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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lies, and stereotype

시간 여행자는 펭귄 텀블러로 커피를 마시며 <21세기 자본>을 읽는다

by 만술[ME] 2014. 9. 3.

특정한 이유 때문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하는데,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블로그에 적당하지 않거나 해서 올리지 않았던 글들 중 백업 용도로 몇개를 올립니다. 



시간여행 패러독스의 양자론적 해결



<Scientific American>의 기사를 보면 소위말하는 시간여행 패러독스 ㅡ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내 할어버지를 죽인다면 그 시간 여행을 한 내가 존재할 수 있는가 ㅡ 의 이론적 해결 방법 중 하나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되고 검증되었다고 한다.


이론 물리학자 David Deutsch의 가설은 양자(quantum)역학의 확률적 성격을 이용한 것인데, 풀어서 설명하면 내가 할아버지를 죽일 확률을 1/2로 가지고 태어났다면 과거의 할아버지는 나의 살해 위험으로 부터 살아남을 확률이 1/2이고 이러면 통계적으로는 패라독스가 없다는 것인데, 이걸 사람 대신 광자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했다는 게 이번 기사의 내용임.


*물론 양자수준의 이론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과거로 여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님. 광자관련한 실험도 어디까지나 진짜 실험이 아닌 시뮬레이션이고.



피케티는 종북 좌빨이다



오늘자 <한국경제신문>에 피케티가 틀렸다는 기사가 1면을 장식하고 사설까지 올라왔다.


"피케티 틀렸다, 韓·中의 발전을 보라" 

[자유주의 경제학자 총회] "경제 발전할수록 자본가의 몫 줄어…시장이 富 재분배했다" 

[사설] "피케티는 틀렸다…자본론의 낡은 레코드일 뿐" 


과연 인터넷판은 스포츠 찌라시 버금가는 낚시성 제목으로 도배하면서 지면은 자본가의 마음에 쏙드는 제목을 뽑아내는 데 주력하는 <한국경제신문> 다운 행보다. 이런 피케티를 씹는 근거가 되는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ont Pelerin Society)는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경제학자들의 모임인데, 요즘은 '신'자유주의자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겠다. 창단 멤버중에는 무려 칼 포퍼도 있어 그의 과학철학을 추종했던 나로서는 씁쓸하다. 특히나 <열린사회> 논쟁에서 80년대의 대학 분위기속에서도 포퍼를 지지했던 입장에서는.


아무튼 내가 아는 피케티의 주장들을 볼 때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잘근잘근 씹을 만 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날이 갈수록 불평등해진다는 비밀아닌 비밀을 폭로하다니! 더구나 자본에 대한 누진과세라니! <피케티는 틀렸다, 韓 中의 발전을 보라>는 표제는 솔직히 기사를 읽을 가치를 상실하게 한다. 그런식이라면 민주주의가 틀렸다는 것을 자국민이 지지하는 3대 세습 정권의 예를들어 이야기 할 수 있으니까.


반면 마르크시즘 입장에서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자본주의 자체는 건드리지 않고 분배의 정의 따위로 해소하려는 체제 순응적인 주장이라고 피케티를 비판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스스로 자본에 과세할 것이라고 보는 유토피아적인 사고라고 비판 할 수도 있고. 사실 마르크스는 분배나 평등에 관심이 없었다. 원천적인 자본/노동과 생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지.


아무튼 사설까지 써가며 호들갑 떨 정도로 불평등에 대한 진실과 자본에 대한 과세는 무서운 것인가 보다.^^ 그리고 저 사설 쓰신분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안읽어 보셨나보다. 피케티의 책은 제목이 <21세기 자본>일 뿐이지, 사실상 마르크스의 <자본>과는 상관 없으며, 마르크스는 사설에서 나온 경제민주화, 부자증세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마 피케티를 대충 종북 쫘빨로 몰고 싶은가 보다.


마르크스의 <자본>과 피케티의 <자본>


피케티는 <자본>을 사실상 재산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마르크스에게 있어 자본은 생산양식의 문제로 단순히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때문에 본문에서 언급했듯 부의 불평등에 대한 <분배의 정의> 같은 문제가 마르크스의 관심사가 아니고, 마르크스는 바로 생산양식에서 비롯한 근원적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방안에 관심이 있습니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국내에서 조차 베스트 셀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자본>에 대한 분석이 불평등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보다는 재산의 분배라는, 그것도 이자율이 성장률을 초과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부의 집중에 대한 극히 표면적인 현상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즉, 생산양식의 근원적 문제가 아닌 단지 부의 편중을 문제 삼는 한에 있어서는 마르크스적 의미의 <자본>에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온건한 책이라는 것이죠.


이런 견지에서 보면 이런 온건한 입장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국내의 상황은 국내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알려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만과 편견 콜드 텀블러 패러디



아는 사람만 아는 깨알 같은 펭귄 클래식스 <오만과 편견> 콜드 텀블러 패러디..ㅋㅋ



블로그 한정, 맥락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한 해설 - 펭귄 클래식 코리아에서 아래와 같은 <오만과 편견> 콜드 텀블러 행사를 진행중임. 펭귄 클래식을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사은품인데, 개인적으로 펭귄판 세계문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텀블러 마음에 든다고 책을 살수도 없어서 그냥 참았음. 그에 따른 패러디 설정 샷이 위 사진인데, 스타벅스의 시애틀 오리지널 로고 머그(텀블러 아님)에 따뜻한 음료(콜드 아님)를 담아서 옥스포드 클래식(펭귄 아님)의 <오만과 편견>과 함께 설정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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