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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독서]독서 스타일

by 만술[ME] 2014. 10. 15.

예전에 제 책을 읽는 방식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후 회사도 바뀌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해력과 기억력이 현저히 감퇴함에 따라 (예전에는 읽어서 이해 안되는 책이 없었고, 읽으면 다시 읽을 필요가 없었죠) 책을 읽는 방식이 많이 변했습니다. 나이 먹어가는 독서가의 생존법이랄까요.


전에는 한번에 여러책을 읽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인문서적을 읽고, 다른편에는 문학을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요즘은 이런 다중독서는 현실적으로 힘들고 고작 하는 것이 메인독서와 서브독서를 나누어 하는 게 전부입니다. 





1. 메인 독서


일단 메인 독서로는 한번에 한권만 읽습니다. 읽는 방법은 고전 중심의 문학 - 장르문학 - 인문/과학 - 프로젝트 서적의 순서를 반복하는 것인데 한권이 끝나야 다음 단계로 진행합니다. 보통 책의 분량에 따라 3일에서 10일사이에 한권을 읽기 때문에 한달에 네댓권 정도를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다보니 중점적으로 좀 긴 시리즈물을 읽거나 특정 분야의 서적들을 집중해서 읽고자 하면 불편해서 이런 책들은 모아서 <프로젝트 서적> 읽는 순서에 넣어 놓습니다. 예를들어 르네상스 시기의 예술에 대해 좀 심도있게 책들을 읽고 싶은 경우 이 책들을 인문/과학 순서에 넣고 읽으면 다른 인문/과학 서적들을 읽는 순서가 너무 밀리기 때문에 해당 서적들을 <프로젝트 서적> 순서에 읽으면 대략 서너달이면 한 분야에 대해 어느정도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죠.


한권의 책이 여럿으로 나뉘거나 시리즈로 나뉜 경우에는 그 나뉨의 성격에 따라 배치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예를들어 <안나까레니나> 같이 사실상 한권인데 분책되어 나온 경우는 한권으로 쳐서 한방에 읽고, 낱권들로 이루어진 시리즈물인 경우는 각권을 띄어 해당 순서에 따라 읽습니다. 물론 시리즈물이라고 연속으로 몰아보지는 않고, 각권 사이에 다른 책을 끼워 넣고 읽는 편이며, 만약 어떤 시리즈를 새로시작해서 한방에 끝내고 싶은 경우라면 <프로젝트>에 편성해 넣습니다.


쓰고 보니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런 식이라는 것이죠.


<오만과 편견>(문학) - <링컨 라임 1권>(장르) - <순수이성비판>(인문) - <프로젝트 도서1> - <레미제라블 1,2,3,4>(문학) - <유빅>(장르) - <논어>(인문) - <프로젝트 도서 2> - <일리아스>(문학) - <링컨라임 2권>(장르)  



2. 서브 독서


이렇게 메인 독서를 진행하면서, 일주일에 서너번 이상 해당 책을 뒤적이지만 꾸준히 읽지는 않는 책들은 서브 독서루틴에 포함시킵니다. 주로 지난번 소개해드린 <선사시대> 같은 류의 책들인데 크기상 들고다니기도 힘들고, 주구장창 비슷한 선사시대 생물에 대해 읽는 것도 지겹기 때문에 하루 서너페이지씩 읽어 나가면서 부담없이 읽는 것이죠. 가지고 다니기 무겁고, 내용은 흥미롭지만 긴 호흡을 필요로 하지 않는 책들을 여기 끼워 넣습니다. 물론 너무 책이 많아도 부담이 가기 때문에 이런 책은 동시에 두권에서 세권정도로 제한합니다. 이런식으로 진행하면 한권을 읽는 데 두달~세달 정도 걸리므로 한달에서 두달에 한권꼴로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셈입니다.



3. 독후감 또는 메모


기억력이 둔화됨에 따라 예전에는 전혀 하지 않았던 독후감 또는 메모를 남기고 있습니다. 전에는 <읽은 내용+책에 대한 의견>이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어 언제건 꺼내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독후감이나 메모의 필요성이 없었는데, 이제는 얼마전 읽은 책의 주인공 이름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기억력 감퇴 때문에 메모를 남기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방식을 사용하다가 1년쯤 전부터는 에버노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억해야할 문구는 아이폰으로 찍어서 올리면 하나하나 옮겨 적는 것보다는 실효성도 적고 정성도 없지만 편리성은 엄청나죠. 아래 사진처럼 마킹하고 태그를 붙여놓았다가 책을 다 읽고 나서 반추하면서 정리합니다. 





4. 구입에서 대여로


학창시절과 이후 일정기간 동안 학교도서관의 편리성 때문에 도서관을 이용했습니다. 졸업후에도 대출이 가능한 회원으로 등록해서 이용했었죠. 당시는 보는 책이 주로 원서였기 때문에 구입하기도 힘들었고, 구입하려 해도 가격이 보통이아니었거든요.  


영어로 된 책보다 우리말로 된 책을 보는 비율이 현격히 높아지고, 아마존이라는 엄청난 곳이 쉽게 접근이 가능함에 따라 주문하고 며칠 기다리면 집에서 국내서는 도저히 구하지도 못할 책들을 받아 볼  수 있는 시절이 되자 어지간한 책은 대부분 구입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월 도서와 음반 구입비가 100만원을 훨씬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물론 결혼 뒤에 지출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도서관 대출을 좀 이용할까 생각중입니다. 첫째, 집안에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책, 음반, 영화로 집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고, 아이들도 점점 커감에 따라 자기 영역을 주장할 여지가 있어, 있는 책도 치워야 할 처지입니다. 둘째, 제가 읽는 책의 80%는 아내나 아이들이 커서라도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이며, 50%정도는 제가 아는 한 주변의 누구에게 든 거져 주어도 읽지 않을 책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저 하나만을 위해 책에 너무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째, 어떤 책은 읽기는 읽어야 하는데 가격을 생각하면 사보기 애매한 책들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열하일기>의 경우 이가원 번역본이 있는데, 김혈조 번역본으로 다시 읽고 싶을 경우, 8만원 정도의 지출을 하는 게 애매해지죠. 만약 제가 <열하일기>의 엄청난 팬이거나 아이들이 커서라도 읽겠지 하는 믿음이 있더라도 구입할 수 있을텐데, 사실 이런 책은 오직 저 하나만을 위한 책이거든요. 결국 이런 종류의 책들을 중심으로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이건 내가 꼭 소장해야 할 책이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에만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도서관 현황은 최소한 수도권을 기준으로는 아주 나쁘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어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지 확인도 가능하고, 대출 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도 가능하며, 2주간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죠. 아울러 도서관이란 곳이 국내의 특이한 환경 때문에 책을 읽고 자료를 열람하기 보다는 이런 저런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이어서 몇몇 유명 소설들을 제외하고는 책의 상태도 매우 양호합니다. 제가 찾는 종류의 책들은 도서관의 격(?)을 높혀주는 책들이라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죠.



5. 도서정가제


기본적으로 도서정가제의 취지에 대해서는 찬성합니다만, 동네서점들이 이미 다 망한 마당에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도서정가제 한다고 동네서점이 지역문화의 사랑방 같은 위치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책값의 거품이 꺼질지도 의문입니다. 책은 이미 사보는 사람들만 사볼 뿐이며, 그 한정된 사람들이 한정된 소비를 하고 있을 뿐인데 책값이 싸지면 사보는 책의 양만늘어나고 책값이 비싸지면 그 양이 줄어드는 것이지, 소비하는 금액에 크게 변동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기분상 싸진다는 느낌 때문에 반값 세일 등을 하면 평소 제 값이라면 사보지 않을 책을 사보는 경우도 있었고, 덕분에 다른 분야의 책들도 관심을 갖고, 구입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늘 사보던 분야, 사보던 책들을 사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평소 링컨 라임 시리즈만 보던 사람이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가 세일 하는 것을 보고 한두권 구입하고 덕분에 읽는 분야를 넓혀가는 일이 이제는 쉽지 않겠다는 거죠.


도서 시장이 좀 더 위축된다면 아마 블루레이 시장과 비슷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의 내용보다 표지와 제본, 그리고 그에 딸린 부가상품에 의해 책이 소비되는 상황말이죠.김영하의 다음 작품이 아웃케이스 버전, 렌티큘러 버전, 일반 하드커버 버전 등으로 출시되면서 한정판으로 작가 싸인 엽서를 끼워주는 상황은 정말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 * *


솔직히 요즘은 누군가에게 책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좀 우수운 시절에 살고 있습니다만, 그냥 이런 독서 방법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읽어주셨음 좋겠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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