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게임 - 취미생활

[독서]우주에서 불멸의 오페라 듣기

by 만술[ME] 2015. 4. 17.

[코스모스]


이미 다른 글을 통해 제게 중대한 영향을 주었던 책 중의 하나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은 국역 초판본이었는데, 재작년까지 그 책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책과 음반이 넘쳐나서 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코스모스>는 분리수거 대상이 되었는데, 처음 나온 지 무려 30여년이 지난 책이니 현재의 천체물리학은 장족의 발전을 이룬 바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진 책이고, 당시 인쇄의 질이나 종이의 질이 그리 좋지는 않아서 지금 보기에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렇게 버린 뒤, <코스모스>류의 책으로 최신작이 어떤 것이 나와 있나 뒤져보니 의외로 마땅한 책이 없더군요. 이쪽 분야에 대해 제법 많은 책이 번역은 되어 있지만, <코스모스> 정도의 포괄성을 지닌 경우는 없는 것 같고, 아직도 <코스모스>가 추천 1순위로 되어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갑자기 버린 책이 아쉽더군요. 이 이야기를 C군에게 하니 C군의 회사에서 직원보급용으로 교양서적을 사서 자율 배포했는데, 마침 <코스모스>가 남아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고 임자가 안나타나면 담당자인 자기가 받아서 제게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C군의 당초 생각과 달리 담당 팀장이 남은 책은 C군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이야기는 않고 그냥 미결상황으로 몇 달이 흘러갔습니다.   


이러던차 우연히 알라딘의 이벤트를 보니 키홀더나 북마크를 구입하면 <코스모스>를 끼워주는 이벤트를 하더군요. 세계 곳곳을 다니며 기념품이라는 핑계로 구입한 북마크와 키홀더가 집에 넘쳐나지만 <코스모스> 키홀더와 북마크는 소유욕을 자극했습니다. 다구나 요즘은 저렴한 보급판도 있으니 한권쯤 집에 갖춰두면 저도 추억삼아 가끔 뒤적이고 시우도 조금만 더 자라면 이정도 책은 적당히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단 <키홀더>를 사두었습니다. 



출처 : 당연히 알라딘 입니다.



받아보니 보급판은 중요한 도판만 남기고 제법 많은 도판을 제외한 느낌이 들더군요. 요즘 인터넷에 최신 CG들이 넘쳐나니 나중에 읽으면서 제가 보완하면 될 것도 같기는 합니다. 역자께서 중요한 부분은 역자주로 원본과 현재의 상황이 다른 부분을 바로잡아 주시기는 했는데, 엄청난 역자주가 필요하겠구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대충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큰 문제가 없는 것인지) 역자주가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키홀더는 비싼 값을 (보급판 기준 약 17,000원) 할 정도로 잘 만들었더군요.



[불멸의 오페라]


오페라 티켓 만큼 비싼 책인 박종호 선생의 <불멸의 오페라> 제3권이 나왔습니다. 그것을 기념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차원에서) <불멸의 오페라> 1, 2권을 득템했습니다. 얼마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B이사가 조강지처 찾아가기 또는 기러기 청산 절차를 밟던 와중에 알라딘 중고책방으로 넘어갈 책이 제게 넘어 온 것인데, 알라딘 지급가를 쳐주고 스시도 먹었으니 그리 큰 이익은 아닌 듯합니다.


솔직히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 책이고 제가 따로 구입할 생각은 없는 책이지만 거실 책장에 꼿아두면 제법 뽀대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오페라 뭐 볼까 할 때 그냥 척 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받아두었는데, 일단 뽀대면에 있어서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더군요. 표지를 금박으로 둘러서 번쩍거리는 것이 어딘지 어릴 적 집안에 한명씩은 꼭 있던 출판사 다니는 (사실은 외판원 수준) 형님 덕분에 장만하는 세계문학 전집류의 느낌입니다.



<지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유희>라고 부제가 달려있지만, 금박으로 떡칠한 책 표지가 가장 사치스럽습니다.



책의 내용은 어차피 우리말로 된 책으로 이 정도 수준의 책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비교할 대상은 없지만,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고, 음반과 영상물에 대한 소개도 잘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실황을 매번 보러 가지는 않을 거라 생각되니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1권이 개정되면서 영상물에 대한 정보가 많이 늘어나고 최신 영상물도 제법 다루어진 반면, 2권은 영상물에 대한 소개가 적고 소개된 것들도 최신은 아닙니다. 오페라는 여건만 된다면 음반보다는 필히 영상물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점은 좀 아쉽습니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아래로는 바르토크, 쇼스타코비치, 번스타인의 오페라까지 다루고 있지만 (이번에 출간된 3권) 위로는 로시니나 모차르트 이전의 오페라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륄리, 글루크, 라모, 핸델은 완전히 누락되어 있습니다. 박종호 선생이 4권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3권을 <완간>이라 표현하고 세권을 묶어 박스로도 판매하는 것으로 볼 때 그럴 일은 없을 듯하며, 그렇다면 이 누락은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2권까지 장만했는데, 3권이 나왔으니 뭔가 이가 빠져 있는 느낌인데, 정가주고 지르자니 책값이 어마어마합니다.  


MF[M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