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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lies, and stereotype

교장 선생님 나빠요!

by 만술[ME] 2013. 11. 15.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유창한 불어로 연설했다고 모든 “국내” 언론이 대서특필 했다. 그런데 어느 언론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았고 국민들도 내용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르몽드>에서 단신으로 어떤 내용을 이야기 했는지 기사화 한 뒤에야 뒤늦게 몇몇 신문에 다루어 진 정도지.




그런데 왜 내용에 관심이 없을까? 기자들이야 내용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우리나라는 모든 언론이 진시황 병마용 병사들 얼굴 구분하기 보다 힘들 정도로 차별성이 없기는 해도 언론 검열 따위는 없는 나라기는 하지만) 알아서 검열 했다고 하더라도, 기자들이 쓴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내용이 뭔지 관심 없는 국민은 뭘까?


서구는 어떤 대기업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의 내용까지 경제기자들이 분석하고 그로부터 그 기업의 향후 전략 기조를 예측한다. 대통령의 연설은 말할 것도 없다. 왜? 그들에게 있어 말한 것은 말한 순간 그 자체가 하나의 실체로서 “힘”을 얻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지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대선 공약에 명기를 해도 그걸 지킬 것이라 믿지 않는다. 그걸 믿으면 오히려 순진하다 생각하기에 어떤 말을 했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냥 무슨 언어로 했는지, 무슨 옷을 입고 했는지, 들은 사람들이 좋아했는지 따위만이 중요하다. 


아마 이런 “말”의 내용 따위 다 의미 없는 것이라는 생각은 어릴적 초등학교 시절에 “교장선생님 훈시”의 트라우마의 탓이 큰 것 같다. 어린 나이에 땡볕에 서서 자기의 삶과 하나도 연관 되지 않으며, 다음주에도 똑같고, 그 말을 하는 교장조차도 믿지 않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기에 교장이 얼마나 짧게 끝내는지 즉, “내용”이 아닌 “형식”에만 관심을 두던 버릇 때문 아니겠나? 이게 다 우리 교장 선생님들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실체적인 “힘”을 갖는 말은 존재 한다. 뭐냐고? 증권가 찌라시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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