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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영화]시시콜콜한 영화에 대한 한담

by 만술[ME] 2014. 6. 12.

그간 영화 관련 포스팅이 너무 뜸한 것 같아 적어보는 매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 A 군과 대화록에서 발췌


(영화 <실미도>에 대해)


A : TV에서 해주는 걸 다시 보면서 그때 왜 1,000만이 들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만술 : 마케팅이 좋았다고 생각해. 사실 대단한 것을 밝힌 것도 아니고, 내용도 많이 왜곡되었는데 뭔가 국가의 음모를 밝힌 듯한 내용으로 포장하고는 결국 사나이들의 알 수 없는 (군대에서의) 우정, 그리고 신파로 마무리 지었잖아? 이런 포장된 이미지와 내용상의 괴리가 오히려 성공 요인이랄까? 만약 진짜 치밀하게 '아픈' 진실을 보여주었다면 관객들이 싫어했을 거야. 좀 과격하게 표현하면 성공 요인은 룸에서 여대생 부르는 느낌?


A : 더구나 캐릭터도 너무 전형적이야. 늘 있음 직한 영화적 캐릭터들, 영화적 사건들의 나열. 액션도 뭔가 시원하지 않고. 


만술 : 그래도 제법 재미는 있다는 게 묘해. 다만 그 아픈 사건을 이렇게 가볍게 다루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야.


A : 그런데 진실을 담으면 또 반대로 아주 아프지는 않고, 영웅적이지도 않잖아?


만술 : 맞아. 그냥 일반인들도 다수 있었고, 부대를 말살시키려는 국가적인 음모 따위도 없었다고 하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실미도 사건'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 같아.


A : 왜?


만술 : 생각해봐. 진짜로 보복을 위해 빠른 시간 내에 김일성 목을 따려고 했다면, 뭐하러 새로 부대를 창설하고 민간인을 뽑아 훈련시켜? 그냥 현역 중에 능력자들 몇 명 차출해서 단기간 모의 훈련을 해서 투입하는 게 비용이나 효과 면에서 우월하지. 내 생각에는 아마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반공의식에 넘치는 자원자들이 김일성을 목을 따러 갔다가 아쉽게도 실패했지만, 남한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었다는 정도? 즉, 진짜 목딸 생각은 없었는지도 몰라.


A : 그럴 수도 있겠네. 지금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서 정부가 뭔가 생각한다면 (지금도 있는지는 몰라도) 북파 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려 테러를 하거나, 미국처럼 미사일 같은 것으로 하거나, 현역 특수부대를 사용하겠지.


만술 : 실미도 부대의 역량이 별로라는 건 탈주 이후의 행각을 봐도 들어나. 상식적으로 청와대로 간다면서 버스 잡아타면 갈 수나 있겠어? 자기들 억울함을 호소하려면 몰래 산을 타고 서울로 진입, 청와대를 점거하지는 못해도 주요 정부청사나 방송국 정도는 장악하고 인질극하면서 여론화했어야지. 한마디로 리더도 없고, 역량도 없었다는 이야기지.


A : 영화에서도 부대원들만 북한에 투입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더라고. 세상에 리더 없는 작전이 어디 있어. 안성기는 좀 그러면 허준호라도 지휘관으로 따라갔어야지.


만술 : 인근 섬으로 잠입해 강간이나 하는 사람들이 작전에 투입되어도 성공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아. 



(추천 영화)



A : 뭔가 대중적이지 않으면서 볼만한 영화 없어?


만술 : 얼마 전 KBS <독립영화극장>에서 해준 건데 <사랑에 빠진 것처럼>. 국적이 묘한 영화인데, 삶에 있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의 아픔을 통속적인 이야기 전개 속에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어. 영화적 기법도 아주 좋고.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첫 장면부터 영화적으로 압권이야. 


A : 들어는 봤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지? 일본에서 찍은? 관심은 있었는데, 봐야겠군.


만술 : 맞아. 좋아서 다운받아서 또 봤는데, 720P인데 뜻밖에 다운받은 화질도 볼만하던데? 앞으로 영화에 따라 저렴한 다운로드도 생각해봐야겠어.


A : 다운받아서???????


만술 : 다음에서 받았어. 정식으로...ㅋㅋ DRM Free로 2,000원이더군. DVD로는 정발 되어 있고, BD는 무려 크라이테리온 버전으로도 나와 있어. 다만 원칙이 나만 볼 소재의 영화라도 한글자막 있는 것으로 구매한다는 것이라, 그냥 다운로드로 해결.


A : 그렇군. 플레인에서 나온 <레슬러>는 어때? 내가 레슬링을 좋아하지 않아서 패스했는데. 넌 한때 프로레슬링 매니아였으니 구매했지?


만술 : 무려 스틸북 한정판 풀슬립으로 구매했지. 원래 패키지는 신경 쓰지 않는데, 구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 영화는 다들 미키 루크의 인생역정을 이야기하지만, 그런 것 생각 안 하고 봐도 좋아. 매우 현실적이고, 결국 삶이란 게 이런 것 아니겠느냐. 프로 레슬링 평생 해먹고 산 사람이 내리는 인생의 결론이 이것 말고 더 있겠냐는 생각이 들어. 그 점에서 너무 아프고 현실적이야. 그런데 우리 모두 아닌 듯하면서 미키 루크 만큼은 아니어도 삶에 커다란 간극이 자리하고 있거든. 많은 사람이 슈퍼마켓 점원(영화를 봐야 이해하는데)으로서의 삶을 진짜라 생각하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슈퍼마켓 점원이 꼭 레슬러와 비교하여 진짜 인생인 것만도 아니고.


A : 영화를 봐야지 뭔 소리인지 모르겠어...ㅋㅋ


(제로 다크 서티, 베를린)


A : TV에서 <제로 다크 서티> 해주더라.


만술 : 알아. 죽이는 영화지. 지금도 좋지만, 작전이 실패하는 원래 시나리오라면 더 멋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A : 맞아. 하지만 미국이 성공한 걸 어떻게 하겠어. 캐서린 비글로가 설마 미국이 진짜 빈 라덴을 잡을 줄 예상이나 했겠어?


만술 : 그렇기는 해. 


A : 난 이런 스타일의 첩보물이 좋더라고. 훨씬 현실적인 느낌이 들고. 원작부터가 걸작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물론이고 말이야. 우리의 첩보물인 <베를린>하고 많은 비교가 되는 것 같아.


만술 : 나도 동감인데, 이 영화들은 첩보원들이 직업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는 미덕이 있지. 제임스 본드나 이든 헌트처럼 어떤 타고난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고, 적성이 좀 맞고, 열심히 일해야 하고. 더구나 대부분의 첩보활동은 서류 뒤지기, 발품 팔기이고, 어느 나라 요원처럼 때로는 '댓글'도 열심히 달아야 하고 말이야.


A : 그 점에서 <베를린>은 전혀 첩보물이 아니었어. 더구나 주인공들은 목적의식조차 없지. 조국을 위해 몸을 파는 아내를 의심하다 갑자기 아내 없이는 못사는 남편이 되어 버리는 하정우나, 북한이라면 이를 갈다가 아내에 대한 순정에 감화 감동하사 하정우를 도와주는 한석규나 고위층 아들씩이나 되면서 막 나가는 류승범이나 모두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들이야.


만술 : 사실은 처음에는 뭔가 첩보의 냄새만 풍기고, 알고보면 <부부클리닉 - 사랑과 전쟁>일 뿐인 이야기지. 첩보는 아예 큰 줄거리에서 빠져 버리고 말이야. 평소에는 (무려 전지현임에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아내를 아내가 다른 남자들하고 관계한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 남편의 심리구조에 대한 이야기.ㅋㅋ 


A : CIA 요원이 베를린 한복판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총을 맞아 죽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야. 보통은 선진국 요원들이 후진국 경찰을 우롱하면서 총격전을 벌이는 데, 이 영화는 무려 독일의 베를린에서 독일 치안망 따위 무시하고 한국과 북한 공작원들이 총격전을 벌이니..ㅋㅋ


만술 : 그냥 어딘지 동서로 갈렸던 베를린의 이미지가 좋았나 봐. 첩보물에는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디스아바바> 같은 이름이 어울리지 <뉴올리언즈> <런던> <만하임> 같은 제목은 안 어울리지...ㅋㅋ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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