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보면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우울한 표정의 햄릿을 보며 왕비의 죽음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것아니겠냐는 말에 햄릿 역시 죽음이라는 것은 일상다반사라고 답하자, 왕비는 "그런데 왜 그리 너만 유별나 보이냐"고 묻자 햄릿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보인다'고요 어머니? 아뇨, 유별난 것이 맞습니다.
저는 어떤 것처럼 보이기를 할 줄 모릅니다.
어머니, 검게 염색한 외투나,
의례적으로 입는 검은 상복이나,
억지로 뿜어내는 함숨이나,
눈에서 강물처럼 넘쳐 흐르는 눈물이나,
실의에 빠진듯한 듯한 표정이나,
슬픔을 표현하는 격식이나, 외양 같은 이런 모든 것들은
제 심정을 진정으로 나타내지 못합니다.
이렇게 다들 꾸며 낼 수 있는 것들이야 말로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이지요.
하지만 제 속에는 보여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답니다.
그것은 비통함의 겉옷만 걸치거나 꾸미는 것과는 다르답니다.
어제부터 카톡의 친구들이 하나둘 노란 리본을 달기 시작하자 문득 <햄릿>의 이 구절이 생각났다. 그냥 '보이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그야말로 죽음은 common한 일이다. (묘하게도 중의적으로 일상적이고, 누구나 겪는 일이다) 하지만 그 일상으로 부터 카톡에 노란리본 다는 법 말고도 뭔가 배우고 얻는게 있었음 좋겠다.
5년전 지금처럼 노란 물결이 휩쓸 때 봉하마을에 먼길을 찾아가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은 가까운 투표소를 평생 찾아가는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자기가 대기업총수나 강남 땅부자나 새누리당원이나 일본인이 아니란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며, 눈물을 흘리며 통탄해야 할 일은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아니라 결국은 우리가 그분을 죽인 살인자들이란 사실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5년 뒤 또 노란색의 물결속에 이런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씁쓸하다.
이건 뭐 서로 죽이지 못해 싸우다 종방 앞두고 갑자기 모든 문제를 풀고 화해하는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왜그리 화해하고, 용서하기를 좋아들 하시는지...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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