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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메르스 따위는 사피어-워프 가설로 퇴치 할 수 있다

by 만술[ME] 2015. 6. 16.

크리스토퍼 리와 제임스 라스트의 부고 글 전에 다른 곳에 올렸거나 준비하던 글의 재활용이라 일부는 존대로 바꾸지 않고 그냥 옮깁니다.



세상이 이랬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1. 갈루아와 시우, 하지만 현실은?



20대 초반에 여자를 놓고 결투를 벌이다가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 천재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는 이공계 그랑제콜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에 시험에서 낙방한다. 전해지는 이유는 채점관들이 그의 답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나. (갈루아의 낙방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설들이 있습니다.)


시우가 학교 수학시험의 문제가 잘못된 것을 두 번이나 발견하고 두 번 다 선생님께 이야기해서 자신의 답안도 맞는 답안으로 인정을 받더니 고작 초등학교 3학년 주제에 지가 갈루아급인 듯 착각하고 있어 문제다. 문제를 풀다 걸핏하면 문제가 잘못된 것 같다고 주장하니.... 우리 부부는 늘 시우에게 제발 문제가 잘못된 것 찾지 말고 답을 찾으라고 하는데, 문제의 허점을 찾는 버릇은 여전.


아마도 나중에 편집자가 되어 교정지 보고 있을 팔자가 아닐까?



2. 아이패드2의 저주



새로 발표된 iOS 9의 지원기종을 보니 아이패드2가 포함되어 있다. 주말에 아이들에게 던져주어도 고장도 없고, 올가을 나올 차기 버전 OS도 여전히 지원하고 2011년 구매해 만4년이 된 아이패드2를 바꿀 핑계가 없구나! 솔직히 예전 회사와 달리 엄청난 자료를 숙지하거나 열람하면서 회의를 해야 할 일이 전혀 없어서 일정과 할 일 관리 외에 아이패드의 업무상 용도는 거의 없으니 새 아이패드를 살 명분을 위해서는 직장을 바꾸어야 할 듯.



3. PPL빨로 책을 팔더라도 번역은 좀 제대로 하자



도서정가제 관련한 글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읽게 하려면 PPL 마케팅밖에 없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대놓고 처음부터 PPL로 밀어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고색창연한 헤세의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인데, 아내가 매주 본방을 사수하는 것을 보면 <프로듀사>라는 드라마가 인기가 좋기는 한가 봅니다. 


문제는 이 책의 번역이 미심쩍은 정도를 넘어선 번역이라는 것인데, 자세한 내용은 링크의 글을 참고하시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사실 <데미안>류의 소위 세계문학전집의 주요 아이템의 베끼기 번역은 <창조경제> 수준은 아니고 흔한 일이지만, 이번 사건은 PPL로 스테디셀러 정도면 잘 된 것일 아이템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기 때문에 커진 경우죠. 


작년의 유명 번역가의 <결정본>을 원작자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번역가의 명성에 기댄 오역투성이 문제본이라고 잘근잘근 씹어서 자기 책 팔아먹기 마케팅에 이어, 올해는 적당히 베껴 PPL로 팔아먹는다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등장한 점은 흥미롭습니다. 작년에는 민음사를 대상으로, 올해는 민음사와 문학동네를 대상으로 이런 <창조경제> 기법이 나왔으니, 내년이나 하반기에는 펭귄과 열린책들 정도를 노려주지 않는다면, 언급한 두 출판사와 열심히 경쟁하면서 세계문학전집을 내는 두 출판사가 서운할 듯합니다. 추가로 을유문화사도 열심히 노력해서 <창조경제>의 대상이 되시라!



4.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메르스



처음에는 못 믿을 정부의 행정능력이지만, 메르스 관련해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첫 환자 발생 소식을 듣고 걱정하는 아내에게 사스 때도 그랬듯 정부에서 알아서 막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제가 박근혜 정부를 너무 무시했습니다. 세월호 때 탑승자나 사망자 숫자도 아니고 자기들이 구조한 생존자 숫자도 제대로 파악 못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숫자도 제대로 집계 못 하는 것을 볼 때 근본적으로 기본 업무능력이 없는 집단이라는 생각입니다. 기본 데이터 집계도 못 하는 친구들이 다른 일 제대로 할 리가 없으니 대응전략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엄청나게 조심하고 있는데, 메르스 자체가 무서워서가 아니고 이달 말에 계획된 여행 때문입니다. 며칠 전부터 여행갈 나라에서 공항에 열 감지 카메라를 장착하는 등 자칫하면 휴가가 엉망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야 여러 번 갔고, 아내도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시우는 어릴 적이라 기억도 없고, 가빈이는 자기만 못 가본 나라라고 기대를 잔뜩 하고 있는데, 입국이 강화되거나 항공편이 취소되어 못 가게 되거나, 행여 감기라도 걸려 공항에서 걸리는 상황이 될 까봐 걱정하는 거죠. 아무쪼록 사태가 빨리 진정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만, 지리산 종주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 용어로) 분수령만 주야장천 넘으니 앞길이 막막합니다.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취소하는 경우 엄한 취소수수료 물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항공사에서 이번 사태 때문에 한시적으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공지가 떴네요. 


이와중에도 대통령께서는 사피어-워프 가설을 이용해 메르스 퇴치에 열심이십니다. 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할 뿐 아니고 존재도 지배하는 겁니다.


MF[ME]


*사피어-워프 가설이 사실상 폐기된 건 우리 비밀로 하자구요.^^  

*메르스가 어떻게 보면 중동식 독감인 것 처럼, 말라리아는 어떻게 보면 아프리카식 회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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