올리는 분들이 실생활에서도 그럴지 몰라도 인터넷이란 특성이 자아의 괴리를 유발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마치 분식회계처럼 때로 블로그나 동호회의 글들이 사람의 자아를 실제와는 다르게 분식하는게 아닌지 생각되는 것이죠.


틀림없이 제 블로그의 글들도 그렇지만 많은 글들을 보면 저 같은 하수들도 이런 화장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제 블로그의 글들에 대한 변명은 아래 별도의 박스를 참고하시길!) 아니 때로는 천한 색조화장속에 감추어진 진짜 피부의 잡티들이 너무 눈에 띄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역겨운 화장품 냄새로 누군가를 호도하기도 하죠. 어느순간 제게서도 화장품 냄새가 심하게 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저는 블로그로 숨어 버렸습니다. 갈리아를 정복한 카이사르도 결국 개인적으로는 몇명의 원로들이 휘두르는 칼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일 뿐이었고 저도 아무리 자의가 아니었다 해도 포장된 이미지는 제가 아니었으니까요.

어떤 분은 전자공학에 정통하고 오디오에 대해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분처럼 글을 쓰기도 하는데 막상 오디오판의 기본 언어들, 이론들, 미신들에 대해 무지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들,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경험한 것 처럼 풀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도 있더라가 아니라 "그렇다"라고 단정합니다. 때로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무식한 사람으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헌데 어떤 블로그나 동호회에서는 그런 분들이 "전문가"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특정음반 또는 특정 연주자에 대해 매우 명쾌한 답을 내립니다. 순식간에 어떤 음반은 역사적 명반이 되고 또 어떤 음반은 넌센스가 됩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말발에 따라 동호회의 필청음반이 되기도 하죠. 때로는 우리나라 애호가들의 취향과 유행을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헌데 가끔 어떤 경우에는 그분들의 진실이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글을 올린다고 다 전문가는 아닙니다. 사실 전문가들은 블로깅을 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저만 봐도 먹고 사는 분야는 제가 블로그에 올리는 분야들과는 전혀 상관 없습니다. 전 제 블로그에 진짜 제가 전문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내용을 올리지 않고 또 올릴 수도 없습니다. 우선 블로깅 하는 시간은 (그게 업무시간이라 하더라도) 나름 쉬는 시간인데 그 순간만은 업무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고, 프로인 이상 돈 안받고 그 정보를 공유하기도 싫으며,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이상 회사의 업무영역과 중첩되는 분야에서 다른 경로로 돈을 버는 것은 회사의 양해가 있지 않는 한 비도덕적인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정분야의 전문가가 이런 저런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좋은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쓴 전문적인 글이라도 그 글들이 Physical Review 보다는 Science에 기고한 글에 비유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 수준에서만 전문적일 뿐이죠.

예전에는 인터넷이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작았기 때문에 인터넷의 자아와 실제 자아가 차이나도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은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자아가 불일치 하는 것도 일종의 다중인격이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때문에 두개의 자아를 싱크 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현실의 자아와 달리 인터넷 세상의 자아는 미네르바가 그랬던 것 처럼 분식을 하기 쉬우며 그 화장발에 속는 대중도 많고 그때문에 스스로도 자신이 창조한 왜곡되고 부풀려진 자아에 함몰되어 역으로 실제 삶의 자아를 왜곡하고 부풀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 자아중에 어떤 것이 진짜라고 쉽게 단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온라인이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세상임을 고려할 때 빨간약과 파란약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예전처럼 쉬운 문제는 아닐 듯 싶습니다.^^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죠.

MF[ME]

*이미지는 HBO의 드라마 ROME에서 가져왔습니다.

부풀려진 자아와 제 블로그의 글들에 대한 변명

아마 이 포스팅을 읽으시면서 "너나 잘하세요" 하시는 분들이 계실 듯 싶습니다. 솔직히 제 실제 모습과 블로그로 보여지는 모습이 완벽한 싱크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몇가지 변명을 늘어 놓을 수는 있는 듯합니다.

(1) 저는 최소한 제 블로그에 올려지는 분야에 대해서 스스로 전문가를 자처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제가 전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노출하곤 합니다. 오디오와 관련해서는 어떤 장비를 쓰는지, 그리고 각종 튜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오디오 자체 보다는 음악을 듣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던지 하는 내용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음악이나 사진과 관련해서도 제 취향을 가능한 명확히 하고 정보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늘 다른 대안의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구요.

(2) "카더라"인 경우는 가능한 "이더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해보고 경험하고 어느정도 자신이 있을 때 "이더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게 잘 확립된 사실이 아니라 "개인적" 경험임을 공손히 표현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들어보지 않거나 읽어 보지 않거나 가보지 않은 경우는 그렇다고 표현하며 가능한 제 경험을 공유하고자 노력합니다.

(3)가능한 제 취향을 강요하거나 옳다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블로그의 글을 경어체로 쓰는 이유가 그렇지 않으면 자칫 개인적 취향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특별한 비급인양 느껴지게 표현할 수 있는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블로그의 주인장인 만술은 실제 삶의 저와는 제법 다릅니다. 그리고 그 갭을 좁히기 위해서 실제 삶을 화장하기 보다는 블로그의 자아에 칠해진 화장을 지우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물론 보기에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